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선택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선택인 만큼 당연히 신중해야 한다. 학업을 마치고 이제 경력을 만들어가려는 사람이라면 더욱 신중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직업 선택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이 반드시 짚어봐야 하는 요인들이 있다.
이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왜 미국에서 IT 직종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지 살펴보겠다.
고용 시장이 크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대부분의 국가는 농경사회였고 따라서 농업 인력에 대한 수요가 컸다. 기계보다는 사람이나 가축을 이용하는 농업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 중 상당 부분이 농업에 종사했다. 자신의 농장을 경영하는 지주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소유지를 빌려 소작하거나 고용되어 일했다. 이 시기의 고용은 주로 지역 내에서 이루어졌다.
18세기에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에는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산업화가 고도화되어 갔다. 이 시기에는 제조업에서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컸다. 그에 따라 농어촌 인구가 도시로 대거 유입되었고, 지역 간 노동력 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 또는 지식사회로 변한 요즘은 정보기술과 지식 관련 업종에서 인력 수요가 크다. 또한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던 노동력 공급은 전국적·국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큰 경제 규모만큼 IT 전문가에 대한 수요 또한 큰 미국은 가장 큰 IT 전문가 고용 시장이다. 2010년에 이미 IT 전문가 고용 규모가 3백 5십만 명을 넘어섰다.
고도화된 산업 구조를 가진 국가일수록 다양한 산업에서 IT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미국에서 IT 전문가 채용을 진행 중인 회사나 기관들을 살펴보면, 대규모 정보기술 업체나 금융 업체들도 있지만 지역 물류 창고, 병원, 렌트카 업체, 패스트푸드 체인 지역 거점, 초·중·고교 및 대학교 등도 많다. 이 같은 구인 현황은 산업 곳곳에서 정보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IT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몇몇 대도시에서는 특정 기술을 보유한 전문가를 찾기 위해서 몇 개월씩 기다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뉴욕 시에서는 자바 개발자가 5만 2천 646명이 필요한 반면, 시 내부에서 공급할 수 있는 자바 개발자 수는 7천 631명에 불과하다(커리어 빌더, 2014). 물론 뉴욕 시 바깥에 거주하는 자바 개발자를 채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자바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금융 및 정보기술 업체들이 밀집한 미국 북동부와 서부에서도 크기 때문에 능력을 갖춘 자바 개발자를 찾는 일은 기업 입장에서도 매우 어렵다고 한다.
성장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고용 시장이 크다고 해서 이후에도 고용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과거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이었던 섬유산업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때 큰 고용 시장을 창출했던 산업이지만, 지금은 고용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섬유산업의 쇠퇴와 함께 이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위기감도 커졌을 것이다. 특히 섬유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기술을 보유한 전문가들은 이직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쉽게 해외로 아웃소싱할 수 있는 산업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입하는 기계나 정보기술이 쉽게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산업도 마찬가지로 고용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위험 요인들 때문에, 고용의 성장 가능성은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 2016년 2월에 보고된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IT 전문가 고용은 2024년 까지 13%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최대 27%, 데이터베이스 전문가는 11%, 네트워크 전문가는 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고용 증가율은 정보기술을 활용하는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고 기존 산업의 정보 기술 활용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직업에 종사한다는 것은 채용되는 시점에서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 경력을 어느 정도 쌓은 후에는 승진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이 잡을 수 있고, 여러 기업으로부터 더 나은 조건을 제시받을 수도 있다.
연봉과 근무 조건이 좋다
다양한 기관 리포트나 통계 자료를 종합해보면, 의료나 금융 업종을 제외하고 가장 처우가 좋은 직종 중의 하나로 IT 업종을 꼽는다. 미국 노동통계국 조사 자료에 의하면, 2010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연봉의 중간값은 9만4천180달러(약 1억 1천만 원. 환율 1달러=1,170원 기준)이다. 전체 IT 전문가 연봉의 중간값도 9만 1천250달러에 달한다(원티드 어낼리틱스, 2014).
IT 전문가 중 소득 기준 하위 10%에 속하는 사람들의 연봉도 5만3천600달러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6천만 원이 넘는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IT 업종에서 일하면서 생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근무 조건도 매력적이다.
첫 번째가 근무 시간이다. 이 매력 포인트를 정확히 알려면 한국에서 일하는 IT 전문가들의 일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9시 출근, 5시 퇴근을 하는가? 야근 없이 한 달을 지낸 적이 있는가? 주말에는 쉴 수 있는가? 가족이 아프거나 날씨가 너무 안 좋아 집에서 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될 때 집에서 일할 수 있는가? 한결같이 “아니요”라는 답을 들을 것이다. 미국에서 IT 전문가로 일할 경우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물론이지”, “당연한 거 아닌가?”와 같은 말들이다. 자기 역할만 충실히 하면된다. 일부 회사는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우며, 언제 어디서 일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결과만 제대로 보여주면 된다.
두 번째는 개방적인 조직 문화다. 대부분의 미국 회사들이 개방적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특히 IT 전문가가 일하는 부서나 회사는 상대적으로 더 개방적이다. 따라서 경직된 의사 결정 방식이나 불합리한 의사소통으로 인한 어려움이 적다. 또한 이러한 개방적인 조직 문화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 있어 나이, 성별, 경력, 직위 등으로 인해 차별받는 경우가 없다.
세 번째는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량 계발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IT 업종은 다른 분야에 비해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회사에서도 구성원들이 그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각종 워크숍이나 콘퍼런스에 참석하도록 독려하고, 온라인 학습 강좌들을 제공해주기도한다. 일부 회사에서는 대학원 학비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선택지가 다양하다
어느 조직이든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듯이, 요즘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에는 대체로 IT 인력이 들어가 있다. 물론 IT 분야에서 이제 막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IT 전문 기업에서 직장 경력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IT전문 기업 못지 않게 좋은 IT 관련 직업들이 있다.
예를 들어,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의 의료정보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로 일한다면 의료 분야에 특화된 프로그래머로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다. 일반적인 IT 전문 기업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의료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처리되는 정보들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IT 기업 못지 않은 복리후생 제도와 IT 기업을 능가하는 직업 안정성도 큰 매력이다.
이트레이드(E–Trade)라는 증권사에서 데이터베이스 전문가로 일한다면 어떨까? 온라인 주식 거래 등 증권사의 상품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데는 정확성, 신속성, 안정성 등 매우 높은 수준의 데이터 관리 기술이 요구된다. 이곳에서 데이터베이스 전문가로 일하는 것은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된다. 몇 년간 실력을 제대로 쌓아나간다면, 정확하고 안정적인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중요한 다른 금융사나 물류 회사 등에 매우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선택지가 다양하기 때문에 미국 내 다양한 산업에 IT 전문가로 진출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취업 시 지역적 한계도 뛰어넘을 수 있다. 미국에서 IT 전문가로 일한다는 것은 미국이라는 하나의 시장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IT 전문가로 일한 경험은 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IT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거의 모든 나라에 걸쳐 매우 크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IT 전문가들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프랑스,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영어가 제1 언어가 아닌 나라에서도 IT 프로젝트에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 경우 영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즉 영어권이 아닌 나라들에서 나오는 채용 포지션도 선택지에 들어갈 수 있다.
외국인에 대한 장벽이 낮다
세계 어느 나라나 자국민에 대한 채용 우선 정책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외국인을 채용하려면 자국민에 대해 채용 공고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 자국민 채용 공고 후 적합한 지원자가 없을 경우 이를 근거로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다.
그런데 IT 분야에 대한 장벽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그 근거를 [표 2-1]과 같이 IT 분야별 취업 비자 발급 건수에서 살펴볼 수 있다. 2015년 한 해 IT 분야 비자 발급 건수는 총 40만 건 이상이다(비자의 신규 발급, 갱신, 이직 등을 모두 포함한 경우).
▼ 2015년 미국 IT 분야별 비자 발급 건수
기타 IT 관련 직업을 뺀 프로그래머, 네트워크 관리자,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등 IT 전문가의 수만 헤아려도 30만 명이 넘는다. 미국이 외국인 IT 인력에 대해 얼마나 우호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치다.
이 통계치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은 미국에서 발생하는 IT 인력에 대한 수요를 자국민으로만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 IT 인력의 질적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임을 연구 자료나 정책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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