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문과생도’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문과생이기 때문에’ 알아야 한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고, 인공지능과 인간이 쓴 소설을 구별하지 못하는 시대다. 우리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연 그들은 인간과 무엇이 다를까? 왜 인간은 자신을 뛰어넘는 존재를 두려워하면서도 바라는 걸까?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문과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철학 교수의 인공지능 강의를 책으로 옮겼다. 저자는 철학 교수가 왜 인공지능에 대한 강의를 하냐는 질문에, “인공지능 시대야말로 철학은 필수”라고 답한다.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로봇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는 로봇과 인간의 ‘존재’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기술의 진화는 필연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들어가며
제1장 인공지능과 함께 산다는 것
인공지능이 선택해주는 인연
이미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다
인간, 기계와 연결되다
로봇과 대화하는 시대
기계로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
빅데이터로 급변하는 생활
기술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딥러닝과 제3차 인공지능 붐
스스로 고양이를 인식하는 기계
인간의 뇌기능을 획득한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인간을 얼마나 따라왔는가?
“나는 인류를 멸망시키겠다”
거짓말에 도전한 인공지능
제2장 딥러닝의 정체
인공지능 연구의 두 방향
인간의 뇌를 간소화한 모델을 만들다
‘기저귀’와 ‘맥주’의 관계
뇌의 움직임을 간소화하다
스스로 인식하는 인공지능
딥러닝의 핵심 ‘자기부호화’
자발적으로 학습하지 않는다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특징을 찾아내다
인공지능이 그린 ‘악몽회화’
스스로 프로그래밍하는 인공지능
자신을 초월하려는 욕망
지성 인공지능과 감정 인공지능
폭주하는 감정 인공지능
제3장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으면 어떻게 될까?
두뇌를 넘어 몸까지 필요한 이유
인공지능과 협동하는 ‘전특이점’
기계와 함께 두는 장기
기계에 의해 인간은 확장된다
인공지능은 편견도 사리사욕도 없다
기계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한다
뇌 가소성의 한계를 뛰어넘은 인공지능
인공지능과 연애할 수 있을까?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 이해
사만다와 테오도르가 사랑할 수 없는 이유
하이퍼 인공지능은 신인가?
제4장 기계와 인간이 융합하는 미래
사이보그화의 필요성
이미 실현된 사이보그
사이보그란 과연 무엇인가?
영화 <써로게이트>와 마츠코로이드
로봇의 기능을 인체에 삽입하다
‘인간과 기계가 일체’되어 경쟁하는 초인 스포츠
테크놀로지와 장애인 스포츠
‘능력 증강’으로 인간을 증강시키다
안구에 삽입하는 사이보그 렌즈
<공각기동대> 마지막 장면의 의미
생각만으로 스위치를 끌 수 있다
인간의 두뇌 간 직접 소통
컴퓨터의 도움으로 영리해진 쥐
제5장 기술을 철학하다
스스로 구조를 바꾸는 힘, 뇌의 가소성
뇌의 가소성과 인공지능의 가소성
뇌와 DNA의 차이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등장
지금도 유효한 플라톤의 질문
‘문자’도 기술이었다
기억을 인간의 외부에 위임하다
문자가 글쓴이의 의지를 벗어나다
기술을 통해 자신을 초월한다
쾌감이자 공포인 ‘속도’
기술의 욕망을 탐하다
발터 벤야민의 복제론
몽타주 기법과 카메라아이
인간이 기계장치의 대리인이 되다
‘문장’은 독자적인 행동을 한다
피사체와 카메라 렌즈의 융합
제6장 사이보그 경제 시대
2030년 ‘기계화 경제’가 끝나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기계에 의한 기계의 생산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에 비춰보는 인공지능 경제
사이보그 경제의 등장
사이보그 경제의 가상 사례
사이보그 경제의 요점
욕망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
욕망은 끊임없이 순환한다
자본주의의 한계
자본주의의 주체가 바뀐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가소성의 위기’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사용한다
경제가 기술에 편입되다
제7장 포스트휴먼을 생각하다
뇌를 컴퓨터로 옮길 수 있을까?
이미 시작된 마인드 업로딩
마인드 업로딩의 실제 사례
포스트휴먼이 되면 개성을 잃게 된다
‘탈 개체적 집합체’인 포스트휴먼
포스트휴먼이 되면 행복한가?
기술로 높아진 행복
근본적 쾌락을 받아들이다
우리는 ‘닮은꼴’로 변해야 한다
마치며 / 저자 논문 목록 / 참고 문헌
문과생들을 열광시킨 철학교수의 인공지능 강의
“다시, 인간이란 무엇인가”
과연 문과생의 언어로 복잡한 AI를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까? 프로그래밍 언어, 코드 분석으로 이루어진 AI를 우리 일상과 연결된 언어로 설명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 다카하시 도루다. 그는 와세다대학에서 ‘기술철학’ 강의로 문과 학생들을 가르친다. ‘기술’과 ‘철학’의 조합이라니. 이렇듯 인공지능을 대하는 문과생들의 태도나 생각을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느낀 덕분에 그들의 의견을 반영한 강의를 할 수 있었다. 평범한 ‘문과형 인간’의 눈높이에 맞춘 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대부분의 인공지능 담론은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길 인간의 두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 관점에서 벗어나 좀 더 구체적이고 일상과 가까운, 현실적인 질문들을 제기한다. 인공지능은 지금 우리 삶의 어디까지 관여하고 있는지, 그들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할지, 그들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지, 인간과 기계가 어떻게 다른지, 기계와 어떻게 결합하고 협력할 수 있을지, 그리고 기술 개발에 앞서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재차 묻는다. 철학 교수답게 알고리즘 등의 이과 용어를 배제한 것은 물론, 〈공각기동대〉〈Her〉〈아바타〉와 같은 익숙한 미디어 사례를 들어 인간과 기계의 존재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한다. 유투브나 SNS 등의 현실 사례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Her>처럼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공각기동대>처럼 인간의 사이보그화는 가능할까?
로봇에게 차인 남자
영화 <Her>의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거부감은커녕 새로운 사랑의 탄생이라며 깊이 감동했고, 또 공감했다. 여자 주인공인 사만다가 실체 없는 운영체제라는 사실이 오히려 ‘육체 없이 마음만으로 가능한 사랑’이라는 서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자는 인간과 기계 간의 사랑이 가능함으로써 벌어지는 일에 대해 다시 질문한다. ‘인간은 늘 기계보다 우위에 있다는 믿음’ 덕에 우리는 기계와 인간의 동등한 관계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둘의 우열관계가 모호해지면서 사랑까지 가능하다는 말은 기계가 곧 인간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도 이어진다. 실제로 영화에서 사만다는 테오도르뿐만 아니라 641명과 동시에 연인 관계를 맺는 하이퍼 인공지능으로 진화한다. 테오도르는 결국 그녀와의 사랑을 ‘포기’한다. ‘인간이 기계에게 차였다’는 해석까지도 가능한 대목이다. 영화는 인간이 기계를 대하는 방식, 서로의 관계가 계속 변화하면서 인간 본연의 감정마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로봇이 되고 싶은 인간
한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는 인간의 사이보그화를 다룬다. 로봇 기술을 직접 신체에 이식한 인간의 이야기다. 수많은 인간의 뇌가 인터넷에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보를 뇌에 다운로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이보그화는 왜 필요한 걸까? 영국 레딩대학교 연구원 케빈 워릭은 《나는 왜 사이보그가 되었는가》에서 “기계가 인간의 지성을 능가하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즉, 인간이 기술의 도움으로 신체를 업그레이드해 기계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인간의 사이보그 사례를 겪고 있기도 하다. 일본에서 출시된 ‘네코미미’라는 고양이 귀 모양 헤드셋은 인간의 뇌파를 분석해 그에 따라 귀를 움직인다. 네코미미를 머리에 쓰고 집중하면 귀가 쫑긋 서고, 휴식 상태가 되면 귀가 축 처지는 식이다. 국내 유명 유투버들이 ‘네코미미 착용기’를 다수 올리기도 했다. 이렇듯 기계와의 ‘일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될 날도 머지않았는지 모른다.
인간은 왜 자신을 뛰어넘는 존재를
두려워하면서도 원하는가?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등에 대한 기술적 담론은 이미 많이 형성되어 있다. 여기서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기술적 담론 대신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게 될 ‘인간이라는 존재’ 그리고 ‘로봇과의 협력’에 초점을 맞춘다.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삶 사이의 관계를 인간의 욕망이라는 차원에서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 인간은 자신을 뛰어넘는 존재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꿈꾼다. 가소성이라는 근본적 욕망에 이끌려 살아가는 인간은 자신을 뛰어넘는 존재에게 불안과 공포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기대감을 멈추지 않는다. (...)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인공지능 붐이 일회성으로 그칠지, 구체적으로 언제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등장할지에 대한 물음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 오히려 자신을 능가하는 존재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계속될 경우 이러한 욕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다. 철학이다. 철학 없이는 이 주제를 다룰 수 없다. __본문 중에서
인공지능 개발은 결국 인간에게 엄청난 위험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인간은 왜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는가? 저자는 인간이 자신을 뛰어넘는 존재를 만들고 싶어 하는 동시에 ‘그런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역설한다.
인간의 뇌에는 ‘가소성’이라는 성질이 있다. 환경에 따라 계속 발전하고 변화하려 하는, 끊임없이 한계를 뛰어넘으려 하는 인간(뇌)의 욕구를 말한다. 이러한 자기 초월의 욕망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은 자신을 뛰어넘는 존재에게 공포를 느끼면서도 기대감을 멈출 수 없다. 인류와 기계가 공존하는 미래에 필요한 것은 기술적 지식보다 ‘인간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등장을 논하기 전에, 인간의 자기 초월 욕망을 다룰 방법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바로 철학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