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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임백준, 2025년의 개발자와 리더십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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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빛미디어는 임백준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 인터뷰 다시보기). 당시 인터뷰에서 대표님은 "프로그래머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며, 개발자의 길이란 어떤 것인지,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들을 들려주셨죠.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어졌습니다. AI가 보편화되고, 개발자의 일상이 바뀌고, 기술 조직이 빠르게 진화하는 이 시점에 말이죠. 개발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요? 그리고 리더는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요?

 

윌 라슨의 엔지니어링 리더십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이번에는 번역자이자 테크 리더로서의 임백준 대표님과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윌 라슨의 엔지니어링 리더십을 번역하며 느낀 점은 물론 AI 시대에 개발자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 개발자에서 리더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조건, 한국의 테크 리더들이 마주한 현실적 고민까지 2025년의 개발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삼성전자 산하 삼성리서치의 AI센터에서 4년 동안 데이터 조직을 이끌었습니다. 이후 런던에서 삼성리서치 영국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한 후 2024년 초에 한국으로 돌아와 한빛앤이라는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을 창업하여 CEO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AI 트루스』(한빛미디어, 2024)를 집필하며 AI와 디지털 기술의 현주소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 미국에서 살았고, 20년 동안 뉴욕 월 스트리트의 다양한 회사와 스타트업에 다니며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뉴욕에서 일하던 시기에는 한국에 있는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행복한 프로그래밍』, 『누워서 읽는 알고리즘』, 『뉴욕의 프로그래머』(이상 한빛미디어) 등 10여 권의 도서를 집필했습니다. 그 외에 각종 기고 및 강연, 팟캐스트 방송 등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1. 2017년 인터뷰에서 "프로그래머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2025년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발자가 반드시 가져야 할 태도나 역량이 달라졌을까요?

 

기본적인 사항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개발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공부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공부를 잠시라도 손에서 내려놓을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공부의 방향은 달라졌습니다. 얼마 전까지 개발자는 자신이 직접 컴퓨터와 소통하기 위한 방법, 즉 코딩이라는 기술을 공부하고 훈련해야 했습니다. AI가 보편화된 지금은 그게 달라졌죠. 이제는 컴퓨터와의 의사소통을 모두 개발자 스스로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의사소통의 일부를 AI에 맡기고 자신은 더 넓고 커다란 의미에서 본질적인 일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해졌죠. 

 

지금은 AI 코딩 도구를 잘 활용하는 능력이 스스로 코딩을 잘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이건 코딩을 공부해야 하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AI를 활용하든 직접 코딩을 하든 결국 필요한 일을 제대로 해결하는 사람인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개발자의 본질이니까요. 

 

기억할 것은 코딩 실력이 높을수록 AI 코딩 도구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의 개발자는 AI 도구 활용에 마음을 활짝 열고 그에 필요한 공부를 해나가야 합니다. 아직은 과도기라 코딩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2017년의 개발자보다 2025년의 개발자가 오히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AI와 함께하는 오늘날의 개발 작업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2. 이번 책 『윌 라슨의 엔지니어링 리더십』을 번역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기술 리더십 스타일 차이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엔지니어링 리더, 즉 CTO 포지션에서 일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것, 생각해야 할 것, 고민해야 할 것이 정말 많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범위도 넓고요. 생각, 태도, 접근 방법, 전략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는 기술처럼 구체적인 대상이 아닙니다. 다루기 쉬운 주제가 아니죠. 그럼에도 그런 주제들을 모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서 책을 쓴 윌 라슨의 역량에 감탄했습니다. 책에는 물론 구체적인 내용도 많이 담겨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기술 리더십 스타일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아무래도 제 경험에 치우쳐서 이야기하게 될 것 같은데요. 저는 미국에서는 작은 회사에서, 한국에서는 대기업에서 임원 생활을 했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실리콘밸리 경험은 없습니다. 

 

제 경험은 미국 동부의 금융권 문화를 기반으로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굳이 이야기하자면 미국에서 경험한 리더들은 실력, 한국에서 경험한 리더들은 명성을 중시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명분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미국의 리더들은 결과에 과도할 정도로 집착하고, 한국의 리더들은 과정 전체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절대적인 차이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뭉뚱그려서 보았을 때 그런 면이 있다는 정도입니다. 

 

리더십 스타일은 경제 규모, 문화, 사회 환경, 교육 등으로부터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텐데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미국 기술 회사의 리더와 한국 기술 회사의 리더 사이에는 확실히 뭔가 차이가 있긴 합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건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고요.

 

 

3. 개발자에서 테크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좋은 엔지니어가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이 있다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모든 엔지니어가 리더 포지션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리더가 될 만한 실력이 없기 때문에 그러는 경우도 있고, 본인의 취향과 성격이 리더의 자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사람도 많습니다. 다른 일을 훨씬 더 잘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요. 아무튼 그런 사람들을 제외하면 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리더가 되기를 희망하고 꿈꿉니다. 주변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매력이 있는 일이니까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역량을 말하기 위해 저는 축구를 예로 들까 합니다. 축구팀에서 보통 어떤 사람이 주장 완장을 차죠?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을 생각해 보면 박지성, 손흥민 같은 선수가 떠오릅니다. 팀 내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는 사람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자기 포지션에서의 역할은 하고도 남을 만큼 잘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희생정신이 있고, 자기 철학이 있고, 승리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고, 누가 보지 않는 곳에서도 꾸준히 훈련하는 사람들입니다. 

 

엔지니어링 세계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세계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도 대체로 비슷합니다. 팀 내에서 코딩을 제일 잘하는 사람인지는 몰라도, 상위 10~20% 안에 들어갈 정도의 실력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결과에 대한 집착과 경쟁심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공을 흔쾌히 인정할 줄 알아야 합니다. 후배나 팀을 성장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아야 하고요. 개발 업무와 관련해서 자기 철학을 가지고 있을 정도의 실력과 경험도 필요합니다. 틈이 생기는 대로 꾸준히 공부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가 실제로 해결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체력과 집념도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실력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4. 지금 한국의 CTO나 테크 리더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특히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어떤 사람이 CTO나 테크 리더가 되면 그때부터 절반 이상은 경영자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경영을 구성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바닥에서 다른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요소는 profit-and-loss, 즉 이익과 손실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돈이죠. 회사가 돈을 잘 벌든 못 벌든 그런 것과 상관없이 돈과 관련된 문제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래서 CTO나 테크 리더의 상당수가 결국 기술 문제를 고민하는 것 이상으로 자원 문제(돈 문제) 앞에서 고민하고, 판단하고, 행동합니다. 더욱이 2025년 봄 현재처럼 나라의 정치가 커다란 혼란을 겪고 있고, 경제가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거의 모든 CTO가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고민 앞에서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차이가 없겠죠.  

 

다만 스타트업에서 CTO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대기업에서 CTO 업무를 수행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겁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간단하지 않으니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고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  임백준 대표님의 더 깊은 이야기는 5월 진행 예정인 『윌 라슨의 엔지니어링 리더십』북토크 현장에서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신청 페이지는 추후 오픈 예정)

 

 

5.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테크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CTO나 테크 리더의 자리는 기본적으로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자리입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일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회사 외부로 나가 다른 CTO들과 네트워킹하기도 하고, 일에 몰두하기도 하고, 취미 활동을 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외로움과 싸우며 견뎌 나가는 것입니다. 윌 라슨의 책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CTO들에게, 혹은 훗날 CTO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는 젊은 엔지니어들에게 많은 도움과 위로를 주는 책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는 것보다,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눈에 뜨이는 챕터를 골라 읽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일단 책을 구입해서 책장에, 그것도 눈에 잘 뜨이는 곳에 꽂아 놔야 하겠죠. 아직 책을 구입하지 않으신 분은 얼른 그렇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    

 


"개발자가 자신의 커리어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실리콘밸리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엔지니어링 리더인 윌 라슨은 자신의 책윌 라슨의 엔지니어링 리더십을 통해 여러분께 질문을 던집니다.

 

이어 책을 통해 입사 후 첫 90일 동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비즈니스와 기술을 연결하는 전략적 사고는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좋은 개발 팀을 만들고 유지하는 법은 무엇인지까지, 개발자라면 꼭 고민해야 할 주제들을 명확하고 실용적으로 풀어냅니다.

 

또한 한국어판에만 실린 특별 부록에는 토스, 라인, 미니창고 다락, CJ올리브영 등 국내 CTO 9인의 경험과 인사이트가 실려 있어, 이론을 넘어 현장의 생생한 리더십 사례를 함께 접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로서 성장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은 여러분의 책상 위에서 가장 자주 펼쳐볼 리더십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입니다.

윌 라슨의 엔지니어링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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