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나타내는 장치에서 나를 표현하는 아이템으로
내 손목을 두른 아날로그 도구의 감성 교양
하루 온종일 나와 함께하며 일상의 시간 관리를 이끌어주는 지름 4센티미터의 작은 물건, 기원전 3000년에 탄생해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를 거듭해온 위대한 도구, 그러나 디지털 기기의 등장으로 그 효용이 떨어져 실용의 세계에서 감성의 세계로 이민하고 있는 기계식 손목시계. 《손목시계의 교양》은 이 작지만 위대한 도구의 세계를 탐험한 책이다.
대다수 아날로그 기계와 마찬가지로 최신 스마트 기기들이 나오면서 손목시계의 효용 또한 퇴색되었다. 하지만 손목시계를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손목시계 자체가 사회적 지위이자 자기주장이며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손목시계는 이제 시각 확인이라는 기능적 의무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진화하고 있다.
이 책은 인류가 시계를 발명한 고대부터 오늘날의 스마트폰 시대까지 ‘시간을 다룬 도구의 시간사’를 소개한다. 또한 시계의 브랜드 가치나 가격 등 외형적인 것이 아니라 시계와 시간을 둘러싼 문화와 그에 얽힌 사람들, 그리고 시계 기술과 명품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정보와 감상법까지 ‘교양으로서의 시계’를 이야기한다.
일반적인 손목시계는 지름 40센티미터, 두께 1센티미터 정도이지만 무려 100개가 넘는 부품이 있다. 정밀도, 디자인, 착용감 등등을 높이기 위해 오랜 세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온 결과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품의 수만큼, 아니 그보다 몇 배, 몇십 배 더 많은 이야기가 이 도구에 담겼다. 작은 크기에 반비례하여 무수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물건, 인간의 크고 작은 사건에 늘 함께하며 기록을 담당한 장치, 때로는 점잖게 때로는 발랄하게 때로는 지적으로 나를 표현해주는 우아한 도구 ‘손목시계’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프롤로그
PART 01 시계의 역사학
로마 교황, 달력을 제정하다 | 스위스 시계, 종교 탄압으로 탄생하다 | 크로노미터, 대항해의 완벽한 안내인이 되다 | 마을을 덮친 대화재, 기적의 시계 도시를 만들다 | 미국의 군수공장, 시계 산업의 상식을 바꾸다 | 세계 최초의 손목시계는 여성용이었다 | 메이지 유신, 일본의 시간을 바꾸다 | 교통의 진화, 시차를 만들어내다 | 동서 냉전이 키운 독일 시계 | 1969년, 시계의 대전환기 | 스위스 시계 vs 일본 시계 | 시계의 개성은 비즈니스가 결정한다?
PART 02 시계의 문화학
진짜 하루의 길이는 늘어났다가 줄어든다? | 시계 디자인의 양대 조류, 아르데코와 바우하우스 | 해골 시계에 숨겨진 죽음의 철학 | 손목시계로 비리를 폭로한 블로거 이야기 | 시계와 예술의 관계 | 시계를 패션으로 만든 두 가지 혁신적 캐주얼 시계 | 보기만 해도 즐거운 기묘한 시계 | 시계업계의 슈퍼스타, 독립 시계공 | 운동선수가 손목시계를 차는 이유 | 정확한 시간은 어디서 만들어질까? | 스포츠 열광을 선도하는 시간 측정 기술 | 럭셔리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시대 | 미와 기술의 경연, 주얼러 시계로 즐긴다
PART 03 시계의 상식학
시계 애호가도 인정하는 정상급 시계 브랜드 | 3대 복잡장치를 알아보자 | 매뉴얼 와인딩 크로노그래프는 왜 비쌀까? | 전자식 손목시계의 진화 | 얇은 것은 훌륭하다 | 손목시계의 품질은 홀마크에 나타난다 | 유지보수는 왜 필요할까? | 손목시계는 자산이 될 수 있을까? | 앤티크냐 복각이냐 | 새로운 골드 케이스는 무엇이 다를까? | 시계 선택, 결국 크기로 귀결된다
PART 04 시계의 감상학
[다이얼] 포인트는 마감과 질감, 소재 | [인덱스] 디자인으로 분위기를 지배한다 | [시곗바늘] 고집은 색과 길이에 나타난다 | [베젤] 두꺼우면 기능, 얇으면 디자인 | [케이스] 실용 소재라서 더욱 흥미로운 마감 처리 | [스트랩] 패션처럼 갈아 끼우고 싶다면 | [무브먼트] 무브먼트를 논하는 자가 진정한 시계 애호가 | [사양] 시계를 읽는 법
PART 05 시계의 기술학
디지털 시대의 문제를 극복한 소재 기술 | 섬세한 시계를 보호하는 충격 방지 장치 |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방수 시스템 | 흠집까지 막는 소재와 표면 처리 | 끝없이 진화하는 동력 장치 | 시계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인간이다!
PART 06 손목시계 브랜드 30선
세계적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그랜드 세이코’ | 독일 시계 문화의 진정한 계승자 ‘글라슈테 오리지날’ | 보석상이자 명문 시계 브랜드 ‘까르띠에’ | 꼼꼼한 일처리와 단정한 디자인이 무기 ‘노모스 글라슈테’ | 실용성과 디자인을 접목한 ‘더 시티즌’ | 고정밀도로 시대를 만든 우아한 시계 ‘론진’ | 실용성의 가치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골리앗 ‘롤렉스’ | 독일의 장인 정신을 시계에도 적용한 ‘몽블랑’ | 감각적인 파리 브랜드 ‘벨앤로스’ | 역사와 전통, 격식을 갖춘 실력파 ‘보메 메르시에’ | 고급스러운 기교파 ‘불가리’ | 크로노그래프의 역사를 견인한 명문 ‘브라이틀링’ | 시계업계에서도 혁신을 거듭하는 ‘샤넬’ | 시계 공방에서 주얼러로 ‘쇼파드’ | 미국·독일·스위스의 다양성 시계 ‘IWC 샤프하우젠’ | 흐르는 시간을 자유롭게 표현하다 ‘에르메스’ | 스위스를 대표하는 기교파 매뉴팩처 ‘예거 르쿨트르’ | 양질의 시계를 꾸준히 만드는 양심 브랜드 ‘오리스’ | 차세대 기계식 시계를 개척하다 ‘오메가’ | 고급 시계의 미래를 비추다 ‘위블로’ | 뛰어난 기술로 시대를 견인하는 ‘제니스’ | 역사가 깊은 명문 매뉴팩처 ‘제라드 페리고’ | 비밀병기 같은 매력이 있는 ‘진’ | 디지털 이미지를 불식하는 본격파 ‘카시오 오셔너스’ | 시계 판매점에서 고급 시계 브랜드로 ‘칼 F. 부커러’ | 모터스포츠 시계의 명문 ‘태그호이어’ | 견고한 시계에 세련미를 얹은 ‘튜더’ | 군사 기밀에서 출발한 이탈리아 시계 ‘파네라이’ |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프레드릭 콘스탄트’ | 미국의 정신과 스위스의 정확성 ‘해밀턴’
에필로그
시계 용어
참고문헌
시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감상법까지
인류의 시간과 함께한 위대한 도구의 인문학
시계의 역사는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발명된 해시계에서 시작되었다. 13세기 유럽에 교회의 탑시계가 등장하였고, 이후 부품과 장치가 소형화되어 17세기 말 회중시계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20세기 초,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손목시계가 개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시계 전문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처럼 5,000년이 넘는 시계의 역사에 새겨진 사건, 인물, 기념비적인 기술과 도시, 게다가 예술까지 시계에 관한 모든 지식을 소개한다.
알프스 고산지대에 둘러싸인 고립된 국가 스위스가 어떻게 유럽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시계 강국이 되었는지, 퍼페추얼 캘린더·미닛 리피터·투르비용 등 3대 복잡장치로 불리는 초고도 시계술은 어떻게 개발되었는지, 또한 최초의 손목시계는 여성의 필요에 의해 탄생했고 남성용은 이후 전쟁 때문에 등장하게 되었다는 사실 등등 우리가 궁금했던 시계 지식이 매 페이지마다 이어진다. 예를 들어 유럽에 대량생산을 일으킨 미국식 제조 시스템, 20세기 냉전 덕분에 살아남은 독일 시계의 아이러니, 스위스와 일본의 시계 시장 패권사, 시계 디자인의 두 조류 아르데코와 바우하우스, 회화에 그려진 시계를 통해 알아보는 시대상과 문화, 시대 혁신을 일으킨 시계 모델들, 올림픽 타임키퍼로 대표되는 시간 측정의 발전사, 시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꼽히는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부터 현대 시계의 슈퍼스타 프랭크 뮬러까지 선구적인 시계 장인, 세계 3대 시계 그룹 리치몬트, 스와치, LVMH의 전략을 통해 알아보는 트렌드 등등 시간과 시계에 얽힌 역사, 문화, 기술이 망라되어 있다.
저자의 말처럼 시계의 역사는 인간이 지닌 지적 호기심의 역사이며, 시계를 안다는 것은 인류가 터득한 지혜의 역사를 배운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시계의 문화적 가치와 역사적 사실을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으로 만족하고 자신에게 걸맞은 손목시계를 만날 수 있다.
나의 결을 나타내고 나의 격을 높이는 특별한 도구
시계는 자기 표현의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손목시계로 시간을 봅니까?”
스위스 시계 브랜드 ‘블랑팡’을 부흥시키고 ‘위블로’를 메가브랜드를 키워낸 스위스 시계업계의 거물 장 클로드 비버는 위와 같은 말을 남겼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현재,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이제 시계는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나 액세서리를 넘어서 나의 가치를 나타내고 나의 품격을 높이는 중요한 아이템이 되었다. 한마디로 시계를 착용한다는 것은, 가장 나다운 모습을 표현하는 행위 중 하나가 된 것이며, 따라서 시계를 아는 만큼 나를 더욱 잘 드러낼 수 있다.
이를 돕기 위해 이 책은 다이얼, 인덱스, 시곗바늘, 케이스, 스트랩 등 시계 사양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그 사양들을 꼼꼼히 읽는 법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소재와 표면 처리법, 첨단 동력 장치, 방수 시스템 같은 최신의 시계 기술은 물론이고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브레게, 랑에 운트 죄네, 예거 르쿨트르 등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의 역사와 트렌드까지 소개하고 있어 시계 입문자와 애호가 모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브랜드와 모델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 동시에 시계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있는데 굳이 무겁게 시계를 차야 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이제 시계는 새로운 가치로 우리 곁에 함께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손목시계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면 어떤 제품을 고르든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마음에 드는 손목시계를 만나 함께 시간을 새겨 나가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물건에는 이야기가 있다. 안경에는 광학과 의학 발전의 역사가, 자동차에는 자연 물리에 맞서는 동역학의 역사가 담겨 있듯이, 시계에는 인류 발전의 시간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디지털 기기들이 끊임없이 등장해도 아날로그 시계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최신 기기들이 따라잡고 싶어도 절대 그럴 수 없는 오랜 시간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 책 《손목시계의 교양》은 바로 그 시간의 역사를 다시 새길 기회를 선물할 것이다.
책 속으로
원래 달력은 태양과 달로부터 탄생했다. 태양이 만드는 그림자를 관찰하다 보니 그림자가 움직이는 방식에 규칙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년에 네 번 낮과 밤의 길이가 바뀌는 경계가 존재했던 것이다.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은 ‘동지’, 낮과 밤이 같아지는 날은 ‘춘분’과 ‘추분’,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날은 ‘하지’로 정했다. 이 네 가지 경계가 달력을 만드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 규칙에 달의 주기를 조합했다. ‘달이 없는 밤~보름달~달이 없는 밤’의 주기는 약 30일이다. 이 주기를 세 번 반복하면 낮과 밤의 길이가 바뀌는 경계가 된다. 즉 달의 주기인 약 30일이 세 번 반복되면 낮과 밤의 관계가 바뀌고 날씨도 변한다. 이 세트가 네 번 끝나면 다시 같은 계절(비가 오거나 더워지거나 꽃이 피는 등)로 돌아온다. 즉 이것이 1년이라는 뜻이다.
_19~20쪽, <PART 01 시계의 역사학> 중에서
말과 도보로 이동하던 시절에는 먼 곳에 사는 사람과 교류할 일이 적어서 도시마다 표준시가 달라도 큰 불편은 없다. 하지만 19세기 초 영국에서 증기기관차가 발명되고 이동 거리가 길어지자 문제가 발생한다. 각지의 표준시가 제각각이었던 탓에 안전한 철도 시간표를 편성하지 못해서 중대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이에 영국은 그리니치 천문대의 시계를 표준시로 정해서 운행 시간표를 정리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처럼 광대한 국가인 경우는 표준시를 하나로 통일하기가 어렵다. 사실 1869년에 완성된 미국 대륙횡단철도는 200개 이상의 표준시를 사용해 운항했을 정도로 매우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이때 나선 인물이 캐나다의 엔지니어 샌드퍼드 플레밍(Sandford Fleming)이었다. 그는 ‘지구를 경도 15도씩 총 24개로 나눠 1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표준시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한다. 1884년에 개최된 국제 자오선 회의에서 그리니치 천문대가 본초 자오선(경도 0도 기준)으로 정해진 것을 계기로 이 아이디어에 대한 법 정비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전 세계 국가에 24개 표준시가 설정되었다. 이것이 ‘시차’의 탄생이다.
_53~54쪽, <PART 01 시계의 역사학> 중에서
‘바우하우스’는 독일의 공예학교 바우하우스에서 생겨난 디자인 양식이다. 아르데코와 마찬가지로 20세기 초에 시작되었지만, 바우하우스는 철저하게 효율주의를 따랐다. 당시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은 혼란의 한복판에 있었고, 학교는 자재와 자금 모두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금 벌이의 일환으로 디자인 상품을 판매할 정도였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을 잘 팔리는 가격에 제조하려면 우선 기능과 비용을 중시하고 이를 위한 디자인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Form follows function(형태는 기능을 따른다)’이라는 ‘기능미’ 개념이 생겨났다. 단순하고 단정한 케이스 형태와 가시성 좋은 표시 등 모든 것 이 이 이론을 따른다.
_86쪽, <PART 02 시계의 문화학> 중에서
독립 시계공으로서 가장 큰 성공을 이룬 인물은 프랭크 뮬러(Franck Muller)다. 시계 브랜드 ‘프랭크 뮬러’는 지금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출발점은 그가 혼자서 시작한 시계 공방이었다. 1958년에 태어난 프랭크 뮬러는 제네바 시계 학교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동급생 대부분이 명망 있는 시계 브랜드에 취직하는 가운데, 그가 선택한 길은 시계공 스벤 안데르센(Svend Andersen)의 제자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파 텍필립 출신의 숙련 시계공이 운영하는 공방에서 그는 지식과 기술을 갈고닦았다. 한편 박물관에 보관된 오래된 시계를 복구하는 작업을 통해 수백 년 전 시계공의 예지를 접한다. 대형 시계 브랜드에서는 얻을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그는 시계 애호가의 주문에 따른 맞춤형 시계 제작도 시작했다. 사실 그의 대명사인 우아하고 아름다운 토노 카벡스(Tonneau Curvex) 케이스는 시계 애호가인 여성에게 “좀 더 당신다운 디자인을 만들어보면 어때요?”라는 조언을 듣고 탄생한 것이다. 안목 높은 멋쟁이들과의 교류가 그의 창조성을 더욱 끌어냈다
_111쪽, <PART 02 시계의 문화학> 중에서
기계식 시계의 세계에서는 시각 표시 기능 이외의 부가 기능이 시계의 매력이자 화젯거리가 된다. 실용적인지 아닌지는 차치하더라도, 조그만 케이스 안에 가득 담긴 수많은 톱니바퀴와 레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는 메커니즘에 시계 애호가는 마음을 빼앗긴다. 게다가 장치에는 ‘격’이 있다. 부품을 많이 사용할수록, 즉 복잡할수록 상급으로 여겨진다. 그중에서도 최고봉으로 여겨지는 것이 ‘영구 달력’, ‘투르비용’, ‘미닛 리피터’ 등 3개 장치다. 초복잡장치로 불리는 이 장치들은 시계 애호가에게 동경의 존 재다.
_146쪽, <PART 03 시계의 상식학> 중에서
좋은 손목시계의 지표는 다양한 홀마크(hallmark)다. 가장 유명한 홀마크는 다이얼에 적힌 ‘SWISS MADE(스위스 메이드)’라는 글자다. 이 글자를 제품에 표기하려면 원재료의 일정 비율을 스위스산으로 하거나, 생산 비용의 일정 비율을 스위스 내에서 부담할 것 등을 의무화한 스위스니스(Swissness) 법을 충족해야 한다. 시계의 경우는 ‘적어도 비용의 60퍼센트를 스위스 내에서 부담할 것, 또 중요한 제조 과정 중 적어도 하나를 스위스 내에서 수행할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즉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중국 등에서 많은 부품을 제작한다면 SWISS MADE를 내세울 수 없다. 다이얼 위에 ‘CHRONOMETER(크로노미터)’라고 적혀 있는 시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 규격인 ISO3159에서 규정된 시계의 정밀도 기준에 따라 공식 검사기관이 15일간의 테스트를 실시한다. 크로노미터 인증은 이 국제 인증 기준을 통과한 고정밀도 시계에만 주어진다. 스위스의 뇌샤텔에 있는 공식 크로노미터 협회(Contrôe Officiel Suisse des Chronomères)가 부여하는 COSC 인증 크로노미터가 가장 유명하다.
_169~170쪽, <PART 03 시계의 상식학> 중에서
고급 모델의 대부분은 파란색 바늘을 사용한다. 블루스틸 바늘(blue steel hands)로 불리는 것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바늘을 가열하면 금속 표면에 산화피막이 생긴다. 산화피막의 색은 가열하는 온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블루스틸이 되려면 약 300도로 가열해야 한다. 다만 그 온도대에 들어가는 것은 한순간이다. 따라서 장인은 색의 변화를 잘 지켜보면서 알코올램프를 사용해 수작업으로 꼼꼼히 굽는다. 참고로 독일의 모리츠 그로스만(Moritz Grossmann)이라는 작은 실력파 브랜드는 블루가 되기 바로 직전인 약 280도에서 가열을 멈춘다. 이렇게 하면 깊이감 있는 브라운 바이올렛 색깔의 바늘이 완성된다. 바늘 색깔에도 고집이 담기는 것이다.
_212~214쪽, <PART 04 시계의 감상학> 중에서
‘기계식 시계는 평생 간다’고들 한다. 분명 정기적으로 유지보수를 하고 서비스센터에서 오버홀을 받는다면 기본적으로 평생은 물론 대를 넘어 시계를 물려주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평생 애정을 줄 수 있을 때에 한해서다. 특히 최근의 손목시계는 트렌드에 무척이나 민감하다. 다이얼의 색은 시대의 분위기에 좌우되고, 존재감 넘치던 케이스는 나이가 들수록 무겁게 느껴진다. 노안이 시작되면 복잡하고 깨알 같은 표시는 볼 수 없다. 시계는 평생 간다지만, 실제로 평생 끝까지 함께하는 동반자가 될지는 결국 쓰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
_262~263쪽, <PART 05 시계의 기술학> 중에서
스위스는 네 개 언어권(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으로 나뉜다. 프랑스에서 망명해온 시계 장인들이 시계 산업을 확산시켰다는 역사가 있어, 스위스의 시계업계는 프랑스어권이 강하다. 그런 가운데 기염을 토하는 브랜드가 바로 ‘IWC 샤프 하우젠’이다. 창업자이자 시계 기사인 플로렌틴 아리오스토 존스(Florentine Ariosto Jones)는 미국인이다. 전력을 사용해 공작 기계를 작동시키는 근대적인 방식으로 시계를 제작했다. 그래서 라인 강의 수류(水流)를 이용한 근대적인 수력 발전소가 있던 스위스 북부의 마을 샤프하우젠을 거점으로 골랐다. 이 마을은 독일 쪽으로 움푹 들어간 독일어권에 위치하며 문화도 독일의 영향이 강하다. 따라서 이 브랜드의 시계는 순전한 스위스 시계이면서도 어딘가 독일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_311~313쪽, <PART 06 손목시계 브랜드 30선> 중에서
고정밀도 시계의 명문이자 올림픽의 공식 타임키퍼도 담당하는 ‘오메가’는 시계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메이저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이 유명해진 계기는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동행했다는 ‘문 워치(Moon Watch)’의 전설이다. 아폴로 계획 이후로는 어떤 나라도 달 표면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여전히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는 달 표면에서 시각을 표시한 유일한 기계식 시계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공식 장비품이다. 따라서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화성에서 시각을 표시한 최초의 시계 브랜드’가 될 가능성도 있다.
_323쪽, <PART 06 손목시계 브랜드 30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