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흔들리고 불안한 중년들을 위한 현실적 조언
20대와 30대에는 자기만의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40대에는 시험 시간이 이미 절반이나 지났고 이제까지 써내려온 정답이 오답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이때 그냥 나를 포기하고 싶어진다. 자기만의 스토리는 고사하고 타인의 스토리에 맞춰 살기에만 급급하게 된다. 그렇게 소시민으로서 자기를 합리화한다. 여기서 포기하면 그때부터는 그저 그런 중년 아재가 된다. 아재 개그나 거듭하며 늙게 된다. 『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는 그렇게 마흔앓이로 흔들릴 때마다, 자포자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써내려간 자기 고백이다. _본문 7~8쪽
tvN <비밀독서단> 등에 출연 중인 방송인 신기주가 본업인 남성지 에디터로서의 내공을 십분 발휘해 ‘남자의 불안과 욕망’을 파고들었다. 그중에서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가장 처절하게 체험하는 나이, 40대의 이야기를 다뤘다. 저자는 ‘마흔앓이’라고 불리는 이 과정을 실패의 잔해들 속에서 나를 찾는 행위로 인식한다. 안정적인 직장과 가정이 있지만 청춘에 대한 아쉬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칫 자기 자신을 포기할 수도 있는 바로 그 시점에 필요한 이야기다.
40대의 스토리는 이미 많이 쓰였고 잘못 쓰인 곳도 많아서 고쳐 쓰기가 어렵다. 정처 없이 흔들리던 마흔앓이의 끄트머리에서 『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를 정신없이 써내려간 이유다. 40대에 다시 나만의 스토리를 되찾고 싶었다. _본문 9쪽
수년째 남성지 편집부에 몸담고 있으면서 정작 ‘남자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를 묻지 못했다는 저자는 이 책을 기회로 삼는다. 다음 스토리볼에서 누적 조회 수 250만을 기록한 연재물이 씨앗 원고가 된다. 저자는 여기에 자신의 스토리도 가감 없이 담기로 한다. 자신의 인생을 고백하는 것만이 남자의 인생을 논할 수 있는 방법임을 깨닫는다. 한 아이의 아빠이자 뜨거운 남자, 냉철한 기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40대 중년, 바로 자신의 ‘마흔앓이’를 마주하는 일이다. 아빠와 남자 사이에서, 본능과 제도 사이에서,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희미하게나마 답을 찾게 된다.
40대 아빠는 20대 청년이나 60대 아버지와는 다르다. 남자와 아빠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한다. 마음속 깊은 곳에선 여전히 남성 호르몬이 들끓는다. 스스로 남자라는 걸 증명하기 위한 전투에 나서고 싶다. 세상과 맞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고 싶다. 40대 남자라면 그래야 마땅하다. 동시에 아빠로서 살고 싶다. 세상에서 인정받는 것보다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더 소중하다. 둘 다 지킬 수 있으면 더 좋다. 때론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_본문 53쪽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는 남자
아직, 선택할 수 있다
저자는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속 인물들로부터 40대 남자들이 흔히 겪는 삶의 주제들을 이끌어 낸다. 영화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은 절망으로 세상과 맞선다. 만화 <슬램덩크>의 윤대협은 멋지게 질 줄 아는 선배의 표상이 된다. 20대 혹은 30대에 함께했던 대중문화 속 영웅들이라 공감의 폭은 더 크다. 욕망 대신 품격을 지킨 남자의 우아함을 이해하는 순간,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에서 나의 좌표가 확인된다. 배트맨이 되고 싶었던 소년이 악당 조커를 이해하는 40대 중년이 되었지만, 이 쓴맛 나는 깨달음이 40대의 특권일 수 있다.
조커는 하비 덴트 앞에서 이런 궤변을 늘어놓는다. “계획은 가짜야. 질서도 가짜야. 모두가 조작된 것들뿐이지. 난 무질서를 만들어서 질서가 가짜라는 걸 보여줘. 난 무질서의 대행자야. 무질서는 공평하거든. 모두가 혼란스럽지.” 선거 결과를 보면서 선택의 허무를 느꼈다. 거짓 질서가 진짜 진실을 가렸다. 조커한테 끌리는 40대 아저씨를 발견했다. _본문 106쪽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능하고 비겁한 자신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했지만, 저자가 40대 남자에게 요구하는 다짐은 단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전장에서 물러서지 말라는 것이다. 균형을 잃고 흔들릴지언정 끝끝내 경계 위에 서 있는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고 희망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마주한 모든 패배와 함께 살아가는 게 40대 남자, 아니 인간의 운명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건 실수를 하지 않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올 이즈 로스트>의 남자처럼 말이다. 늙은 남자는 현명한 게 아니다. 불굴의 의지를 갖게 될 뿐이다. _본문 228∼229쪽
프롤로그: 당당한 마흔앓이를 위해
1부 그렇게 기로에 서다
호두과자와 브루스 웨인
외로움과 결핍감 사이의 줄타기
- 남자는 왜 뮤즈가 필요한가
가족의 관계를 그리워하는 사회
40대 남자는 아빠다
- 남자는 왜 길을 묻지 않는가
2부 스스로 구원하라
괴물의 눈물
진짜 젠장
- 남자는 왜 여왕에게 충성하는가
조커의 승리
켄신으로 살아남기
- 남자는 왜 수염을 기르는가
3부 본능에도 이유가 있다
세상과 세상의 틈
무언가에 미쳐야 산다
- 남자는 왜 미식에 빠지는가
자신만의 플레이를 찾아라
욕망과 품격 사이
-남자는 왜 근육을 키우는가
4부 아직, 선택할 수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거짓 자유를 이어갈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 남자는 왜 허세를 부리는가
삶이 다했을 때 후회하지 말라
뒤늦게 철이 드는 남자
- 남자는 왜 정치판을 기웃거리는가
‘관심’이라는 철갑 수트
이제는 선택할 시간
- 남자는 왜 피규어를 사 모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