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검색 및 카테고리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한빛출판네트워크

한빛랩스 - 지식에 가능성을 머지하다 / 강의 콘텐츠 무료로 수강하시고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

IT/모바일

방 안에 놓인 책들을 둘러보니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 엿보여서 감회가 새롭다

한빛미디어

|

2010-01-04

|

by HANBIT

17,674

누워서 읽는 퍼즐북』 저자 임백준

개발자의 서재를 보여주고 좋은 책을 소개해 달라는 원고를 부탁받았다. 내 방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개발자의 서재"라는 주제에 부합할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개발과 관련해서 읽거나 참조하는 책은 대개 회사의 사무실에 둔 채 다른 사람과 공유를 하기 때문에 방 안에는 예전에 보던 책들이 놓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유명 작가의 서재를 탐방하는 내용을 담은 「작가의 방」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작가들의 경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 방 안에서 보내고 집필도 하기 때문에 방이라는 공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개발자의 경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이 아니라 사무실의 한 공간에서 보내기 때문에 개인적인 서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기는 해도 일단 원고를 쓰기 위해서 방 안에 놓인 책들을 둘러보니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 엿보여서 감회가 새롭다. 손이 쉽게 닿는 곳에 놓여 있는 책 중에서 중국 출신 박사 밍촨 초우Ming-Chwan Chow가 쓴 「Understanding SONET/SDH」라는 책이 눈에 뜨인다. 이 책은 내가 1999년에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사에 입사했을 때 당시 매니저가 읽어보라며 선물로 준 것이었다. 광통신 네트워크와 관련된 개발을 수행하던 당시에 수시로 참조했던 책으로 지금 들춰보니 곳곳에 치열하게 공부했던 흔적이 묻어있다. 생각해 보면 젊은 기운으로 충만했던 그 시절에는 공부를 제법 열심히 했다. 그 무렵에 읽었던 자바 관련 책들도 책꽂이에 여전히 놓여 있는 것이 많은데, 자바 언어와 관련된 책은 프로그래밍보다 프로그래머의 관리와 비즈니스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지금도 꾸준히 읽는다. 비교적 최근에 읽은 자바 관련 서적 중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고, 주변에도 권하고 싶은 책으로는 더그 리Doug Lea의 「Concurrent Programming in Java」, 조수아 블로흐Joshua Bloch의 「Effective Java」, 브라이언 고에츠Brian Goetz의 「Java Concurrency In Practice」, 그리고 제프 랑Jeff Langr의 「Agile Java」 등이 있다. 마틴 파울러Martin Fowler가 쓴 「Refactoring」과 오라일리 출판사에서 나온 「Head First Design Patterns(한빛미디어, 서환수 역)」도 매우 유익한 책이다.
5년 전에 루슨트를 떠나서 지금 다니고 있는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로 자리를 옮기게 된 이후에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을 하기 위해서 경제, 금융, 경영과 관련된 책을 많이 찾아서 읽었다. 월스트리트 금융계의 역사를 다룬 책들과 다소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금융관련 서적을 열심히 읽었는데, 그 중에서 90년대 후반에 미국 경제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왔었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ong-Term Capital Management의 성공과 몰락의 드라마를 담은 「When Genius Failed」라는 책과, 월스트리트라는 기묘하고 독특한 세계의 내부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한 「Liar"s Poker」라는 책은 일독을 권하고 싶다. 회사의 일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일반적인 경제에 대한 상식을 쌓고 주체적인 관점을 정립하기 위한 책도 최대한 챙겨 읽는데, 한빛비즈(주)에서 출간된 「똑똑한 돈」, 「지금 당장 환율 공부 시작하라」를 재미있게 읽었고,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의 「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 and the Crisis of 2008」과 「The Conscience of a Liberal」, 혹은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나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도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종류의 책 중에서 소설을 읽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문학동네」나 「창작과비평」 같은 문예 잡지는 나올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읽고 있으며, 민음사의 세계문학시리즈나 유명 작가의 신간도 챙겨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그러한 내용은 이 글의 목적과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이므로 생략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다만 프로그래머의 입장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순수 수학이나 퍼즐과 관련된 책도 종종 읽고 있는데 그러한 책들은 여기에서 소개를 해도 좋을 것 같다. 나의 책에서도 잠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더글라스 호프스태터Douglas R. Hofstadter 교수가 쓴 「Godel, Escher, Bach」는 뭐랄까, 도널드 카누스Donald Knuth 교수의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과 같은 책과 함께 책꽂이 한편에 놓아두고 틈날 때마다 꺼내서 읽어도 좋을만한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책 자체가 명품의 기운을 뿜어내는 드문 책 중의 하나라고 말 할 수 있다.

수학자들의 생애나 수학의 역사를 다룬 책도 좋아해서 사이먼 싱Simon Singh이 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헝가리의 천재 수학자 폴 에르디시의 생애를 다룬 「화성에서 온 수학자」, 푸항카레 추측을 해결한 페렐만 교수의 기이한 삶을 다룬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괴델의 삶을 다룬 「괴델」, 비극적인 수학 천재 갈루아의 생애를 다룬 「에바리스트 갈루아」와 같은 책을 읽었는데, 모두 주옥같은 책이다. 「누워서 읽는 퍼즐북」이라는 책에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프로그래머들이 즐겁게 읽을 만한 퍼즐관련 책으로는 피터 윈클러Peter Winkler가 쓴 「Mathematical Puzzles」와 「Mathematical Mind-Benders」를 권하고 싶다. 우리말로 번역되었는지 여부는 모르겠는데, 번역된 책이 아직 없다면 한빛미디어에서 번역을 해서 출간하는 것은 어떨지 제안하고 싶다. 소설은 언급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래도 다음 책만큼은 짧게나마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테드 창Ted Chiang이 쓰고 행복한책읽기에서 번역해서 나온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SF 단편소설집이 그것이다. 테드 창의 소설은 과학소설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조차 단숨에 사로잡을 만큼 뛰어난 구조와 힘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절묘한 설계구조를 가지고 있는 그의 단편을 읽고 매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2009년의 마지막 날이다. 요즘 들고 다니면서 읽고 있는 책은 조엘 스폴스키Joel Spolsky의 「More Joel on Software」와 공지영 작가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이며 출퇴근길의 버스 안에서는 최근에 구입한 전자책 리더reader인 아마존 킨들을 통해서 「New York Times」와 「Financial Times」,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소설을 읽고 있다. 개발자의 서재를 소개하는 글에서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책이 아닌 다른 책들을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는 독자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주변을 둘러보면 나와 같은 독서의 경향이 결코 유별난 것은 아니다. 내가 회사에서 알고 있는 프로그래밍의 고수들은 프로그래밍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책이 아니라 토마스 만, 도스토예프스키, 코맥 매카시, 그리고 할레드 호세이니와 같은 작가들의 책을 손에 들고 출퇴근을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런 책들을 읽다가 눈이 피곤해지면 잠시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새로운 코드의 내용을 다듬거나 객체를 설계하는 것이다(이에 비해서 복잡한 출퇴근길에 두툼한 기술서적을 펴놓고 꾸벅꾸벅 조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 중에서 프로그래밍의 고수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2010년 새 해가 밝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 모두에게 새 해에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라고, 지난해보다 책도 열심히 읽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
임백준님은 한빛미디어에서 「누워서 읽는 퍼즐북」, 「프로그래밍은 상상이다(2008)」, 「뉴욕의 프로그래머(2007)」, 「소프트웨어 산책(2005)」, 「나는 프로그래머다(2004)」, 「누워서 읽는 알고리즘(2003)」, 「행복한 프로그래밍(2003)」을 출간했다. 현재 월스트리트에 있는 금융회사에서 금융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으며, 뉴저지에서 아내,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TAG :
댓글 입력
자료실

최근 본 상품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