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장은 블록체인이 은행 또는 금융시장이 아닌 제3의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아본다.
기업의 테두리에서 잠시 벗어나보면 이 세상에는 블록체인이 쓰일 만한 훨씬 거대하고 세계적인 문제들이 존재한다. 그 문제들은 우리의 경제, 산업, 정부, 사회와 관련되어 있고 그중 일부는 철학이나 이념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 현재 당신이 걱정하고 있는 세계적 이슈는 무엇인가? 그 속에도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속성을 이용한 해결 방안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진정한 혁신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그 혁신 안에서 기존의 중앙집권적 조직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신규 스타트업들은 중앙집중형 서비스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기능을 가지고 더 양질의 서비스를 구축하려 시도할 뿐이다.
블록체인을 둘러싼 또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바로 데이터와 프로그램의 공개다. 엄밀히 말하면 정보가 암호학을 기반으로 정교하게 보안되어 있고 접근 권한이 부여된 자에게만 공개되므로 반공개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이는 누구나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올려놓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까지 모든 중요 정보는 숨겨진 데이터베이스나 물리적인 서비스 데스크에 보안되었고 우리가 무언가를 검증하려면 이러한 장소로 이동해야만 했다. 향후에는 보안 걱정 없이 데이터를 노출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없애버리는 데 익숙해질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인 컴퓨팅 환경보다 훨씬 보안이 강화된 공개 인프라에서 프로그램을 안전하게 구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블록체인 인프라는 다중화redundancy(동일한 시스템이 복수로 갖춰져 있어 장애 발생 시 다른 시스템이 기능을 대체하는 특성을 말한다.)가 다수 내장되어 있으며, 회복력 또한 월등하다.
새로운 중개자의 등장
사실 기술의 위협을 받는 기존 중개자들은 여간해서 잘 없어지지 않는다. 약해지고 있지만 끝까지 맞서 싸운다. 신문, 케이블TV 공급자, 여행사 등이 그 예다.
블록체인은 중앙청산소, 공증인, 에스크로 서비스, 신뢰 관련 서비스 업체 등 오래된 중개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지속적으로 기존 중개자들의 기능을 대체하여 그들의 영역을 축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신규 참여자가 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처음에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기존의 주류 서비스를 ‘대체’하는 부속물처럼 보일 수 있다. 인터넷 또한 그렇게 시작했다. 그러나 사용자 수가 늘어나면 주류로 진입하게 된다.
언번들링은 새로운 중개자가 탄생하는 주요 이유다. 언번들링은 기존에 있던 기능들의 일부 계층을 부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이를 공략하는 신규 중개자들이 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핵심 요소 주변에 언번들링이 시작되면 더 이상 그 핵심 요소는 보호받지 못한다.
웹은 신문,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여행사를 대체한 신규 중개 플랫폼이었다.
그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등장할 신규 중개자는 누구일까?
신뢰 증명 기관
우리는 머지않아 ‘모든 것이 증명 가능한 세상’을 만날 것이다. 신뢰를 확인하는 일은 구글에서 정보를 검색하듯 쉽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다수의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새롭게 ‘신뢰 기관’으로서 활약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타임스탬핑을 통해 한 일의 기록을 축적해나가면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그 일들을 검증할 수 있다. 아래의 사례를 살펴보자.
분산된 자율 조직(DAO)의 등장
탈중앙화된 거버넌스decentralized governance란 대표적으로 거버넌스 및 운영이 블록체인에서 실행되는 분산된 자율 조직distributed autonomous organization(DAO)의 등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DAO야말로 탈중앙화된 비즈니스의 극치라고 말할 수 있다. 머지않아 누구나 별도의 허가 없이 DAO에서 ‘일하고’ 그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받을 것이다.
암호화 기술 혁명의 이상적인 결과물이 바로 분산된 자율 조직(DAO) 혹은 분산된 자율 회사(DAC)다. 이 개념은 오리 브라프먼이 『불가사리와 거미』(리더스북, 2007)에서 소개한 ‘조직 분권화’, 그리고 요하이 벤클러가 『네트워크의 부』(커뮤니케이션북스, 2015)에서 서술한 ‘동등 계층 생산 방식’에서 유래했다. 그 두 가지 테마가 근래 암호화폐 관련 기술과 합세하여 댄 래리머Dan Larimer는 비트코인을 두고 최초의 DAC라고 주장했고, 비탈리크 부테린은 더 나아가 비트코인을 ‘자본을 내재한’ DAO라고 정의했다. 여기에 크라우드펀딩 관련 규제 완화와 각종 서비스의 언번들링까지 가세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암호 기반 거버넌스 계층의 기술과 신뢰 인증의 자동화라는 강력한 터보 엔진이 장착되어 “부패가 원천 봉쇄된 비즈니스 규정하에 인간의 개입 없이 운영”되는 DAO가 구현된다. (참고링크 _원주)
물론 DAO를 운영하기에는 아직 심층적인 현실 조사나 경험이 불충분하다. 정해진 매뉴얼을 따른다고 해서 모든 DAO가 손쉽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실제 적용을 위해 DAO의 원칙을 변경하거나 일부분만 적용 하는 사례도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안정적으로 DAO를 운영할 수 있을까?
암호 기술만 가지고 DAO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님을 잊지 말자.
계획 단계에서부터 DAO를 추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단계적으로 DAO의 형태로 발전해나가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으며, 기존 조직 형태에 DAO 구조를 일부 도입할 수도 있다. 만약 DAO가 인공지능이나 스마트 프로그램을 통해 일을 수행하는 자율 에이전트를 구동하는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면, 차후의 진화 과정은 다음과 같은 단계를 따를 것으로 예측한다.
5장의 핵심 아이디어
-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산업 및 정부 영역에서 블록체인이 쓰이고 블록체인을 매개로 한 산업 간 융합 사례들이 많아져야만 그것의 진정한 파급력을 가늠할 수 있다.
- 블록체인은 지속적으로 기존 중개자들의 기능을 대체하여 그들의 영역을 축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신규 참여자가 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 구글에서 무엇이든 쉽게 검색하듯, 우리는 머지않아 ‘모든 것이 증명 가능한 세상’을 만날 것이다.
- 금융 서비스업 다음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혁신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질 곳은 정부, 헬스케어, 에너지 산업이다.
- 분산된 자율 조직(DAO)는 블록체인 활용 사례로서 중요성이 크다. 그러나 실제 구현은 아직 초기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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