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불법 감청 프로그램인 아르시에스(RCS)를 구입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한동안 침묵했다. 이들은 7월14일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해킹 의혹 관련 보고를 한 뒤에야 입을 뗐다. 보도 내용은 대체로 “해킹 프로그램 구입은 대북용” 등 국정원의 해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대신 해명과 정쟁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단편적인 리포트에만 귀를 기울여서는 사건의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없는 우리의 언론 환경을 보여주는 사례다.
매체 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가 써낸 <나쁜 뉴스의 나라>는 말 그대로 ‘나쁜 뉴스의 나라’에 사는 뉴스 소비자들에게 뉴스를 읽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미디어오늘에 ‘뉴스 파파라치’란 제목으로 연재한 글들을 묶었다. 매체 비평 전문지의 기자답게 보통의 기자들이 일하는 현장, 실제 언론 보도와 그 이면까지 비추는 풍부한 사례들을 제시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나쁜 뉴스’가 만들어지는 실태는 실로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가려보기 위해서 뉴스 소비자들도 뉴스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봐야 한다. 텍스트만 보지 않고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거나, 언론이 구사하는 다양한 ‘현실 재구성’의 방법들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2013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불었을 때, 일부 언론은 대자보의 필자가 진보정당의 당원이었다는 사실을 들어 이를 ‘운동권의 선동’인 것처럼 몰아갔다.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공격해 메시지를 사라지게 만드는 방법인 셈이다. 이밖에도 재벌이 뉴스에 가하는 입김, 뉴스를 가장한 광고, 자사 이기주의 보도 실태로부터 저널리즘과 멀어지는 ‘뉴스의 미래’까지, 우리 언론이 지닌 거의 모든 문제점들을 훑어볼 수 있다.
지은이는 “화려한 말의 성찬 뒤에 숨은 나쁜 뉴스의 진짜 생각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 자본, 회사가 휘두르는 외압이 아니라 뉴스에 대해 따져 묻는 독자들의 외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출처: ‘나쁜 뉴스’ 뒤에 숨은 ‘진짜 뉴스’ 읽는 법(한겨레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이전 글 : CNC 라우터 파트와 함께 만드는 우클레레
다음 글 : 버그헌팅과 모의해킹을 왜 달리 생각할까?
최신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