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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출판네트워크

디지털라이프

퍼즐 이야기 - 신기한 삼각형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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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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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BIT

15,489

제공 : 한빛 네트워크
저자 : 임백준
출처 : 누워서 읽는 퍼즐북

다음 그림을 잘 들여다보기 바란다. 위에 있는 삼각형은 4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4개의 조각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바꾸어서 아래에 있는 삼각형을 만들었다. 4개의 조각은 물론 원래의 형태나 크기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래에 있는 삼각형은 물음표로 표시된 부분이 비어있다. 도대체 이 한 칸의 면적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림1

4월 중순에 있는 아이들의 봄방학을 이용해서 버지니아에 있는 부쉬가든BuschGarden이라는 놀이동산에 간 적이 있었다. 플로리다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에 있는 극장이나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Ripley"s Believe It Or Not 박물관에 있는 극장에 가면 여러 가지 4D 영화를 상영하는데 부쉬가든에도 그러한 영화를 이용한 놀이 기구가 상당히 많았다. 4D 영화란 안경을 쓰고 보는 3D 영화에 일종의 물리적인 체험을 결합한 것이다. 예를 들어서 영화 속에서 비가 오면 극장의 천정에서 가볍게 물을 뿌리고, 공룡이 포효를 하면 귀 밑에 바람을 불어넣고, 쥐떼가 등장하면 발밑에 어떤 것이 실제로 지나가게 만드는 등의 효과를 주는 것이다.

우리가 부쉬가든에서 탄 놀이기구의 하나는 어두운 성의 저주Curse of Dar Kastle라는 이름을 가진 4D 시뮬레이션이었다. 50명 정도의 사람이 들어찬 어두컴컴한 극장은 좌석 자체가 롤러코스터 기구처럼 허공에서 상하좌우로 움직였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대형 입체화면에서는 하나의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관객의 시각신경을 사정없이 교란했다.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개미처럼 작은 존재가 되어 조그만 상자 안에 갇힌다. 그리고 아이들의 손에서, 절벽을 달리는 말의 등 위에서, 하늘을 나는 새의 발톱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얼마나 실감이 나는지 예컨대 상자가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질 때는 정말로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이성은 몸이 극장의 좌석에 단단하게 묶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경은 뇌를 향해서 자유낙하의 절망을 호소했고, 뇌는 한없이 전율했다.

5분 정도 진행된 진땀나는 놀이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에 밝게 빛나는 태양이 떠 있었고, 땅은 견고하게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겨우 마음이 가라앉아서 "그것 참 실감하는 놀이군", 하고 웃을 수 있었다.

우리는 몇 년전에 영화<매트릭스>를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모조리 시뮬레이션 된 세계가 아닐까"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시뮬레이션 되고 있는 가상의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을 가능성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서 스웨덴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설정처럼 진짜가 아니라 시뮬레이션 된 가상세계일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은 논리를 주장했다.

a. 인공지능을 갖춘 개인이 포함된 정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문명이 발생하는 것이 가능하다.
b. 그러한 능력을 갖춘 문명이 있다면 그들은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나 혹은 연구 활동을 위해서) 시뮬레이션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예컨대 수십 억 개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수만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c. 그러한 시뮬레이션 속에 존재하는 개인은 자신이 처한 환경이 시뮬레이션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시뮬레이션 속의 개인은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이 "진짜 세상"이라고 믿은 채 일상적인 삶을 살아갈 뿐이다.

잘 생각해보면 이런 주장은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다. 보스트롬이 말하는 시뮬레이션의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이미 가상의 세계에서 더많은 삶의 의미와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을 흔히 접하고 있다. 게임에 빠져 폐인놀이를 하는 사람들, 인터넷에서 댓글놀이에 심취한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에 속한다. 그들에게 가상의 세계는 결코 현실의 시뮬레이션이 아니다. 그들에게 가상은 현실이다. 우리가 보스트롬이 말하는 이러한 문명이 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했을 때, 그가 제기하는 궁극적인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1) 우리는 인공지능 시뮬레이션을 창조한 문명 자체이다.
(2) 우리는 수십 억 개에 달하는 시뮬레이션 중의 하나일 뿐이다.

수학적인 확률만 놓고 생각을 해보면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이 (1)일 확률보다는 (2)일 확률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높다. 우주의 탄생과 본질에 대한 비밀을 탐구하고 있는 인류는 어쩌면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 된 가상의 세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율하게 될 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것은 워쇼스키 형제가 그려낸 매트릭스의 세계이고 장 보드리야르가 말하는 시뮬라시옹의 세계다. 우리는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살고 있다고 믿지만, 우리의 그러한 믿음을 확인해 주는 것은, 불행하게도 우리의 믿음 말고 아무것도 없다. 부쉬가든의 4D 극장 안에서 상자에 갇힌 채 하늘을 나는 새의 다리에서 떨어져서 땅을 향해 수직낙하하는 사람들은 정말 수직낙하를 하는 것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물리법칙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극장 안에서 안경을 쓴 채 비명을 지르는 관객들의 뇌는 확실히 수직낙하를 경험한다. 다시 한번 물어보자. 그들은 수직낙하를 하는 것인가 아닌가?

이제 문제로 돌아가 보자. 도대체 사라진 한 칸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 삼각형 문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제의 하나로, 나는 답을 이해한 다음에도 한참동안 이 문제가 뿜어내는 신비로운 기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아마 이 문제의 답을 이해하기 위해서 각각의 도형이 차지하는 면적을 꼼꼼히 계산해 본 사람들은 미스터리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되는 것을 느끼며 당혹스러워 했을 것이다. 이 문제의 비밀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다. 문제에서 보여주고 있는 두 개의 삼각형이 삼각형의 시뮬레이션일 뿐, 실제로는 삼각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해서 다 믿을 것은 아니라는 것은 말하자면 시뮬라시옹 세계의 원칙이다. 모든 깨달음과 지식의 첫걸음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심하는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쯤이면 답을 알게 된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 문제의 정확한 답을 확인하기 위해서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눈금이 매겨진 곳에 진짜 삼각형을 그려보면, 그 삼각형의 모습이 이 문제에서 동원되고 있는 두 개의 가짜 삼각형과 미세한 차이를 갖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그림에서 위에 있는 도형은 실제 삼각형에 비해서 빗면이 살짝 안으로 들어와 있고, 아래에 있는 도형은 실제 삼각형에 비해서 빗면이 살짝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위의 도형의 빗변은 오목하고, 아래 도형의 빗변은 볼록하다. 그들은 삼각형의 짝퉁이며 진짜 삼각형이 아니다. 사라진 한 칸의 면적은 그 오목한 부분과 볼록한 부분 사이에 지렁이처럼 길게 분산되어 감춰져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로 그렇다. 이렇게 답을 알고 나서도 우리의 눈은 두 도형이 삼각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뇌를 향해서 절망을 호소한다. 자유낙하의 두려움을 호소하는 것이다. 이 문제의 답이 아직 잘 이해되지 않는 사람은 실제로 눈금이 있는 종이에삼각형을 그린 다음 문제에 나타난 4개 도형의 모양을 따라서 잘라서 옮겨보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척 재미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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