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도 이해하는' 이라는 부제가 자극적이고, 성인 수학책 답지 않게 귀여운(?) 디자인의 표지라 정말 쉽긴할 것 같은 기대감에 책을 보게 되었다. 책의 시작에서 과학, 공학은 결국 수학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림이 나온다. 요근래 엄청난 트렌드인 인공지능, 딥러닝에서도 수학을 멀리 했던 사람들의 탄식을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영어, 수학과 같은 기본에 충실한 사람의 트렌드의 변화에도 굳건히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부러워만 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뿌리를 단단히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총 9장과 연습문제 풀이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 몇 장은 정말 너무나 쉬운 내용이라 문과생이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저학년이 봐도 충분할 것 같이 쉽게 시작한다.
수학책을 보면 시작이 어려워서 바로 접게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을 본다면 최소 4장 중반부까지는 전혀 막힘없이 볼 수가 있다.
책 초반부의 유효숫자에 대한 내용인데, 정말 너무 쉬운 내용이라서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이렇게 해서 언제 미분, 적분, 라플라스 변환, 푸리에 변환까지 갈 수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1장 끝나고 나온 칼럼에는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 있어 적어본다. 우리가 10진수를 쓰는 이유가 손가락이 10개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과 만약 손가락이 8개인 우주인이 있다면 8진수를 쓸거라는 내용이 참신하기도 하고,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라 흥미로웠다.
4장의 중반에 행렬이 나올때까지는 아무리 수학을 멀리했던 분들이라도 아무런 문제없이 읽고 풀 수 있을 것이다. 행렬부분은 책이 주 대상으로 한 건아니지만, 프로그래머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므로 더욱 관심을 갖고 읽게 되었다.
행렬도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림과 도표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가우스 소거법과 행렬식을 너무 쉽게 설명해서 놀랬다. '프로그래머를 위한 선형대수'와 같은 책에서는 너무나 어렵게 설명하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본 설명 중에 가장 깔끔하고 쉽게 설명한 것 같다.
소단원의 내용마다 난이도가 별로 표시되어 있는데 4-12에서 처음으로 난이도 별 다섯개를 만나게 된다. 역시 난이도 다섯개 답게, 처음에 읽으면 이해가 잘 안되었지만, 잘 설명을 하였기에 한 번 더 읽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이 전기전자수학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6장에 복소수가 나올때 복소수가 i가 아닌 j를 쓰는 순간 이 책이 전기전자수학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전기전자에서는 i가 전류를 나타내는 중요한 단위와 같아 혼동을 피하고자 j를 사용한다고 한다.
아름다운 오일러공식에서도 i가 아니라 j로 보이는게 너무나 독특했다.
이건 내용과 크게 관계 없는 부분이지만 예제에서 일본 저자의 책이라 '천황'이라고 되어 있을텐데, 센스있고 역사의식있게 '일왕'이라고 정확히 번역한 센스가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꼭 전기전자가 아닌 프로그래머들에게 수학의 기초를 쉽고, 빠르게 익힐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은 입문서이고, 책의 분량이 많지 않기때문에 내용이 깊지는 않은데, 이 책의 내용만 충실히 익힌후에 조금 더 전문적인 책을 읽을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단련해주는 책이라는 의미에서는 큰 흠이 될 것이 아니다.
책의 마지막에 연습풀이 앞에 있는 그림에서 말했듯이 정말 수학의 길은 험난하다. 하지만 이 책으로 기초를 다시 잘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