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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출판네트워크

컬럼/인터뷰

"출판"을 통한 경제 협력과 그 가능성 : 콘텐츠 범람 시대에서의 기회와 위험 요소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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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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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BIT

13,952

제공 : 한빛 네트워크
저자 : Jenn Webb
역자 : 김동혁
원문 : Publishing can be the engine of the engagement economy

Megellan Media 설립자인 Brian O"Leary(@brianoleary)는 출판사 및 편집자들의 역할에 변화가 오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이전까지는 "무엇을 출판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어떻게 독자들에게 잘 떠먹여줄 것인가"로 말이다.

이후 인터뷰 동안 O"Leary는 출판사와 독자들의 관점에서 느끼는 쏟아지는 콘텐츠의 범람에 대한 갖가지 이슈와 그에 대한 해결책들에 대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책에 관심을 잃은채 줄어만 가는 독자층이, 단지 출판 그 자체 뿐만이 아닌 한 나라, 경제, 나아가 세계 질서의 역할을 하는 출판의 의미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는 것이라 주장한다. 따라서 출판을 경제 협력의 기폭제로 재정립하는 것이 출판 업계들의 책임이자 의무라는 메세지를 그는 내심 말하고 싶어했다.

Brian O 콘텐츠의 범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

Brian O"Leary : 이제는 예전과 같이 출판을 하는데 있어서 큰 장벽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자신의 저작물을 관리하고 배포해주는 프로그램이나 서비스가 손만 뻗으면 닿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년 콘텐츠는 쏟아져 나오고 넘쳐왔습니다. 이것이 범람의 증거라 말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는 단지 "많은 책"의 개념보다 더 포괄적인 뜻을 가집니다. "Context first"를 집필할 당시에 우리가 더 이상 물리적인 인쇄 매체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생각해 봤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제가 "the container"(역자주 : 책 뿐만이 아닌, 지금까지 "책"이라고 불리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전자 기기부터 시작하여 그 시스템 전체를 지칭) 라고 부르게 된 것들이었죠.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 장문의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을 이유도 없습니다. 인용을 할 수 있다면 링크를 건다거나, 주석이나 레퍼런스를 다는 것으로 족하지요. 또 다른 방식으로는, Byliner 혹은 Atavist 등을 통해서 잡지의 한 섹션 분량에서부터 책 한권의 내용도 손쉽게 작성하고 배포할 수 있습니다.

작년 9월에 작고한 Project Gutenber의 설립자 Machael Hart는 2021년이면 일반인들이 petabyte 급의 저장 스토리지를 가진 작은 전자기기에 온갖 ebook을 넣고 다니며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시대는 그 지점에 거의 도달한 상태지요.

기술의 변혁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2011년은 Project Gutenberg 창립 40주년이기도 하였지만 intel 4004 마이크로 프로세서 출시 40주년이기도 합니다. 지난 40년간 작은 칩 하나에 넣을 수 있었던 트랜지스터의 개수는 2,300개에서 3.1억개로 증가하였고 CPU 클락 속도는 동기간에 3700 * 3배나 증가하였지요.

이렇듯 "범람"이라는 개념이 컨텍스트 발전의 전조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수용 능력은 범람의 전조라 부를 수 있습니다. 무어의 법칙이 우리 시대를 이끌어 줄 동안, 디지털 산업에서의 수용 능력의 증가 추세는 그에 미치지 못했고 단지 사그러들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상황이 역전될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Sheila Bounford가 말해왔듯이, 이러한 수용 능력 한계는 매체를 공급하는 시스템 역할의 변혁을 가져다 줄 겁니다.



출판업계에 있어서, 정보 매체의 범람에 대한 주요한 쟁점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

Brian O"Leary : 이 쪽 업계는 대체로 무엇을 출판할지를 결정해왔을 뿐입니다. 이제는 그것들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어필하고 더 쉽게 발견하게끔 이끌어주느냐가 관건입니다.

제 생각에 출판사들은 다음의 4가지 요건을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1. 콘텐츠는 항상 모두에게 오픈되어있고 쉽게 접근 가능해야 한다.

2. 독자 층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서 컨텍스트를 이용해야 한다.

3. 콘텐츠의 수요층을 넓혀야 한다.

4. 유저들에게 이 범람을 헤쳐나갈 툴을 쥐어주어야 한다.

현재 대다수 출판사들이 전자 콘텐츠를 공급하지만, 몇몇 회사들을 제외하고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종속적인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관리)속에서 아무리 콘텐츠를 만들어내도, 이는 출판사와 유저 모두를 쥐고 있는 해당 플랫폼의 기득권만 강화시켜줄 뿐입니다. 유저들이 콘텐츠에 접근하기 쉽게 하기 위해 만든 메타 데이터들은 일관되게 관리되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이 콘텐츠가 얼마나 자신에게 유용할지를 이해할 기회조차 박탈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는 1회성 콘텐츠인 일반적인 종이책도 개발하고 있지만, ebook 혹은 이로부터 끌어올 수 있는 부가적인 응용들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 방법들은 틈새 시장에서 먹힐법한 콘텐츠들은 - 예를 들면 점자책 - 베스트 셀러가 아닌 이상 비용 대비 수익이 썩 좋지 않다는 것도 의미하죠.

콘텐츠의 범람속에서 유저들을 잘 건져내고 있는 몇몇 출판사들이 분명 있습니다. (Safari Books도 좋은 예 입니다.) 하지만 가장 모범적인 사례들은 Small Demons 혹은 ReadSocialAPI와 같은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출판사들은 여전히 이러한 혁신적인 양상을 탐탁치 않게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출판사들이 시간이 지난 후 땅을 치며 후회하지는 않을까 걱정될 뿐입니다.

독자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좋을 까요?

Brian O"Leary : 독자들도 우리들과 다를바 없습니다. 많은 정보가 눈 앞에 있지만 오히려 혼란스럽고, 헤맬 뿐이죠. 출판사들만이 이들을 도와 줄 수 있고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게끔 말해줄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의외겠지만 저는 독자들 외의 사람들을 더욱 염려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은 단지 출판업계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가 나라와 경제, 나아가 세계에 대해 해왔던 우리의 방법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위험을 인지하고 대처할 책임이 있지만, 단지 우리가 돈을 더 벌려고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우리 모두가 이러한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마치 좁은 창문을 통해 영향을 받기도 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남을 설득하기도 하는 그런 세상에서 함께 살고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저희가 하는 일의 중요성, 가치와 퀄리티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출판이라는 행위를 통해 그것을 "확인"을 한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뭘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라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좀 더 넓은 의미의 목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경제 협력의 원동력으로서의 "출판의 재해석화" (물리적, 전자 콘텐츠, 각종 매거진과 신문을 포함한) 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저희 자신과, 독자들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독자들의 평가로부터 축적된 "경험"을 이용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만큼 매우 중요한 것이죠.

"참여 경제의 원동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네요. 이것이 정확히 무얼 의미하는지, 그리고 출판사들이 취할 수 있는 좀 더 실용적인 단계들을 제시해주실 수 있나요 ?

Brian O"Leary : 세가지 예를 들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서비스가 충분하지 못한 시장, 팬 픽션과 유연한 포맷

오늘날에는 시각 장애인이라거나, 어휘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출판사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Large-type (큰 폰트로 쓰인 책) 혹은 점자책 등은 아무래도 베스트셀러들과는 거리가 멀겠지요. 종종 일반 책자들도 이렇게 특수한 형태로 재발간되는 경우가 있지만, 한창 인기가 있다가 식을 때 쯤 겨우 발간되는 형편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잠재적인 시장은 꺼려지기 일쑵니다.

어쩌면 우리는 어휘력이 떨어지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책을 읽는 것이 어려운 것이어야만 하는 것 처럼 출판해온 셈이죠. Contents 매거진의 Angela Colter는 이러한 독자층을 고려하여 콘텐츠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섯 가지 방안을 소개했었습니다.

1. 읽기 쉽게 만들어라.

2. 읽기 쉬워 보이게 만들어라.

3. 중요한 점만 담아라.

4. 일관되게 하라.

5. 피드백을 제공하라.

제 생각에 출판사들은 이러한 요건들에 대해 무신경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전체 독자 수는 결과적으로 감소하게 되는 결과를 갖고 오겠지요.

팬 픽션을(역자주 : 보통 줄여서 팬픽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어떤 작품의 팬들이 이를 모방하거나 패러디 하는 창작물을 일컫음) 생각해 보면, 우리는 결국 모든 작가들이 독자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는 걸 깨닫습니다. 우린 결국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하고 모방하여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 인데 말이죠.

Anna von Veh가 설립한 Say Books에서는 Saul Bellow의 "작가란 모방하려는 독자이다"라는 말을 다시금 인식하며, 팬픽션 작가들을 위한 출판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만일 독서 시장을 크게 키우고 싶다면, 우린 독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쥐어줘야 하고, 게다가 우린 그럴 수 있다는 거죠.

물론 거기엔 약간의 문제도 있습니다. 이를 테면, 작가에 대한 동경이 도둑질같이 느껴질 수 있달까요. 그렇지만, "원작"조차도 잘 쓰여진 선대의 글이나 작가들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허나 이러한 인식은 그다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팬픽과 함께 이 거대한 물결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마어마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어찌되었든, 우리는 여전히 책에 대한 생각들을 "the container"에 쏟아 넣고 있습니다. 저는 출판사들이 독자들을 가둬놓는 틀을 다소 개선하길 바라는 입장입니다. 요리 책이라거나 뭔가 기능 서적같은 것을 예로 들어 보면, "왜 이런 책들이 아직도 ebook형태로 출간되고 있지 않은지"라는 의문 부터 시작해서, 내가 이미 해본 것들, 내가 해보고 싶은것, 별로 관심 없는 것 처럼 좀 더 와닿는 방법으로 정렬해서 책을 골라 볼 수 있는 기능을 유저들이 원할 수 있지만, 정작 그런건 없다는 거죠.

우리가 콘텐츠 시스템을 굳게 닫고 있다면, 결국 많은 제약들이 따를 뿐입니다. 많은 사업체들이 콘텐츠의 조정 권한을 잃을까 두려워 함은 이해하지만, DRM 같은 것 없이도 가격과 각종 시스템 상의 편의성으로 독자들을 끌어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들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변모시키기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Brian O"Leary: 제가 "Context first"를 집필시 이러한 콘텐츠의 범람속에서 출판사들이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를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들은 결국 콘텐츠를 좀 더 오픈하여 접근성을 높이면서 재사용할 수 있고, 독자들에게 좀 더 와닿는 연관성을 부여해야 한다로 귀결되었지요.

그 이후로, 저는 머릿속 한 켠에 있던 출판 업계 사이의 콘텐츠 범람에 대한 문제는 날려버렸습니다. - 출판사를 비롯하여 작가, 에이전트, 유통사, 총괄 판매사, 리테일러, 도서관 등 모든 것에 대해 말이죠. - 더불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함을 느꼈죠, 당연히 각기 다른 방법들을 통해서 말이죠.

명백하게, 우리는 이 네가지가 필요합니다:

1. 목표가 필요합니다, 즉 "출판"의 재정의와 왜 이것이 중요한지에 대해 말이죠.

2. 규칙이 필요합니다. 공평성에 기초한 몇 가지 규율, 그리고 현재의 시장의 요구 혹은 미래의 불명확한 것들에 대해서도 밸런스를 잡아야 함을 고려해야 합니다.

3.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사실에 기초한 검정가정이나 의사결정 등의 새로운 접근법을 모델링할 공유된 방법으로서의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4. 낚시바늘이 필요합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협력할 이유를 만들기 위함이죠.

만일 우리가 바로 앞에 당면한 작은 문제만 해결하려고 하면, 우리에게 직면한 더 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됩니다. 바로 우리의 존재 이유를 결정짓는 독자들을 지탱해야 한다는 문제 말입니다.

콘텐츠 범람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을 듣고 싶습니다. 이 범람이 10-15년 넘게 지속될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Brian O"Leary : 저는 두가지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는, 일종의 재규합의 순간이라 봅니다. 고리타분한 출판이라는 이해 관계상의 많은 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될 상황에 다다라서야 작가와 에이전트, 출판사, 총괄 판매자, 리테일러, 도서관 등이 문제를 직시하게 되고, 드디어 서로 협력하여 독서층을 지탱하기 위해 힘쓸테니 말이죠.

사실 다소 당혹스러운 전망이라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일어난 변화들 속에서 Michael Hart는, 책값이 폭락하여 누구나 손쉽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미래에는 식자율(문맹율의 반대)과 교육율도 크게 오를 것이며, 낡은 권력 구조들은 과학, 산업, 인도주의의 물결하에 붕괴될 것이라 예측했었습니다. 여러분이 더 잘 배우지 못 한 것에 대한 회한이 있다거나, 권력 구조에서 한 자리 꿰어차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모든 것은 정말 멋진 미래임에 틀림없을 겁니다. 독재자나, 미래의 독재자를 꿈꾸는 입장에선 언짢겠지만요.

하지만, 또 하나의 저의 견해는 꽤나 부정적입니다. 비관적인 입장에서 말하자면 우리가 1970, 80년대에 보았던 에너지 산업체 사이에서의 각 분야의 융합, 협력 관계가 재탄생한다면 출판은 부흥하지 못 할 것 입니다. 물론 비록 지금와서는 출판업계처럼, 에너지 사업체들은 각기 분할되었지만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이 사실이 된다해도 옛날 처럼 정부가 나서서 그들을 중재해 주길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그 누구도 10년, 그 이후를 내다보기 어렵지만 콘텐츠의 유통 주도적인 모델을 고수하는 것은 비용과 예측 가능성 면에서 손해일 뿐더러 궁극적으로 그나마 남아있는 독자들의 만족도마저 떨어뜨리게 될 겁니다. 제 생각에 우리는 새로운 콘텐츠 솔루션 산업에 뛰어들 필요가 있습니다. 책을 찍어내는 것은 그저 하나의 옵션일 뿐이죠. 그렇지 않으면 콘텐츠를 받아 독자적인 형태로 관리하고 제공하는 중개 서비스나 플랫폼만이 시장을 점령하게 될 것 입니다.

그래도, 저는 저의 긍정적인 견해를 선호합니다. Bookserver 같은 선발 주자나 재단에 의해 운영되는 교육, 대학에 관련된 학구적인 프로젝트들에서는 이러한 협력 관계가 가능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제가 해왔던 이러한 노력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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