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차이
알다시피 저는 타자수입니다. 그래서 모든 발언을 기록하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말할 때는 타자를 하면서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당신이질문하거나 발언할 때는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지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교수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 리처드 파인만,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
리처드 파인만은 천재적인 물리학자, 노벨상 수상자였습니다. 한번은 그가 여러 분야 교수들이 모인 토론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요. 거기서 타자수가 파인만에게 위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물리학자인 파인만이 사용하는 언어는 어떤 물리학적인 현상에 대한, 자신의 이론과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였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의 말을 따라가면 그 사실을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단순명료해야 했고, 이것이 수십년간 습관이 된 파인만의 말은 타자수가 듣기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문학 분야 교수들은 그 언어의 사용 용도가 좀 다릅니다.
그들에게 언어는 자기 머릿속에만 있는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하는 도구이기 때문이죠. 자기 머릿속에만 있기 때문에, 섣불리 단순하게 표현하다가는 오해를 사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지식을 끌어모아서 묘사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같은 분야의 학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가 어려운 말을 하는 것이 습관화 되었겠죠.
따라서, 타자수는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알고리즘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고는 그냥 "알고리즘"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좀더 재미있는 설명을 곁들여서 개념을 설명하는 책이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이 책의 언어는 파인만의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인문학자의 언어였습니다.
저자가 비록 "알고리즘"이라는 단어를 선택해서 책을 썼지만,
사실 개발자들이 알고 있는 그 알고리즘이 아니라,
IT 기술의 원동력을 알고리즘으로 묘사하고
이것이 우리 문화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력에 대해서 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기계 유토피아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인간의 손이라고는 닿은 적 없는 것 같은 매끈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브러시드 메탈로 마감된 제품 이면에 이 첨단기기를 생산하는 저임금 공장 노동자들은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그 유토피아에 열광하는 대중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계산의 마법적 산물로 무조건 받아들인다
- 이 책 서문 중에서 -
즉, 저자에게 "알고리즘"은 대중이 "마법적 산물로 무조건 받아들이는" 어떻게 보면 종교적인 무언가를 뜻하는 것입니다.
아비트리지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가장 큰 차별점은 "아비트리지"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아비트리지, 다른 말로 농촌에서 밀을 싸게 사서 도시에서 비싸게 파는 무역상 처럼 서로 다른 시장을 레버지리 삼아 수익을 창출하는 전형적 사례다. 결국 아비트리지는 언제나 시간과의 싸움이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가격 차이를 선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에게 이 시간은 100만분의 1초 단위로 측정된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를 초단타매매 high frequency trading HFT라고 부른다.
- 5장 비트코인 헤아리기 -
먼저, 미국의 IT 대기업들은 지식을 축적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구글이 검색엔진 회사에서 출발했던 것처럼,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에게 다가갈 지식을 축적했고,
기술적 지식의 축적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검색엔진의 형태에서 나아가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도구와 구조를 갖춘 기술적 존재로 진화하는 것이다.
- 2장 스타 트렉 컴퓨터 구축 -
그 축적된 기술은 인간에게 친밀함을 주는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알고리즘은 이진법 공간보다 인간에게 훨씬 더 중요한 지인의 생일이나 쇼핑리스트 등 온갖 잡다한 사항을 기억하는 능력이 점점 향상되고 있다.
- 2장 스타 트렉 컴퓨터 구축 -
이는 애플의 "시리"와 같은 개인비서 서비스 형태로 나타나기에 이르렀죠.
이들 스크린과 앱이 대체되는 텔레비전보다 훨씬 더 친밀하다. 방 건너편에서 주머니, 무릎, 손으로 우리의 얼굴과 몸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아침 통근 시간처럼 더 다양한 상황과 시간에 활용한다. 더 중요한 것은 닐슨 시청률 같은 추상적 통계에서 넷플릭스 앱이 수집하는 상세 개인 시청이력으로 옮겨가면서 우리의 알고리즘적 삶에 더 밀착되었다는 점이다.
- 3장 하우스 오브 카드 : 추상화의 미학 -
이는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시리즈 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친밀한" 시청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영상물을 제작했던 것입니다.
그 다음 "알고리즘"이 아비트리지 영역으로 나아갔음을 보엽줍니다.
초단타매매 같은 일이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알고리즘", 다른 말로 IT 기술의 영향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알고리즘"은 "문화"의 형태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블록체인"기술과 "비트코인" 사건들을 일종의 문화적 발현으로 해석하고 있더군요.
알고리즘의 이면
그러나, 이런 화려한 이면에는 어두운 면이 있습니다.
심지어 작업장 온도 관련 정책( 한여름에는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보다 아마존 창고 밖에 구급차를 대기시키는 것이 더 낫거나 더 효율적이라고 여겨졌다)등 알고리즘 아비트리지에 따라 판단된다.
- 4장 카우 클리커 코딩: 알고리즘이 하는 일 -
알고리즘이 태동하게 한 클라우드를 떠받치는 모든 부분이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아직까지 자동화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사람이 떠 받쳐 줘야 하는데, 이때 인간성은 무시되고, 오로지 "알고리즘"이 구축해온 시스템을 유지하는 쪽으로만 맞춰지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의 메커니컬 터크는 훨씬 멀리 나아가 일반 산업 기반을 클라우드에 설립하고자 한다.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일감을 찾아 모여들고 이를 알고리즘이 관리하는 것이다.
- 4장 카우 클리커 코딩: 알고리즘이 하는 일 -
메커니컬 터크는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업무를 상당히 작은 단위의 일로 쪼개서 사람들에게 맞기는 개념입니다.
문자인식기술로 판별하기 힘든 고문서의 글자를 판별해주는 것 같은 일 말입니다.
특별히 취직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 집에서 시간이 날때 남는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인간성을 무시하는 부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사람이라기 보다 거대한 컴퓨터의 부속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카우클리커>는 소셜 게임에 대한 비판이지만 동시에 알고리즘이 어떻게 모든 전문적 분야와 사회적 분야의 규칙을 재구축하는지 보여준다.페이스북, 링크드인 등 관련 플랫폼은 사회적 교류를 명백하게 구조화된 게임으로 희석시키고, 점수는 개인의 행동, 교류, 기타 피드백을 추적하는 알고리즘 아키텍처에 의해 집계된다. 사회적 영향, 전문적 네트워크, 친구 네트워크 모두 인터넷보다 오래된 개념이지만 이러한 관계의 의미와 적도는 이제 알고리즘 플랫폼에 의해 형성되고 규정된다. 페이스북이 '친구'란 무엇인지 대놓고 규정하지는 않겠지만 그 대단히 성공적인 플랫폼을 통해 내가 얼마나 많은 친구가 있는지 말해주고 새로운 친구를 제안해줌으로써 강력한, 때로는 중독성 있기까지 한 암시적 정의를 내려준다.
- 4장 카우 클리커 코딩: 알고리즘이 하는 일 -
페이스북 플러그인으로 징가라는 회사의 게임들이 큰 유행을 탔고 상당히 많은 돈을 벌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때 이를 비판하기 위해서 "카우클리커"라는 페이스북 플러그인 게임이 나왔습니다.
그냥 해당 페이지에 가서 6시간에 한번씩 "소"를 클릭해주면 소가 성장하는 것입니다. 말도 안되는 이 게임이 그래도 꽤 인기를 얻게 되었고, 저자는 이를 "알고리즘"의 이면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방식 자체가 변화한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이는 "니콜라스 카"가 그의 저서에서 주장한 내용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IT기술의 발전이 우리 인간이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 영국의 생물학자인 영 J.Z. Young은 1950년 BBC에서 방영된 강연 시리즈에서 뇌의 구조는 실상 주어지는 임무에 따라 적응하며 끊임 없이 변화하는 상태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의 뇌 세포는 사용할수록 말 그대로 더 커지고 발전하며, 사용하지 않으면 줄어들거나 사라져버린다. 따라서 모든 행동은 신경조직에 영구적인 흔적을 남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성인의 뇌가 변하지 않는 물리적 조직이라는 생각은 뇌를 기계적인 장치로 보는 산업혁명 시기에 탄생해 지지를 얻었다.
- 성인의 뇌는 단순히 변하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잘 변한다. 또는 머제니치가 말했듯이 대대적으로 변한다.
니콜라스 카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우리 뇌는 "가소성"이라는 성질이 있다고 합니다. 주변 환경과 받아들이는 정보의 형태에 따라서 뇌의 구조가 바뀌는 것이죠.
글자가 없는 당시 우리 인간의 뇌는 긴 문장과 이야기를 기억하기 좋은 구조였을 것입니다.
글자가 발명되어서 글을 읽을때, 처음에는 띄어쓰기 없는 글을 썼었는데요. 이 때는 소리를 내서 읽어야 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띄어쓰기가 생기면서 소리를 내지 않고 글을 읽으니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쿠텐베르그의 인쇄술에 힘입어 인류 문명을 급진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고백록"에서 기원전 380년 무렵 밀라노의 암브로스 주교가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을 보고 느꼈던 놀라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그가 독서를 할 때 눈은 책장 위를 훑고 있었고 그의 심장은 그 의미를 탐색하고 있지만 소리를 내지 않았고 혀도 움직이지 않았다. " 이어 그는 "종종 우리가 그를 만나러 갈 때 우리는 그가 이처럼 침묵 가운데 책을 읽는 것을 보았고 절대 소리내어 읽지 않았다"고 적었다. ...
오늘날에는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초기 기록에서는 단어 사이의 띄어쓰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니콜라스 카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그러나 현재 우리는 책을 읽지 않아도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IT기술이죠, 이 책에서 말하는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선사해준 그것입니다.
우리가 온라인에 있을 때 하지 않는 행동 역시 신경학적인 결과를 낳는다. 불꽃을 만드는 뉴런들이 함께 묶이듯이 불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뉴런들은 연결되지 않는다. 웹 페이지를 훑어보는 데 시간을 보내느라 책 읽을 시간이 사라졌듯이, 작은 글자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시간 때문에 문장과 절을 지어내는 데 투자하는 시간이 사라졌듯이, 링크들 사이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느라 보내는 시간이 조용한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몰아냈듯이 오래된 지적 기능과 활동에 사용되던 회로들은 약해지고 해체되기 시작했다. 뇌는 사용하지 않는 뉴런과 시냅스를 더욱 긴급한 다른 업무 수행을 위해 재활용한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시각을 얻지만 오래된 것은 잃어버렸다.
니콜라스 카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알고리즘"으로 인해 인류는 깊이 사고하는 습관을 잊어버린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유리감옥"이라는 저서에서 "니콜라스 카"는 인간이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나갈 것이고, 휴대폰 화면, 즉 "유리 감옥"에 갖힌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 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럼 이 책의 제목 "What algorithm want"처럼 "알고리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저자는 우리에게 이 질문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알고리즘"이 이러할 진데, .... 그 원하는 것이 무엇일것 같은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 "레이 커즈와일" 같은 사람은 인류의 진화에 "특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무어의 법칙" 등을 원인으로 들면서, 인공지능과 여타 기술의 발전이 극단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결과 인류는 지금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진보를 이루어 낼것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나 "스티브 호킹" 같은 사람들은 암울한 미래를 예측하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결국 인간에 해를 줄 것이라는 이야기죠.
하지만 위와 같은 주장들은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을 직시하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특이점의 신화"같은 책에서 저자는 인공지능은 "강한 인공지능"(인간의 지능 자체를 모방한 인공지능)과 "약한 인공지능"(인간의 인지 기능 일부를 모방한 인공지능)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우리가 발전시키고 있는 것은 후자 즉 "약한 인공지능"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특이점을 지나치며 급진적인 발전을 이루는 상황은 생기지 않을 것이고 극단적으로 희망적이거나 절망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알고리즘"이 원하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발전시켜나가가고 있는 사람들의 욕망이 있을 뿐입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스스로를 제어하고 문화를 발전시켜 왔듯이,
앞으로 "알고리즘"의 발전에 대해서도, 스스로의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가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