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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인터뷰

팀 오라일리와의 인터뷰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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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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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BIT

12,512

인터뷰 담당자의 한마디: 오라일리사의 사장인 팀 오라일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리고 신간센 고속기차를 타는 것에는 유사점이 많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고 있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많은 것들을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더 그렇다. 팀 오라일리와 한 번이라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다면 그가 항상 새로운 기술을 추구하고 있는 사람이란 사실에 쉽게 수긍할 것이다. 그와의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나는 녹음 테이프를 준비했다(아직까지 나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인터뷰를 한다). 이 인터뷰에서 나는 그와 함께 오라일리에서 후원하는 컨퍼런스 주제인 iPod에서 웹 서비스에 이르는 영역을 이야기했다. 이 분야에 대한 팀 오라일리의 생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인터뷰기사를 끝까지 읽어보기 바란다.

제니퍼 백켄도르프: 썬의 지니(JINI) 드림을 실현해준 랑데부(Rendezvous)에 대하여…

팀 오라일리: 요즘들어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애플에서 새롭게 선보인 랑데부(Rendezvous)라는 기술이다. 이는 애플리케이션과 디바이스가 지역적으로 혹은 논리적으로 근접해있을 경우 자동적으로 서로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이러한 개념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4~5년간 작업해왔던 것으로 일반적으로 본다면 썬 마이크로시스템즈가 이 분야의 선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업계 몽환가 중에 하나로 통하는 빌 조이(Bill Joy)는 이미 초창기부터 이에 대한 수요를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다. 참고로 지니 프로젝트(JINI project) 전체가 추구하는 것도 바로 각각의 디바이스가 서로 연결되어 함께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첫 구현에서처럼 지니 또한 너무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다. 최근들어 JXTA를 영입하는 등 썬이 계속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또한 최근 2~3년 들어서는 P2P 파일-공유 영역에도 놀랄만한 혁신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무수한 아이디어가 사장되기도 했지만 이때 나왔던 많은 아이디어 중 어떤 것은 현재 주류를 형성하는 핵심이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UpnP(Universal Plug and Play)라는 기술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랑데부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하자면 랑데부의 진짜 장점은 이것이 간단하다는데 있다. 너무 간단해서 많은 해커들이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정도이다. 또한 랑데부는 기존의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 상당 부분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디바이스와 프로그램이 어떻게 서로 서로를 검색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에 해답도 일러줄 수 있다. 랑데부의 기본 개념은 컴퓨터들이 함께 동작하게 설정해 놓아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에 있다. 이러한 개념은 요즘들어 내가 자주 언급했었던 패러다임의 전환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이제 컴퓨터는 독립형(stand-alone) 디바이스가 아니라 네트워크로 묶인 집합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과거 십 여년간의 노력으로 인터넷은 업계의 선두적 입지에 오르게 되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인터넷이 개인용 컴퓨터의 부가 장치로서 인식되는 정도로만 각인된 것도 사실이다. 이제 개인용 컴퓨터는 각종 디바이스와 다른 컴퓨터, 서비스로 복잡하게 얽히게 되었으며 애플리케이션 디자인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제 애플은 랑데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아주 단순한 아키텍처를 갖게 되었다.

제니퍼 백켄도르프: iPod와 디지털 권리를 둘러싼 투쟁에 대하여…

팀 오라일리: 온라인 음악 공유와 관련해서는 정말 재미있는 사건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의 과대 선전이 사그러져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P2P는 아직 변화의 여지가 남아있는 기술이다. 기술 발전을 저지하는 법적 규제가 아직까지는 많이 남아있만 상황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 확실하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디바이스를 이용해 음악에 접속하고자 한다. 일단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구입했을 경우 자연스럽게 그들은 자신이 구매한 음악을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서 듣고싶어 할 것이다. 차 안 혹은 핸드헬드를 통해 듣던지 간에 일단 구매한 음악에 대해서는 다시 그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은 이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음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권리를 둘러싸고 전면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 애플은 이러한 투쟁에 앞장서서 있으며 "Rip. Mix. Burn."이라는 캠페인 문구를 통해 소비자들이 구매한 음악에 대한 통제권을 갖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레코딩 업체들도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단순하게 기술발전을 저지하기 보다는 이러한 시대적 조류를 인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지금 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레코딩 업체들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기술발전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음악과 관련된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컴퓨터를 도대체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가? 지난 20여년 간 “컴퓨터는 사무용 애플리케이션”이라는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패러다임은 사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혁의 물결이 어디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는가? 바로 웹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웹에서는 어떤 데이터든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의 상당수는 바로 소비 데이터이다. 현대인들은 웹을 통해 쇼핑뿐만 아니라 eBay에서처럼 자신이 가진 불필요한 물건(중고품)을 사고파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생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터넷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벼룩시장도 열 수 있게 해주었다. 인터넷이 핵심 기술이 될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그리고 이러한 웹 이후의 새로움 패러다임은 냅스터에서 시작되었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직면하게 될 골치거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현실세계에서 이제 소비자들은 이러한 디지털 자산 모두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현대인들에게 온라인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지금부터는 iPhoto와 iMovie 같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다. 이 두 가지는 웹이나 냅스터와 같은 것들에 비해 훨씬 개인적이다. “소비자들의 음악 관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애플은 ‘iTunes’라는 해답을 제시했다. 스티브 잡스가 맥월드(Macworld)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음 세대에서는 랑데부와 완전히 통합해 ‘디지털 허브’를 생성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더 많은 발전을 이룩할 것이다. iPhoto와 iMovie가 개인 고유의 디지털 자산을 생성해내게 될 것이라는 것에 반해 iTunes는 다른 사람이 제공한 데이터를 다룬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파일 공유는 나쁜 짓이죠. 당장에 이러한 행위를 금지해야 합니다. 바로 파일 공유 같은 것 때문에 표절이 널리 용인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던 사람들은 사진이나 자신이 생성해낸 디지털 자산을 쉽게 공유하게 해주는 기술과 그들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술이 똑같은 기술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우리는 정말 막다른 골목에 와있다고 할 수 있다. 정보 공유가 소비자들에게 있어서는 아주 바람직한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계와 영화계는 실제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흔히 사용되는 그러한 기술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제니퍼 백켄도르프: 인터넷 운영체제와 웹 서비스의 미래에 대하여…

팀 오라일리: 이제 인터넷에 적합한 운영체제를 정의해야 하는 시기에 왔다. 그렇다면 다시 “운영체제란 무엇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 운영체제는 하드웨어라는 상당히 제한된 집합을 통제하는 것을 지칭했었다. 이러던 것이 관리해야 할 복잡한 하드웨어가 넘쳐남에 따라 점점 더 그 영역이 확대된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의 폭발적 성장으로 우리는 이제 엄청난 수의 디바이스를 관리해야 한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는 “좋습니다. 여러분과 협정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여러분들에게 고수준의 추상화(윈도우 API)를 제공할 것이며 수 백 가지의 디스크 드라이브와 수 천 개의 메모리 카드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해주겠습니다.”라는 말을 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말대로 그들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작업환경을 제공해주었고 사람들은 그 말에 쉽게 동조했다. 결국 그 결과 사람들은 점점 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많은 지배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권리를 기꺼이 포기해가면서 그 제품만을 이용하게 된 것이다.

이제 인터넷도 이와 비슷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죄송합니다. 그런 디스크 드라이브는 지원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에 골머리를 앓았던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은 이제 “웹 사이트에서 그 데이터에 접근하려고 했지만 지원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현재 스크린 스트래핑(screen scraping)과 같은 원시 웹 서비스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제 일반인들도 웹 사이트에서 원격 데이터 소스로 드라이브를 효율적으로 작성할 수 있다. 현재 웹 서비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은 이와 같은 임시방편적인 서비스들을 우리가 정형화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다음 단계에서 사람들은 “좋아, 이제 나는 이 모든 서비스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구축할 생각이야. 그건 서비스로서의 원격 웹 사이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지”라고 말할 것이다. 실제로 그런 운영체제가 어떤 형상을 갖추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한 것이 곧 출현하게 되리라는 것에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운영체제는 프로세서(CPU)를 통해 상이한 디바이스와 지원 플레이어를 관리했다. 그러나 지금은 운영체제가 상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립 컴퓨터들간의 관계를 관리하고 모든 관련 서비스를 조합하는 방법을 작성해야 한다.

현재 인터넷의 진화를 부추기는 여러 가지 심도 깊은 기술적 경향이 존재하고 있다. 접속의 범용성과 저렴한 로컬 스토리지를 비롯하여 큰 캐시도 마음만 먹으면 구비할 수 있다. 조만간 일종의 개인 신상정보를 담은 카드나 생물학적 신분증과 같은 것들이 선보일 수도 있다. “여기에 저에 대한 정보가 모두 다 들어있습니다. 저를 플러그에 꽂아만 주시면 됩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보게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일단 이와 같은 일이 실현가능하다고 가정한다면 과연 어떤 종류의 디바이스가 필요한지에 관심이 가겠지만 진짜 문제는 우리의 개인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할지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로 이와 같은 정보들이 연결될 수 있는지에 있다.

제니퍼 백켄도르프: 기업들이 고수하는 유닉스에 대하여…

팀 오라일리: 개인적으로 나는 유닉스 계열에 익숙하고 그 계열을 계속 연구하는 사람이다. 이제 리눅스와 유닉스는 확고한 운영체제로 자리잡은 듯 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핵심 아키텍처와 커널이 있지만 사람들은 유닉스가 전혀 관련되지 않은 부분들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이 그저 함께 동작하는 작은 협력 도구들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닉스가 추구하는 철학은 “모든 부분을 통제할 수는 없다. (인터넷의 경우라면) 그냥 선량한 네트워크 구성원이면 되고, (로컬 프로그램의 경우라면) 훌륭한 운영체제로의 역할만 잘 해내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상황이 복잡해질수록 더욱 필요해지게 될 지도 모른다. 동시에 모든 리소스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이 모든 것들이 협력한다고 가정해야 한다. 이와 비슷한 종류의 서비스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다면 이미 인터넷에 이와 관련된 많은 서비스들이 나와 있다(최소한 원시 형태의 서비스라도 볼 수 있음). 가끔씩 이런 서비스는 처음부터 다른 사람이 만든 비슷한 서비스에 의해 대체될 수도 있다. 그리고 상당수의 사이트가 고유의 검색 엔진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글은 로컬 검색 엔진보다 웹 사이트에서 더 훌륭한 탐색 기능을 제공할 것이다(인터넷 운영체제의 검색 컴포넌트이므로).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로 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으며 실제로 이런 생각들을 정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지향하는 비전에 대해 사람들이 회의적이고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전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디에서부터 통제가 시작되는지를 파악하여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해왔고 일단 통제력 하에 들어 온 자료는 상업적으로 잘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제니퍼 백켄도르프: 닷넷 마이서비스, 패스포트, 아마존닷컴의 원-클릭

팀 오라일리: 마이크로소프트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려는 시장의 노력은 다음과 같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저수준 닷넷 프레임워크를 개시함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반인이 아니라 프로그래머들이 이용해주기 바라는 고수준의 서비스, 닷넷 마이서비스에서의 성공을 더 기대하고 있었다. 이 서비스 중의 일부로 패스포트가 있는데 이는 유일한 신원관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신원관리 시스템은 초기 구현에 있어 마이크로소프트 측에 너무 많은 통제를 주기 때문에 시장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의 신원 관리가 인터넷 운영체제의 핵심 관문 중에 하나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왜 그 중요한 것을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두 맏아서 하려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더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컴퓨터에서의 신원 관리와 신용카드에서의 신용 관리가 얼마나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부터 설명해보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패스포트는 그 중요도에 있어 아맥스(American Express)에 뒤쳐지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마스터와 비자 같은 신용카드사가 추구하는 것 이상이다. 두 회사는 같은 시스템과 규칙들을 사용한다는 것에 이미 동의를 하고 있고 이미 어떤 서비스는 서로 공유하고 있기도 하며 이러한 서비스는 실제로 비영리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신용 카드의 어떤 신원 발행자도 실제로 인프라스트럭처의 핵심을 통제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는 위에서 언급한 비자나 마스터카드 모델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각각의 정보 하나 하나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한 통제자가 전적으로 통제권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하나 이상의 신원 시스템에 이미 사인을 한 사람들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넷으로 연결된 사람들은 최소한 하나 이상의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고 있는 것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소유한 고객들은 패스포트라는 신원을, AOL 고객들은 AIM이라는 신원을 가지고 있다. 아마존에는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자신들의 신용카드 사용을 허가하도록 설정해놓은 고객들이 이미 많이 있다. 이는 페이팔(PayPal)이라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상황은 상호운용성의 수준을 천천히 증가시켜가면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은행의 자동입출금기(ATM)가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것과 같이 말이다. 누가 시러스(Cirrus)와 뉴욕 현금 교환소(New York Cash Exchange)의 정확한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겠는가? 예로 든 두 네트워크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이 두 시스템은 “우리는 상호운용적이다.”라는 전제 하에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어떤 시점에 이르러서는 상대적으로 고객들에게 투명성을 보장하게 된다. 때때로 현금 입출금기가 “죄송합니다. 고객님의 거래은행이 가맹점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똑같은 네트워크로 연결되기 보다는 그냥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다.

제니퍼 백켄도르프: 최첨단 기술 컨퍼런스에서 주목되는 기술 선도자들(Alpha Geeks)

팀 오라일리: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들은 전적으로 내 생각에서 나온 것이기 보다는 독자들을 포함하여 오라일리를 이끌어 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나온 것이 많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야 말로 미래를 창조해나가는 사람들인 것이다. 기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때 해커들이야 말로 시스템이 엉망이 되지 않게 미연에 경고를 보내주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해커들은 일반 사용자들보다 컴퓨터 활용능력이 탁월하므로 향후 몇 년 후에나 상용화될 기술도 미리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해커들은 가정용 안테나를 사용해서 무선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이미 자신의 네트워크 영역을 확대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제 우리는 고성능 200 mA 802.11b 카드와 802.11g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펄로 복잡하게 얽힌 웹은 미래의 모든 웹 서비스를 예시해준다고 볼 수 있다.

오라일리에서 주최하는 최첨단 기술 컨퍼런스(The O"Reilly Emerging Technology Conference)는 바로 이와 같은 신기술을 기본 바탕에 두고있다. 세부 주제별로 개최되고 있는 기타 오라일리 컨퍼런스와는 달리 이 컨퍼런스는 진정한 기술 선도자들이 현재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전시하는 잔치인 것이다. 그래서 이 행사의 열기는 실로 대단하다. 참석자들은 연설자 뿐만 아니라 다른 참석자들로부터도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오라일리 주최 최첨단 기술 컨퍼런스에서는 과거 컨퍼런스 주제로 다루었던 P2P와 웹 서비스를 비롯하여 ‘인터넷 운영체제’ 전반에 대한 개념과 랑데부, ad hoc 네트워킹과 무선 매커니즘에 대한 토론의 장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컴퓨팅에 적합한 생물학적 모델, 복잡한 이론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비롯하여 해커들의 머리속에 있는 혁신적인 생각들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라일리에서 주최하는 컨퍼런스가 해커들만을 위한 컨퍼런스라는 말은 아니다. 투자자와 기업가들에게 있어서 이와 같은 최첨단 기술 선도자들을 지켜보는 자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여 앞으로 그들이 매진할 분야를 탐색할 수 있는 호기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최고기술경영자(CTO)와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들에게 있어서는 선두 위치에 있는 사용자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이와 같은 자리를 통해 이해할 수 있고 필요한 기술은 잘 통합하여 작업의 능률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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