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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이 되면 달라지는 다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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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이 되면 달라지는 다섯 가지

― 면접도, 전략도, 실패도 다르다

 

“개발자로서, 팀 리더로서, 그리고 엔지니어링 매니저로서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그렇게 커리어의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임원직에 도달할 수 있겠지.”라고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임원이라는 역할은 단순히 기존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예 다른 종류의 직업에 가깝습니다.

 

이 글에서는 《윌 라슨의 엔지니어링 리더십》에서 강조한 바를 토대로 임원이 되면 달라지는 다섯 가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 다섯 가지는 단순히 스킬셋의 변화가 아니라 세계를 보는 관점과 자신을 대하는 태도까지도 바꾸게 만듭니다.

 

 

1. 면접의 구조가 달라진다

 

“모든 임원직은 유일무이하다.”

 

엔지니어로서의 면접은 예측 가능합니다. 코딩 테스트, 시스템 설계, 행동 질문. 준비할 수 있고, 비교적 공정하죠. 그러나 임원 면접은 전혀 다릅니다. ‘이 회사가 CTO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심지어 면접관조차 그 기준을 모르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CTO를 뽑는다고 해서 반드시 기술적인 리더십만을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회사는 전략적 사고를, 어떤 회사는 조직 운영 능력을, 또 다른 회사는 CEO를 보좌할 ‘정치적 감각’을 더 중시합니다.

 

면접 절차도 다릅니다. CEO와의 프레젠테이션, 이사진과의 질의응답, 전 조직과의 교차 면담 등, 실무에서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모든 과정에서 "당신이 왜 이 역할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전통적인 기준 없이 설득해야 합니다.

 

 

2. 전략이란 기술보다 먼저 사람을 통과해야 한다

 

임원은 전략을 세웁니다. 그런데 좋은 전략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중요한 건 “그 전략이 동료와 조직에 어떤 확신을 주는가”입니다.

 

예전에는 기술적 정합성만 확보하면 충분했습니다. 성능 좋고, 확장 가능하고, 유지 보수가 쉬우면 채택되었습니다. 하지만 임원의 입장은 다릅니다.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서 기술은 이제 단지 하나의 요소일 뿐입니다. 진짜 어려운 일은 “조직이 왜 이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말로써 설득하고, 행동으로서 입증해야 하는 것입니다.

 

“임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전략이 회사에 적합하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임원은 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이 모든 구성원에게 ‘우리의 길’로 받아들여지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3. 실패는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정렬의 실패’다

 

개발자로서의 실패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버그가 있거나 일정이 밀리거나 성능이 안 나오면 실패죠. 그런데 임원이 된 후의 실패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략을 잘 세웠는데도 팀이 따라오지 못할 수 있습니다. 채용에 공을 들였지만, 문화적으로 조직에 맞지 않는 인재가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회사의 다른 임원들과 합의가 되지 않아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모든 실패의 이면에는 ‘조율의 실패’, ‘정렬의 실패’가 있습니다. 기술과 사람, 전략과 조직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 어긋나면서 생깁니다. CTO는 이 실패의 실체를 눈치채고, 미리 손보거나 나중에 회복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실패는 당신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현장’ 그 자체라는 점입니다.

 

 

4. 임원은 ‘시스템’ 단위로 조직을 본다

 

팀 리더는 팀을 본다.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몇 개 팀을 봅니다. 하지만 CTO는 ‘조직’을 본다. 제품, 인프라, 데이터, 보안, 품질 등 기술과 관련된 모든 영역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이들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를 고민합니다.

 

그러므로 임원의 관점은 철저하게 시스템적입니다. 어디에 리소스를 더 투자해야 하는지, 조직 구조는 전략과 맞물려 있는지, 현재의 실행 속도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까지 봅니다. 가시적인 ‘성과’보다 보이지 않는 ‘구조’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임원의 역할입니다.

 

“진정한 임원이 되려면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기 전에 이미 잘 굴러가고 있는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5. 혼자 결정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임원은 외로운 자리입니다.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리되, 그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결정이 조직 전체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임원은 독단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연결하고 설득하는 사람입니다. 내부 팀뿐 아니라 CEO, 이사회, 다른 임원들과의 조율이 필요합니다. 외부적으로도 채용, 투자자, 커뮤니티 등과 관계를 맺습니다. 이 모든 관계 안에서 “혼자 모든 걸 다 짊어진다는 느낌은 들게 하지 않되, 중심은 잡아야 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혼자 판단하고, 혼자 책임지고, 혼자 고민하지만, 혼자 일한다고 느껴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마치며

 

임원이 되면 달라지는 다섯 가지.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느낍니다. 임원은 계단식으로 도달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어느 순간, 익숙하던 게임의 룰이 통하지 않는 새로운 판에 들어서는 것입니다.

 

CTO가 되고 싶다면 먼저 지금의 게임과 완전히 다른 게임이 시작된다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윌 라슨의 엔지니어링 리더십》은 그 새로운 게임의 지도를 조용히 건네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 지도를 읽는 방식은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옮긴이의 말 중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맺겠습니다.

 

“승진이나 직책이 리더십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
마치 이미 CTO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그에 걸맞은 책임감과 역량을 보이는 사람이 훗날 실제로 CTO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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