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다섯 명이 한 말을 어떻게 믿어요?]
-정성 연구에 신뢰를 더하는 UX 리서치 전략
송라영/ 한빛미디어
/사용자를 읽으면 가능성이 열리는 시대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물리적인 외관을 다루는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결국 세상의 모든 것은 디지털과 융합될 것이라는 걸 어느순간 체감하고 UX(사용자 경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UX 리서치의 정량 연구나 직군, PM, 기획 관련해서는 많은 책이나 자료가 있지만 대부분 외국 사례인게 아쉬웠다. (물론 몇몇 국내 현업 종사자들이 그 아쉬운 점을 풀어내려 노력하고 있기는 하다)
특히 UX 리서치에 대한 부분은 오래된 외국사례가 대부분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어떤 맹점이 있는지 등은 쉽게 알기 어려웠다. 기업마다 UX에 대한 이해도도 제각각이고 그로 인해 원하는 직무적 스킬이나 가이드도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가운데 외국 사례를 번역해 나온 책이 아니라 한국인이 본인의 글로벌 기업에서의 경험을 책으로 직접 엮어낸 이 책은 굉장히 보기 드문 가뭄에 단비같은 책이었다.
UX 직무를 주로 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리서치나 닐슨 같은 리서치 회사와 아이디에이션 워크샵 등을 통해 UX 스케치 파트를 맡으며 협업하면서 리서치 회사가 어떤식으로 업무를 하는지가 궁금했다. 사회학 등에서부터 파생된 조사방법론들은 컴퓨터 개발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 제품 개발과정등에서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파생되며 비슷한 뿌리를 통해 발전해오기도 했고 서로 융합되고 때로는 독자적인 연구 방식들이 만들어져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주로 정량조사에 관해 이야기하지 정성조사에 관해서는 일반적인 이론서에서는 그저 '그런게 있다' 정도에 그칠 뿐 자세하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정성조사는 그 과정자체도 내부 비밀일수도 있고 그 과정이나 효과를 입증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아무리 이론화하고 방법론화해둔다고 하더라도 그 리서치를 이끄는 핵심 인물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제대로 다루면 지루할 수도 있어서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은 정성조사에 대해 집중해서 다루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쉽고 대중적으로 접근하는 점이 특색있었다. 고루한 과거 사례가 아닌 저자의 최근의 글로벌 실무 경험이 담백하게 녹아있어 실제 실무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서도 책도 콤팩트해서 소설이나 수필같이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기 좋았다.
/주요 내용
1. 정성적 리서치의 필요성: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서 정성적 리서치가 왜 중요한지
2. 신뢰성 있는 연구 방법론: 정성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다양한 방법론
3. 사례 연구: 실제 사례를 통해 정성적 리서치의 적용과 효과
4. 데이터 해석: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핵심 주제
· 신뢰성: 정성적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 사용자 중심: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
· 객관화: 주관적인 의견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변환하는 방법론
-의의
· 이 책은 정성적 리서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며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을 통해 실제 현업에서 유용한 가이드를 제공해준다.
/대상 독자
· UX 기획자&PM: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실무자
· 리서처: 사용자 의견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전문가
· 기업의 제품 개발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자 하는 제품 개발 및 마케팅 팀
·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사업자 또는 프리랜서
/후기
흔히 UX 리서치라고 하면 일반인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IT관련 직종의 사람들이나 하는 걸로 여기는 걸 보곤 한다.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나 조차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UX에 대한 수업을 들을 때마다 나는 직접 스케치하고 물리적인 걸 만드는 걸 공부해야하는데 왜 이런 연구, 리서치적인 걸 배워야하나 하고 지루해하며 스케치나 3D 프로그램을 만지는 시간을 뺏기는 걸 아까워했었다.
하지만 점차 세상이 IT화 되어가면서 일부 첨단 기업 연구소같은데서나 쓰일 것 같은 컴퓨터 기술과 서비스는 대중화되었다. 디자인도 점차 그 단어가 함의하는 범위가 확장되며 변화해갔다. 인터넷과 퍼스널컴퓨터, 모바일이 대중화 되면서 그로부터 IT 지식산업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이 우후죽순 쏟아져나왔다. 내가 디자인을 시작했던 산업 디자인의 한 영역인 프로덕트(제품) 디자인은 어느순간 IT 산업의 제품, 앱, 서비스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바뀌어갔다. 그걸 본격적으로 느꼈던게 넷플릭스의 디자인 다큐 '앱스트랙트: 디자인의 미학'의 미학에서 인스타그램 관련 편으로 보는데 인스타를 프로덕트 디자인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에서였다.
이후 디자인관련 채용공고등을 봐도 프로덕트 디자인은 대부분 IT 서비스관련 직종에서 쓰이는 언어가 되었다. 내가 했던 전공을 설명하려면 이제 제품 디자인(product design)이 아닌 산업 디자인(industrial design)이라는 다소 멋적고 포괄적인 언어를 가져다 써야했다.
그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디자인이 점차 단순 장식적인 시각예술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학, 심리학, 기술, 과학, 수학, 통계, 기하학, 예술 등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머리로만 이해했지 가슴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걸 진심으로 인정하게 된 게. 속편하게 그래픽툴만 다루고 주어지는 월급이나 프로젝트 페이만 받으면 한순간 몸은 편할지 모르겠지만 점차 배워야할 게 늘어나니까 아마도 심적으로 외면하고 여유부리다가 어느덧 앞으로를 대비해야겠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던 것 같다.
이미 물리적인 제품으로 나올 수 있는 것들은 산업화 시대에 대부분 나왔다. 아이폰을 위시한 스마트 디바이스는 물리적인 촉각에 치중해있던 사용자 경험(UX)을 디지털적인 영역으로 이전하고 확장했다. 이 경험은 이전과는 분명 다르고 고도의 기술집약적 분야였지만 동시에 직관적이고 대중적이었다. 디지털에서 파생된 변화는 기존의 세상을 바꿔나갔다. 디지털의 변화는 아날로그와 새롭게 융합되며 이전과는 다른 흐름이 만들어졌고 이제는 여기에 AI까지 더해지며 세상은 더욱 가파르게 변화되고 있다.
솔로프리너(Solopreneur=Solo + Entrepreneur)라는 기존의 개발+기획+구현까지 홀로 다 해버리는 직군이 나오는 것도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존엔 각자의 전문화된 영역이 너무 명확했기에 서로 침범할 수 없었고 각자 맡은 일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서로 영역이 모호해지고 기술의 도움으로 굳이 사람과 협업할 필요도 없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사용자와 사용성에 대한 체크는 앞으로 비즈니스를 해나가는데 있어서 기본이 될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개인의 팔로워 동원력을 이용해 사용자수를 확보하고 다양한 미디어와 기술을 활용해 개개인의 매력, 지식, 경험등을 파는 장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우리가 기존에 배웠던 기본지식들은 다양하게 디지털 기술과 AI와 융합되고 재편되어간다.
이는 단순직무를 기술적으로 완성하는데에만 매몰되어서는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UX에 대한 개념과 리서치는 앞으로는 특정한 직무에서만 하는 게 아닌 기본적인 역량이 될 것이다.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중요시하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과 집단이 향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