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중세
는 기사, 봉건제, 농노, 십자군 전쟁, 종교, 페스트, 신성로마제국 혹은 프랑크 왕국 등으로 대표되는 시기로 본 도서는 수백년에 걸친 서양 중세를 다룬 시리즈 중 3권에 해당한다.
3권 리뷰에 앞서 1, 2권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볼까 한다. 1권에서는 프랑스 프랑크 왕국령에 위치한 다수의 국가와 군주들 사이에서 위그 카페 왕조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인 흐름이 소개된 후 그레고리오 개혁
으로 대표되는 교회, 교황, 수도사 중심으로의 권력 이동에 대한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다.
당시의 전투 방식과 근친혼 위주의 왕가 혈통 계승 등 시대적 디테일도 읽어봄직한 요소들이다. 종교의 영향으로 상상의 세계가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농민들과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상과 민주주의로 이어질 씨앗의 태동도 느낄 수 있다.
2권에서는 주로 십자군 전쟁
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중세 이야기를 다룬다. 사자심왕 리처드 1세의 예루살렘 정복 이후 연이은 패배로 교회 중심의 권력 구조가 서서히 약화되는 시대상을 다루고 있으며 그 안에 녹아있는 고딕 양식 등의 건축 양식, 성전의 미명하에 처참히 학살된 생명, 교황으로부터의 권력에 벗어나고 싶었던 왕들의 이야기, 템플 기사단으로 대표되는 기사들의 일화가 담겨 있다.
본 시리즈에 대한 보다 자세한 소개는 앞서 블로그에 게재한
리뷰를 참고하기 바란다.
본격적으로 3권의 리뷰를 다뤄보겠다. 3권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역사 즉, 종교
를 중심으로 바라본 중세라고 요약할 수 있다. 저자인 보비노 교수가 중립적 혹은 객관적 해석이 필요한 시점마다 등장인물로 등장하는 재미있는 구성을 띄고 있다.
먼저 예수 그리스도
의 등장이 가톨릭 종교의 탄생과 당시 시대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과거 유대교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전통은 하나씩 단절되며 변화하는데 책에서는 아래 그림과 같이 크게 16가지로 정리한다.
천주교 신자인 나로써도 그간 몰랐던 역사적 배경이 이렇게 많이 숨어 있는 줄은 몰랐다. 당시 역사의 흐름이라는 시대적 배경속에서 각 교파마다 교리를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시작하여 베드로와 천국으로 가는 열쇠
에서 시작된 주교 계승이 교황으로 이어지기까지의 배경을 담고 있어 인상적이다.
특히 교황과 교회가 권력을 공고히 하고자 시도했던 인간의 욕심을 여러단계의 빗장
이라는 표현으로 대변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당대의 유명한 신학자이자 아프리카의 주교 아우구스티누스 또한 개종 이전의 방탕한 생활이 교리의 엄격함과 폐쇄적인 성향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당시 중세의 교회가 거대한 권력을 갖추고 타락하기까지 각 등장인물들의 각양각색 역할과 인과 관계
는 주목할 만한 요소이며 오늘날의 크고 작은 갈등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의 거대한 축 아라비아 반도에서의 이슬람교의 창시도 다루고 있어 유대교, 가톨릭교, 동방 정교, 이슬람교의 차이
를 역사적인 팩트로 점검해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등장으로 시작된 많은 변화와 각 계파의 큰 그림은 다음 그림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서양의 큰 두개의 축 그리스와 라틴 전통이 가톨릭을 국교로 받아들이면서 나타나는 변화와 흐름을 시작으로 로마 가톨릭
으로 대표되는 서로마 제국과 교회와 그리스 정교회
로 대표되는 동로마 제국의 갈등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무려 13차에 걸친 양측의 대립과 대립 때마다 펼쳐진 공의회 내 치열한 교리의 대립은 사상 및 철학적 측면에서도 읽어볼 가치가 있으며 권력과 사회의 측면에서도 배울만한 점이 많다.
동양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동서의 대립이 얼마나 심각한 일이었고 교회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13차에 걸친 분쟁으로 하나 하나씩 들여다 볼 수 있어 작가의 전달력과 배려를 느낄 수 있던 대목이었다.
이어 제국의 정치 및 종교 타락이 중세의 대표적 개혁인 그레고리오 개혁으로 이어지기까지의 흐름도 짚어본다. 이는 이미 1권에서 상세하게 다룬 바 있기에 3권부터 읽은 독자의 경우 1권을 읽을 것을 권한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보다 선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중세는 세계사적으로도 큰 지위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암울기이다. 세계사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세계사 교과서에 중세에 할애되는 페이지의 분량을 잘 알고 있다. 그 비율만으로도 중세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초라한 시기임을 대변하는 것인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밥솥이 끓어야 쌀이 익는 법. 르네상스에서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원동력
은 중세에 서서히 축적되어 왔다.
인간의 권력과 부를 향한 욕구에서 비롯된 추악함이 여실히 드러난 시기라는 사실은 분명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타파하고 극복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도전하며 많은 사상적 고민이 양립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는 토인비의 명언에서 알 수 있듯 종교의 탐욕과 연옥이라는 암울한 현실에서의 탈피를 위한 깊은 고뇌는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
으로의 사고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바로 이러한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부조리를 해결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시도한 결과가 어떻게 귀결되었는지 지켜보며 미래에 대한 일종의 패턴과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본 중세 시리즈 도서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