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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깐깐한 의사 제이콥의 슬기로운 의학윤리 상담소

한빛비즈

번역서

판매중

  • 저자 : 제이콥 M. 애펠
  • 번역 : 김정아
  • 출간 : 2021-02-28
  • 페이지 : 396 쪽
  • ISBN : 9791157844869
  • 물류코드 :3325
  • 초급 초중급 중급 중고급 고급
5점 (1명)
좋아요 : 21

20년 동안 윤리 강의를 해온 정신과 의사,

그가 꼽은 이 시대의 윤리 딜레마 79선!

 

뉴스 1 : 영국이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바이러스를 인체에 고의로 노출하는 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런 실험은 윤리적으로 타당할까?

뉴스 2 :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표되자 의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면허를 취소할 만큼의 범죄는 어떤 기준으로 정해야 할까?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잠식된 이후, 의료와 윤리에 관한 사람들의 민감도가 크게 올라갔다. 기술 발전으로 의학 분야에도 새로운 딜레마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 백신 접종, 치료의 우선순위, 의사의 권리와 환자의 권리 등 이제 그 누구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늘 당장 내게 닥칠 수 있는 고민들,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는 ‘생명’과 ‘정의’에 관한 79개의 딜레마를 소개하는 책이다. ‘바이러스 보균자를 강제 격리해야 할까?’와 같은 익숙한 문제에서부터 ‘가망 없어 보이는 환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내야 할까?’와 같은 인간 존엄의 문제까지, 이 시대에 딱 필요한 이슈들을 다룬다. 

저자는 20년 동안 윤리 강의를 해온 생명윤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 다양한 의학윤리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의사와 환자, 보호자로서 생각해볼 문제들을 꾸준히 수집해 일반 독자의 눈높이로 가다듬었다. 실제 어떻게 해결됐고,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도 함께 실렸다.

의료 종사자는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충분히 흡입력 있는 사건들! 가정에서, 학교에서 토론용으로 이보다 더 유용한 주제가 없다. 당신의 지적 즐거움을 자극할 사건들이 의학드라마 한 시즌을 정주행하듯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누구먼저살려야할까_상세_900.jpg

제이콥 M. 애펠 저자

제이콥 M. 애펠

미국의 의학박사이자 생명윤리학자.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이자 소설과 시를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마운트시나이 아이컨의학전문대학원에서 생명윤리를 가르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윤리교육 책임자와 기관윤리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마운트시나이 헬스시스템에서 정신과 의사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컬럼비아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타임스〉 〈시카고트리뷴〉 〈허핑턴포스트〉 등 여러 매체에 생명윤리를 다룬 평론과 기고문을 싣는다. 장편소설 여러 편을 발표했고, 단편소설로 수상 이력이 있다. (홈페이지 jacobmappel.com)

김정아 역자

김정아

사람과 세상이 궁금한 번역 노동자. 글밥 아카데미 수료 뒤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척 피니》, 《인류 진화의 무기, 친화력》, 《5리터의 피》,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휴머놀로지》, 《초연결》, 《당신의 잠든 부를 깨워라》, 《부자 교육》 등이 있다. 

들어가며

 

1부 | 현장의 의사들이 고민하는 문제들

01 내가 아빠 딸이 아니라고요?

02 선생님이 치료한 환자들의 생존율은 얼마인가요?

03 환자가 상담 도중 고백한 범죄를 알려야 할까?

04 꼭 진료기록에 남겨야 하나요?

05 대통령의 건강에 비밀이?

06 진상 환자를 내보낼 수 있을까?

07 성적 환상도 신고 대상일까?

08 정신과 주치의가 환자와 잤다고?

09 살인자가 의사가 된다면?

10 의사가 고문 행위에 참여해도 될까?

11 건강 문제가 주가에 영향을 준다면?

12 공익을 위해 과거의 비윤리적 실험을 용인해도 될까?

 

2부 | 개인과 공공 사이의 문제들

13 아이를 낳지 않으면 돈을 준다고?

14 나를 강제로 중독 치료소에 보낸다고?

15 바이러스 보균자를 강제 격리해야 할까?

16 DNA 수사가 사생활 침해인가요?

17 의무 유전자 검사는 윤리에 어긋날까?

18 단식투쟁 수감자에게 강제 영양공급을 해도 될까?

19 아이에게 꼭 백신을 맞혀야 하나요?

20 범인의 다리에 증거가?

21 개발도상국 피험자를 대상으로 실험적인 연구를 진행해도 될까?

22 임상 연구가 실험 참여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줄까?

23 식수에 리튬을 넣으면 자살률이 내려가요?

24 왜 나한테 발병 위험을 알려주지 않았죠?

25 반은 쥐, 반은 사람?

26 악명 높은 독재자에게 치료를 제공하지 않아도 될까?

 

3부 | 현대의학이 마주한 문제들

27 입사 지원자에게 유전자 검사를 요구한다면?

28 백인 의사한테 진료받고 싶은데요?

29 어머니한테 암에 걸린 사실을 알리지 말아줄래요?

30 최고의 치료법은 기도거든요?

31 의료보험 사기를 눈감아줘도 될까?

32 환자 한 명에게 얼마나 많은 치료비를 써야 할까?

33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포기해야 할까?

34 값싼 모조약 판매는 불법일까?

35 흑인 정자는 받지 않는다고요?

36 남녀가 같은 병실을 써도 괜찮을까?

37 건강하지 않은 직원을 해고해도 될까?

38 제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까요?

39 생존율이 낮은 환자의 치료비를 지원하지 않아도 될까?

40 일 잘하게 도와주는 약 있나요?

41 정신치료 사전의향서를 무시해도 될까?

42 위험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험을 제공해야 할까?

43 요양원 환자들의 성생활을 용인해도 될까?

 

4부 | 수술과 관련한 문제들

44 제 왼쪽 발을 잘라줄 수 있나요?

45 아이의 성장을 억제해야 할까?

46 우리 아이에게 할례를 해줄 수 있나요?

47 사망 확률 높은 장기 기증자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줘야 할까?

48 내가 동생에게 골수를 준다고요?

49 장기를 스타에게 먼저 줘야 할까?

50 돈을 주고 장기를 살 수 있다면?

51 사형수에게 심장을 이식받을 자격이 있을까?

52 침팬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게 어떨까요?

53 머리만 옮길 수 없을까?

54 고환을 없애달라고요?

55 제 머리에 뿔을 달아줄 수 있나요?

56 쟤랑 평생 달라붙어 살기는 싫은데요?

 

5부 | 임신·출산에 얽힌 문제들

57 형을 살리려고 저를 낳았나요?

58 농아를 낳고 싶은데요?

59 배아의 소유주는 누구일까?

60 사생활 침해인가, 아동 보호인가?

61 신이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말라고 했다고요?

62 훔친 정자로 임신을?

63 죽어도 제왕절개수술을 받지 않겠다고요?

64 태아는 누구 소유일까?

65 강제 불임시술을 허용해도 될까?

66 여자아이를 낳으면 돈을 준다고?

67 난관을 묶었는데 임신이라니요?

68 인간을 복제할 수 있을까?

69 네안데르탈인이 다시 살아난다면?

70 동성애자에게는 인공수정을 시술하지 않겠다고요?

 

6부 | 죽음을 둘러싼 문제들

71 무엇으로 죽음을 판단해야 할까?

72 고통에 신음하는 아이에게 모르핀을 투약해도 될까?

73 감세 혜택을 받기 위해 안락사를 시켜달라고요?

74 오빠가 에이즈에 걸린 적 있나요?

75 재난 상황에서 의사 조력 자살을 용인해도 될까?

76 죽은 약혼자의 정자를 달라고요?

77 가망 없어 보이는 환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내야 할까?

78 시신이 바뀌었다고?

79 생명의 존엄함과 삶의 질을 어떻게 저울질할까?

 

출처 & 더 읽을거리

출판사 리뷰

 

코로나 시대, 

더 민감해진 일상에서 맞닥뜨릴 윤리의 문제들

 

우리가 ‘위생’이나 ‘방역’이라는 단어와 이토록 가까웠던 적이 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로 많은 것이 바뀐 세상. 얼마 전까지 종교의 자유와 방역이라는 문제로 시끄러웠는데, 이번에는 백신 뉴스의 연속이다. “어떻게 배분하는 게 가장 정의로울까?” “백신을 거부할 권리는 없을까?” “정상인을 감염시켜 백신을 개발하는 실험은 윤리적일까?”

쏟아지는 윤리 문제가 우리를 덮치자, 우리는 깨달았다. 현대의학의 많은 딜레마가 나와 가족, 우리 모두와 얽히고설켜 있다는 사실을. 기술 발전과 인권이 얽혀 매일 새로운 딜레마가 속출하는 현실. 선택의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따져봐야 할까? 코로나19 이후를 염려하는 상황에서 미리 살펴보면 좋을 문제들, 생생하면서도 도전이 되는 고민의 시작이다.

 

의미 있는 질문에 대한 다른 생각,

이보다 더 좋은 토론 주제가 없다

 

저자 제이콥 M. 애펠은 생명윤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다. 컬럼비아대학교, 뉴욕대학교 등에서 20년 가까이 윤리를 가르치고 있다. 수련의들의 활발한 토론을 위해 새로운 윤리적 난제들을 습관처럼 발굴했다. “중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의사 면허를 줘야 할까?” “사형수에게 심장을 이식받을 자격이 있을까?”

 

이 가운데 당신이 실제로 맞닥뜨릴 난제가 있을지도 모르니, 어떤 쟁점이 있는지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당신이 마침내 어떤 결론에 다다르든, 바라건대 이 물음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고, 선의를 지닌 똑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_〈들어가며〉 중에서

 

그중에서 저자는 의료계 종사자와 의학드라마를 즐겨보는 일반인 모두에게 흥미롭고 의미 있을 만한 난제들을 선별했다. 스스로 자신의 가치관을 살펴보고, 기분 좋은 토론을 펼치는 데 최적의 주제들!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쓴 목적은 복잡한 윤리적 물음에 몰두하는 지적 즐거움을 전달하는 것이다!”       

 

기술과 윤리의 문제를 마주하라,

의료계 종사자와 정치인의 필독서

 

책에 소개된 79개의 난제들은 ‘현장의 의사들이 고민하는 문제들’ ‘개인과 공공 사이의 문제들’ ‘현대의학이 마주한 문제들’ ‘수술과 관련한 문제들’ ‘임신과 출산에 얽힌 문제들’ ‘죽음을 둘러싼 문제들’로 나뉜다. 각 난제 뒤에는 생각을 돕는 해설이 함께한다. 저명한 생명윤리학자와 임상의, 정책 입안자들이 비슷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소개한다.

궁극적으로 ‘기술과 윤리’ ‘생명과 정의’의 문제로 수렴되는 질문들. 저자는 생명윤리학자이자 법학을 전공한 박사로서 최대한 균형 잡힌 관점을 유지하려 애썼다. 덕분에 윤리 문제를 다루는 정치인에게는 주요한 시사점을 안기고, 의사와 간호사를 꿈꾼다면 면접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가 된다. 

 

★★★ 이 책을 향한 찬사

 

“의사와 환자, 복제된 네안데르탈인의 생각까지 자극하는 매력적인 책!”

- A. J. 제이콥스, 〈한 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의 저자

 

“당신의 저녁식사 대화에 활기를 불어넣을 기술과 선택의 문제!”

- 윌리엄 파운드스톤, 논픽션 작가

 

“학생과 교사, 윤리 문제를 다루는 정치인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 마이클 셔머, 과학저널 〈스켑틱〉 대표

 

“내려놓을 수가 없다. 모든 대학생이 읽어야 할 책!”

- 조 슈워츠, 맥길대 과학과사회연구소 소장

 

“이 생동감 넘치는 책이 기술과 윤리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 앨런 프랜시스, 정신의학진단 분야의 석학

 

 

책 속으로

 

당신이 의료 분야에 종사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든, 인기 텔레비전 쇼에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심심찮게 다루는 윤리적 논란에 흥미를 느끼는 일반인이든, 이 책에서 앞으로 소개할 난제들은 분명히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보면서 스스로 자신의 가치관을 살펴보거나, ‘현실 세계’에서 펼쳐지는 어지러운 논란에 주목하고, 식사 자리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기분 좋은 논쟁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_ 〈들어가며〉 중에서

 

자신의 진짜 가족력을 알지 못하면,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질병을 앓는 아이를 낳을지도 모른다. 또 자신도 모르게 의사에게 부정확한 가족력을 알릴 테니, 의사는 조기 대장암 발병부터 자살까지, 린다가 마주할지 모를 위험을 모두 과소평가할 것이다. 이런 상상도 해볼 수 있다. 린다가 생물학적 자식은 아니지만 신장 기증자로 적합하다면? 이런 상황에서 친자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린다면, 린다가 신장을 기증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꿔 프레드의 건강이 위중해질지도 모른다.

_〈내가 아빠 딸이 아니라고요?〉 중에서

 

헬레칸트의 입학을 비난한 많은 사람이 이런 물음을 던졌다. 과연 환자가 살인자였던 의사를 신뢰할까? 또한 다른 지원자 대신 헬레칸트의 입학을 허락한 의과대학의 결정이 대중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을까? 만약 헬레칸트가 의술을 펼치도록 허락한다면 전체 의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뉴욕타임스〉 기고가 로런스 올트먼에 따르면 당시 카롤린스카대학교 총장이던 하리에트 발베리-헨릭손은 학교 윤리위원회에 이 사건을 넘겨 지침을 요구했다. 총장은 이렇게 물었다. “교육자와 학교 운영자들은 유죄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범죄자 출신 학생의 과거를 환자들에게 알려야 할까요?”

_ 〈살인자가 의사가 된다면?〉 중에서

 

미국이 강제 격리를 허용하는 질병은 에볼라 같은 바이러스성 출혈열, 콜레라, 디프테리아, 결핵, 페스트, 천연두, 황열, 유행성 독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다. 이 중 몇 가지는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잠복기가 짧다. 접촉 감염성이 매우 높은 사람을 단기 격리하는 사안에 관해선 거의 모든 윤리학자가 그리 심각하게 염려하지 않는다.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공익을 보호하고자 그런 격리를 대부분 스스로 받아들일 것이다. 정말로 골치 아픈 문제는 보육 시설 종사자 샌드라처럼 치료할 길이 없는 무증상 보균자나 필요한 치료를 마다해서 장기 격리해야 하는 보기 드문 환자다.

_ 〈바이러스 보균자를 강제 격리해야 할까?〉 중에서

 

부모가 너무 터무니없는 결정을 내릴 때는 법에 따라 법원이 개입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가 의학적 이유로 아이에게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을 권리만큼은 모든 주가 인정한다. 또 많은 주가 종교나 철학에 근거한 거부도 예외 사유로 인정한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해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반드시 계속 아이를 진료할 법적·윤리적 의무를 진다는 뜻은 아니다.

_〈아이에게 꼭 백신을 맞혀야 하나요?〉 중에서

 

평상시 진료 과정에서는 대개 ‘먼저 온 환자 먼저’를 기준으로 인공호흡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독감 대유행이 일어났을 때 이 방식을 적용하면 안 된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오히려 우리는 그런 재앙 같은 상황에 적합한 인공호흡기 적용 및 배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윤리적 논쟁이 벌어지는 문제는 환자 중증도 분류를 해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중증도 분류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배제해야 하느냐다.

_〈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포기해야 할까?〉 중에서

 

종교적 목표가 있는 기증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런 공여자들 덕분에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뿐만 아니라, 대기자로 이름을 올린 다른 사람들에게 장기가 돌아가도록 숨통을 틔워준다고 주장한다. 리뉴얼이 유대인 환자 한 명에게 신장을 주선한다면, 이식

받을 신장을 기다리는 어느 비유대인 앞에 있는 대기자가 한 명 줄어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약 리뉴얼이 없었다면 이런 기증자들은 어떤 장기도 기증하지 않았을 것이다.

_〈장기를 스타에게 먼저 줘야 할까?〉 중에서

 

지금껏 미국 법원이 이 쟁점과 관련해 다룬 사건은 적어도 10건이 넘는다. 이와 관련한 첫 재판인 1992년 데이비스 대 데이비스 사건에서 테네시주 대법원은 분쟁 대상인 배아가 사람도 소유물도 아닌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특별히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잠정적 범주”에 속한다고 판결했다. 이런 재판 대다수는 문제가 된 배아를 착상해 출산하는 데 반대하는 쪽의 손을 들어줬다. 그래도 몇몇 재판에서는 화학 요법 탓에 불임이 된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여성들에게는 보관한 배아를 착상하는 것만이 생물학적 부모가 될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_〈배아의 소유주는 누구일까?〉 중에서

  • 머리만 옮길 수 없을까?
  • 암에 걸린 사실을 알리지 말아야 할까?
  • 딸이 친자가 아니었음을 알려야 할까?
  •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포기해야 할까?
  • 인간을 복제할 수 있을까?
  • 네안데르탈인이 다시 살아난다면?

이 흥미로운 질문들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79가지 의료 딜레마 중 일부이다.

과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생명과 삶의 질에 혜택이 되고 있는 만큼이나 트레이드 오프로 반작용하는 새로운 고민거리들이 생겼다. 그동안은 불가능해서 굳이 고민거리가 아니었던 질문들이 이제는 심사숙고해야 할 타이밍이 된 것이다. 대신 우리는 책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참신한 주제를 충분히 접할 수 있다.

책을 이루는 뼈대 논리 구조는 딜레마에서 비롯된다. 누구나 알다시피 딜레마에는 명확한 정답이 없다. 대신 치열한 논쟁 끝에 나름의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까지 설득력을 얻기 위한 논증 방식이나 객관적 정보 등 결론에 이르는 중간 과정에서 배우고 얻을 것들이 많으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가치관을 확인하고 창의성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딜레마 문제는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이러한 의료 행위와 관련된 딜레마들을 다룬다.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재미, 정보, 깨달음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재미
    일단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재미이다. “머리만 옮길 수 있을까?”와 같은 놀라운 과학 기술이 등장하기도 하고, “딸이 사실은 친딸이 아니었다”와 같은 막장 드라마 소재거리가 등장하기도 하며, “남녀가 같은 병실을 써도 될지”와 같은 다소 발칙한(?) 문제들을 다루기도 한다.

  • 흔하진 않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신기한 일들
    이 주제들은 실제 일어났던 팩트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법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점에 적잖이 놀랐으며, 인간사가 얼마나 다양하고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는지 색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질병과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나약하고 원초적이다. 학교, 직장 등 대다수의 평범한 일상에는 가려져 있었던 인간의 욕망이나 자연의 섭리 앞에 불가항력인 벌거벗은 인간들의 모습이 79가지 주제들에 그대로 투영된다.

    때로는 추해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긴다. 남의 시선, 매너, 겉모습 따위의 허상을 한꺼풀 더 벗겨낸 삶의 진솔함을 바라볼 수 있었고, 덕분에 각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도 더욱 솔직할 수 있었으며, 억지로 감춰뒀던 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소득이었다.


  • 사소한 생각에서 철학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논증의 대립으로 가득 차 있다. 뜬금없이 스스로의 왼쪽 발을 잘라달라는 환자가 찾아오면 얼마나 황당할까? 처음엔 당연히 발을 자르면 안된다는 도덕적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 환자는 정신 이상자가 아니라 BIID(신체 통합 정체성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로써 자신의 왼쪽 발이 남의 발 같은 이물감에 고통받으며 살아왔다. 잠시 환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았다. 손톱 가생이에 삐져나온 일어난 작은 손톱이 거슬리는 느낌일까? 떼고 싶은데 크게 붙어있는 딱지 같은 느낌일까?

    겪어보지 않았으니 이 환자의 불편함이나 이물감이 어느 정도의 고통을 유발하는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당연히 자르면 안된다.”라는 정의는 내가 아는 수준의, 상식 세계에서나 통하는 대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인간이 당면했으나 아직까지 답을 내지 못하는 근원적인 철학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합리성과 최대 행복을 강조하는 공리주의는 책에 등장하는 주제들에 단골 손님처럼 등장하는 결론의 주체이기도 하다.

    인간 복제, 머리를 바꾸는 주제는 더욱 더 많은 생각을 돋구게 한다. 테세우스의 배와 같은 역설은 그러한 생각 중 하나이다.

    테세우스와 아테네의 젊은이들이 탄 배는 서른 개의 노가 달려 있었고, 아테네인들에 의해 데메트리오스 팔레레우스의 시대까지 유지 보수되었다. 부식된 헌 널빤지를 뜯어내고 튼튼한 새 목재를 덧대어 붙이기를 거듭하니, 이 배는 철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라는 것들에 대한 논리학적 질문’의 살아있는 예가 되었는데, 어떤 이들은 배가 그대로 남았다고 여기고, 어떤 이들은 배가 다른 것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 플루타르코스

    “지금 살고 있는 나는 나인가? 10살 때의 내가 지금 40살의 나라고 할 수 있는가? 테세우스의 배처럼 우리 몸은 적지 않은 세월을 거치며 다른 세포들로 채워왔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 복제로 나를 대신해도 문제 될 것은 없지 않은가? 가만.. 생각해보니 일상의 과학법칙이 통하지 않는 양자 역학 미시 세계도 우리몸과 비슷하네. 일반 상식이 통하는 경계선은 어디일까?..”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철학의 영역에 도달하게 된다. 평소 철학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큰 독자라면 굳이 철학을 접하려 애쓰지 말고 흥미로운 문제들로 자연스럽게 철학에 빠져보길 권유한다. 철학에 쉽게 발을 담글 수 있는 징검다리는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 질병과 죽음에 관한 진지한 성찰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은 대부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무거운 주제들이다. 때문에 생각 자체만으로도 거부감이 들어 문제를 당면하지 않는 이상 깊이 고민하려 하지 않는다. 고민하고 싶어도 일부러 시선을 회피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질병과 죽음이라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 대상이 나 자신이든 소중한 가족이든 간에 겪는 아픔과 당황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밝은 분위기와 웃음을 유발하는 질문들을 통해 무거운 주제를 다룬 점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포인트이다. 감정이 일상 속에서 거부해왔던 주제들을 흥미 속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 줄 기회를 준다.

    “아.. 나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구나..”, “만약 이런일이 일어나면 이렇게 대응해야 겠다..”와 같은 깊이 있는 사색에서 비롯된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예를 들면 갑작스레 죽었을 때 가족들이 의사 결정하지 못할 상황에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평소에 마련해 둔다거나, 긴 혼수 상태에서 깨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채 고통속에서 정신을 차리게 된다면 산소 호흡기를 떼어 달라는 의사 표현 등을 평소 해 놓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늘 피하려고 했던 어두운 주제는 습관적으로 미루게 된다. 늘 미루다 생애 마지막에 소중한 것을 깨달아도 대응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이 책 덕분에 함께 웃으며 미리 생각할 수 있어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더불어 죽음과 삶의 경계 혹은 평범한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 의료 상식과 최신 과학기술 정보
    이 책이 한가지 더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면 나름의 정답을 제시해 준다는 점이다. 딜레마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현 의학계와 전문가들은 어떻게 풀어냈는지, 또 다른 의견을 가진 진영은 어떤 대답을 제시했는지, 혹은 저자 개인적인 생각은 어떠한지 고민하고 조사한 바를 정리해준다.

    비록 각 진영의 대답들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을지라도 결론이 도출되기 까지의 논증과 논거라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의견과 입장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은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진리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는데 도움이 된다.


앞서 설명했듯 책은 79가지의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주제를 약 4페이지에 걸쳐 다룬다. 파트별로 짧게 구성되어 있으니 읽는데 큰 부담도 없고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블로그 글 하나 읽듯이 가볍에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또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출퇴근 시간이나 짜투리 시간 혹은 쉬는 시간에 한 주제씩 읽으면 잠시 다른 세계에 빠져들어 기분도 전환되고 잊고 있던 소중한 옛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끝으로 이 책은 빨리 읽지 않을 것을 권유드린다. 1일 1주제 정도로 출근 시간에 읽은 질문을 점심시간, 휴식시간, 퇴근시간, 취침 전까지 몰입하듯 깊게 생각한다면 넓은 세계가 머리속에 펼쳐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새롭게 등장하는 질문들은 창의성과 사고력이 깊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세상 보는 시야를 크게 넓혀주는 것 같다.

읽는 내내 재미있고 흥미로운 질문으로 읽는 동기를 부여해주고, 바쁘게 살아가느라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우리에게 여유와 깊이를 선물해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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