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행 가이드 역할을 한다거나 유럽 관광지에 대한 설명이 많은 여행 에세이는 아니다. 요사이 유행하는 어머니와 떠나는 유럽 여행에 대한 책도 아니다.
오히려 어머니를 담낭암 말기로 떠나보내고 혼자 떠난 한 달 간의 유럽여행 이야기이다.
YOLO 열풍이 불면서 안 그래도 뜨거웠던 해외여행이 더욱더 인기를 끌고 있다.
여행은 이제 많이 보편화되어 6개월 아니 1년 이상을 여행하는 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세계 일주를 비롯해 남들이 가지 않는 곳들, 혼자가 아닌 가족이나 심지어 마을버스를 가지고 여행하기도 하고, 한복을 입고 여행을 하는 수많은 여행 속에서 단순한 한 달의 유럽 배낭여행이 눈길을 끌기 어려울 것 같았다.
'대학생들도 방학 때나 직장인들도 이직 기간에 쉽게 떠날 수 있고 이제는 특별하지 않은 한 달의 유럽여행이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담낭암 말기로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라" 라는 마지막 말을 용기삼아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게 되지만, 왜 유럽이었는지는 자신도 잘 몰랐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거창한 이유를 대며 유럽으로 긴 여행을 떠나지만 솔직히 저자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막연히 가고 싶고, 작은 기대들이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를 떠나 보내고 시작된 여행이지만, 여행의 곳곳에서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책은 그렇게 현재와 과거를 번걸아 가며, 여행하는 현재와 그로 인해 떠올리게 되는 과거 어머니와의 일화를 들려준다.
책은 상당히 많은 사진이 곁들여져 있다. 특히나 한사진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는데, 보는 순간 몽퇴르임을 직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책에 있는 사진은 뒤의 목록에서 어느 도시인지 확인할 수 있는데, 몽퇴르가 맞았다! )
처음 떠난 여행의 2주가 지났을때의 느낌을 적어둔 것을 보면서 나의 첫 유럽여행이 떠올랐다. 나의 여행은 절반이 지나는 순간 돌아갈 날이 너무나 빠르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쉬었는데, 여행의 절반이 남았다고 기가 질린다는 것이 독특하게 생각되었다. 이렇게 여행의 시간이 흐르면서 겁이 많고 낯설어 했던 저자가 점점 당당한 여행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 남들이 하는 것을 하는 것은 식상한 거라고 말하며, 독특하고 색다른 것만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여행에서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떻게 느꼈느냐고, 이것이 특별함을 만든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
파리에서 에펠탑을 굳이 안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여행을 다니면서 저자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실 자신은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어머니의 딸이다.
여행이 저자에게 끼친 영향은 매우 컸다. 여행 이후 조금 달라졌다고 했지만,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법,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법은 그녀의 인생에서 조금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흔한 한달의 유럽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여행이 중요한 것은 기간과 어디를 갔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느꼈느냐 이고, 그 것을 통해 삶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이 인생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분들에게 솔직한 여행 이야기를 전달하는 책으로, 최근 가까운 사람을 떠나 보낸 분들에게 여행을 통해 함께하고 이겨내는 과정을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