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피아노 소리를 참 좋아한다. 언젠가는 피아노를 꼭 배워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는데 늘 그렇듯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피아노 학원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내가 배웠다. 엄마는 당신의 로망인 피아노 치기를 나를 통해 이루고 싶어 하셨다. 원래 끈기라고는 1도 없는 성격이라 학원을 진득하니 다니지 못했는데 피아노 학원은 꽤 오랫동안 다녔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을 때도 피아노 학원만은 꼭 보내주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피아노에 대한 엄마의 열정에 답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럽다. 하지만 나는 피아노보다는 태권도 학원을 가고 싶었다. 초등학교 내내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엄마는 늘 피아노 학원을 보냈다. 배우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 다니다 보니 얼렁뚱땅 여러 곡을 쳤고 주말 아침에 연습곡을 어설프게 뚱땅대는 소리는 엄마의 즐거움이었다.
넉넉하지 않았지만 중형 피아노도 구입했다. 이유는 단 하나, 피아노 치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엄마의 소원이었다. 어렸던 나는 엄마가 원하는 곡 대신에 대충 피아노 학원에서 쳤던 이런저런 곡을 마구 두드려댔지만 그럼에도 엄마는 참 좋아했었다. 나이가 들면서 여전히 내 방 한켠에서 썩어가고 있는 피아노를 볼 때마다 엄마에게 죄송스러웠다. 일요일 아침에 '피아노 한 번만 쳐주면 안 될까'라고 말하는 엄마의 부름이 귀찮았었다. 그래서 피아노는 언제나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큰 숙제다.
가끔 한 번씩 책을 펴놓고 연습을 하곤 하지만 초등학교 때 배웠던 피아노가 제대로 기억날 리가 만무하다. 피아노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을 읽었다. <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는 피아노는 배웠지만 기억나지 않거나 어느 정도 칠 수는 있지만 악보를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어중간한 중초보들에게 보다 쉽게 피아노를 칠 수 있는 팁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어렸을 때 피아노는 배웠지만 꾸준히 연습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곡을 치기란 무척 어렵다. 하지만 다룰 수 악기가 무엇인가요 묻는다면 주저 없이 피아노라고 말하는, 마음속에서만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의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마스터하면 자신 있게 피아노 좀 친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한 달 간 저자들만 믿고 따라오라고 말이다.
퇴근 후에 피아노 학원을 갈 시간이 없다면, 예전처럼 끊임없는 반복연습이 벌써부터 두렵다면 일단 한 달 만이라도 저자들의 레슨에 따라가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특히 이 책은 '있어 보이는 연주를 위한 가장 가성비 좋은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니 시간도 없고 빠른 시간 안에 한 곡을 멋들어지게 쳐내고 싶어 하는 어중간한 피아노 연주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딱 맞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는 피아노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보는 책이 아니다. 악보는 좀 볼 줄 알지만 임의로 코드 반주를 넣는 게 힘들다, 그래도 피아노 몇 년 쳐봤는데 더 나아가 언제 어디서든 있어 보이는 연주를 하고 싶다, 우연히 듣고 좋아하게 된 곳을 악보 없이도 스스로 카피해 연주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만약에 당신이 태어나서 피아노를 처음 치는데 학원을 갈 시간은 없고 책을 통해 먼저 배워보고 싶다면 저자의 첫 번째 책인 <나도 피아노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를 마스터하고 이 책을 읽길 바란다.
3장으로 구성된 <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는 피아노 코드 반주 법 정복하기, 그럴듯하게 한 곡 연주해보자, 치고 싶은 노래는 따로 있는 데로 나눠 다시 피아노를 치는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따라올 수 있도록 차근차근 한 단계씩 이끌어준다. 책에서는 날짜별로 나눠 C 키부터 D 키까지의 코드법, 다양한 음악에 나오는 코드 진행, city of stars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책을 따라 진도를 나가도 좋지만 날짜 구분 안에서도 다시 짧은 구성으로 나눠져있기 때문에 자신의 피아노 실력에 맞춰 조금 더 빨리 또는 조금 느리게 연습해도 될 것이다.
<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가 독학 피아노 연습에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스마트폰으로 바로바로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쳤었더라도 다시 시작하는 피아노 연습이 마냥 쉬울 수만은 없다. 그럴 때면 QR 코드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시청을 할 수 있으니 마치 피아노 학원에서 선생님께 레슨을 받는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악보와 함께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사진을 첨부해 놓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두 손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다음 음으로 넘아가는 방법은 직접 배우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 연습하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 <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를 읽으며 피아노를 칠 때는 금방이라도 예전 기억이 마구 떠올라 피아노를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피아노 연습을 시작하고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흘러도 여전히 헤매고 있는 내 모습에 짜증이 나서 그만둘까 싶기도 했지만 퇴근 후나 주말에 고작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피아노 치는 걸로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말처럼 한 달 동안 <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를 열심히 따라 치다 보면 원하는 한두 곡 정도는 잘 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만한 시간도 없고 기억 속의 피아노 실력은 너무 깊숙이 숨어버렸기 때문에 나의 진도에 맞춰 느긋하고 천천히 따라가기로 했다. 아주 오래전에 들어주지 못했던 엄마가 듣고 싶어 하는 그 곡을 목표로 이번 주말에도 -뒷집에는 미안하지만- 열심히 피아노를 뚱땅거리고 있다. 언젠가는 나도 폼나게 피아노 한 번 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