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때보다도 빠른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을 체감합니다. 그 변화의 저변에는 수많은 IT기술의 등장도 큰 요인이 되겠지만, 그 기술을 등에 업고 진행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의 등장들이 변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거의 백년전만해도 제품이 생산되면 사용에 불편함이 없기만 하면 날개돋힌듯이 팔리는 시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는 제품을 찍기만 해도 팔렸기 때문에 굳이 마케팅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납기만 맞추면 물건이 팔리니까요. 그리고 경쟁자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하서 고객이 물건을 구매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마케팅'이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고객들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채널들이 다양해 지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낸다고, 서비스를 제공만 한다고 이를 구입하는 시대는 완전히 지났습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하게 한 '정보의 완전에 가까운 공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유하에 도래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제는 기술우위의 제품과 양으로 승부하는 서비로는 무한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기존 제조업 제품들의 품질은 그렇게 큰 가격차가 있는 것이 아니며, 서비스에 있어서도 유사 가격을 기준으로 잡았을때는 서비스 만족도에 있아서도 유의미한 차이(Gap)를 느끼기는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 경제에서는 품질과 납기만 맞추면 되었지만 이제는 이것은 기본이며, 오히려 기억할만한 경험 제공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고객 체험의 경제'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체험경제의 시개에는 무엇이 중요할까요? 예를 들어서 커피를 보겠습니다. 예전에는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슈퍼에서 커피믹스를 사거나 다방에 갔습니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원두가 수입되기 시작하고 이 원두를 통해 커피를 만들수 있는 커피메이커가 들어서기 시작합니다.(제조의 발전), 그리고 카페가 활성화되면서 카페에 가서 다양한 품종의 커피를 마실수 있는 고객의 선택권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서비스 품질과 선택권의 강화). 그런데 우후죽순 카페들이 많이 생깁니다. 그런데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비용은 한정적인데 커피를 마실수 있는 기회는 늘어납니다. 이제 고객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것을 넘어, 더구나 어떤 커피를 마시는 것도 넘어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무엇을 체험하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인스타 그램에서 수많은 소위 힙하다는 카페를 가서 사진을 찍고 올리고,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카드뉴스로 합정 카페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도 고객들이 '체험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카페들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들어 생기는 카페들은 이런 SNS를 활용하여 고객들이 자발적인 체험을 공유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체험을 차별화시키는데 같은 노력을 합니다. 빈티지한 공간을 꾸미기도 하고, 독특한 음료를 만들기도 하고, 영업시간을 한정시키기도 하고, 자신의 카페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스토리를 카페설립배경에 입혀서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하기도 합니다. 공통점은 전부 기존에 알려진 것이 아닌 고객의 니즈를 새롭게 발굴하기 위한 서비스 차별화를 진행하며 그러한 서비스를 하나씩 새롭게 디자인 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체험경제는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각자의 상황에 맞게 재정의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사업은 장담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어떻게 고안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우리는 과거의 유산으로 부터 어느정도 참고할 수 있을것이며, 남다른 서비스의 구현에 대한 실례와 프로세스를 알려주는 서적이 나왔습니다. 바로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비스 디자인 씽킹>이라는 서적입니다.
사실 책을 받자 마자 든 생각은 흔해빠진 '기획'에 관련된 책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점에 마케팅과 기획, 영업에 관한 책은 정말 글자그대로 셀수 없을 만큼 많으니까요.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서비스 디자인 씽킹>의 저자는 국내의 유수의 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플랫폼을 설계, 주로 비즈니스 모델을 하신 분이라, 책을 읽기 전에는 그리 다른 서적이 아닐거라는 어느정도의 선입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사실 너무나 실망한 책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훌륭한 책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기획에 관해 궁금하신 분은 <기획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이와 동시에 기획과 마케팅,그리고 디자인과 UX부분까지 업무경험이 있으신 것 같아 다른 한편으로 기대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상당수 그 기대에 충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중에 하나는 용어에 대한 구체성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이미 마음속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자인 배성환님에 따라면 '서비스 디자인 씽킹'은 두가지 용어가 환합된 것입니다. <서비스 디자인 교과서(This is Service Design Thinking)>의 저자인 마르크 스탁도른이 주창한 개념이기도 합니다. 먼저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이를 비즈니스까지 이어지게 하는 사고의 연결을 의마합니다. 카페를 예를 들면 새로운 카페에서 기존에 사람들이 표준화된 머그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보다 편리하고 커피의 뜨거운 온도에 불편함을 덜 하게 하는 새로운 다지인을 고안하는 것이 하나의 디자인 씽킹이 되겠습니다. 한편 '서비스 디자인(Service Design)'은 서비스와 디자인의 혼합용어로 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예를 들어 우리가 공연을 보면 공연자체는 무형이지만 이를 사진으로 기록하거나 영상을 찍으면 유형의 증거(Physical Evidence)로 남습니다. CGV에서 만들어낸 포토티켓역시 하나의 서비스 디자인입니다.그래서 그 공연의 후기를 다양한 매체로 남길 경우에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구체적인 경험으로 남습니다. 디자인적인 사고와 방법을 통해 경험을 최적화하는 과정이 바로 서비스 디자인이 되겠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비스 디자인 씽킹>은 이 두가지가 무엇이며, 이를 위한 프로세스와 실례등을 담은 목적을 가진 서적입니다.
아주 심플한 두개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디자인 씽킹>, 하지만 단순하면서 명확한 구성입니다.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이라는 말에 걸맞게 초반에는 서비스 디자인 씽킹과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를 후반부에는 이해를 바탕으로 서비스 디자인을 을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프로세스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군더더기를 제외한 학습>활용의 단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독자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부분입니다.
조금 상세히 설명을 드리자면 1부는 아래와 같은 5장의 구성입니다.
첫번째는, 서비스 디자인 씽킹이 무엇이며 이를 통해 무엇을 하는지
두번째는, 결국 디자인 씽킹은 고객의 관점을 생각하는 것이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를
세번째는, 고양이 장난감 프로젝트를 통해 실전사례를 탐구,
네번째는, 가치와 경험이 무엇이 있는지
다섯번째는, 서비스로 연결하는데 필요한 장치들을 알아봅니다.
2부는 보다 현실적인으로 서비스 다지인 씽킹을 적용하는 단계와 과정입니다. 총 여섯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함에 있어서 어떤 프로젝트인지 이해하고(1), 현장조사를 통해 실제 관찰의 과정(2)을 거치면서 필요한 방법론을, 이후 자료조사가 되면 고객의 경험을 시작화 하면서 분석하고(3), 분석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상(4)하며, 이를 실제로 현실화하여 제작하고(5), 이후 피드백을 통해 결과를 측정하고 성장하는 단계(6)로 나뉩니다.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디자인 씽킹>의 가장 큰 차별점은 먼저 실제 활용되었던 프로젝트의 예시를 상세하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2부부터 등장하는 실제프로젝트에 적용된 예시만으로도 책값이 그리 아깝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이니까요.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디자인 씽킹>에는 놀 프로젝트/캣시캣츠 프로젝트/소규모 요양원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의 세가지의 프로젝트가 등장하는데 특히 놀 프로젝틔 경우 프로세스의 과정과 결합하여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실례를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의 과정을 그냥 따라가기만 해도 독자들이 서비스 디자인 씽킹을 활용하여 프로젝트를 할 시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도표화되고, 차트화 된 그림입니다. 아무래도 서비스 디자인의 경우 아이디어가 연결되는 과정, 그리고 무형의 경험이 유형의 자료로 변환되는 모습을 시각화해야 이해가 빠른데, 거의 모든 장에서 이렇게 차트화되고 시각화된 모습, 그리고 관련 메모를 통해 독자들의 편의성을 강화하였습니다.
세번째는 '마치며'라고 시작되는 요약이 각 장마다 들어가 있습니다. 각 장은 다른 전문서적에 비해 술술 읽히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서비스 디자인이 익숙하지 않을 경우는 내가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궁금한 점이 있을텐데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디자인 씽킹>에서는 각 장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주어, 활용이 편리하게 되어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고문헌입니다. 서비스 디자인이 보편적이면서도,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분명 방대한 자료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독자들이 2차적으로 스터디를 할 수 있도록 참고문헌을 상세하게 제공한 점은 분명히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저자의 노력이 들어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디자인 씽킹>의 아쉬운점이 없다고는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서비스 디자인 씽킹을 위한 체크리스트가 있으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분명 유리할 것입니다. 프로세스 적용단계가 나타난 2부나 프로젝트 적용 실례로만은 분명 실제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를 하는데 있어서 부족한 점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의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의 실례나 아니면, 서비스 디자인 업체 혹은 연구소의 네트워크를 할 수 있는 리스트가 있으면 비단 국내 프로젝트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영감을 받고 진행하는데 유리할 것입니다. 요즘처럼 SNS가 잘 되어있는 시대에 페이지 하나 공유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저자가 아예 이 책의 독자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배우는'관점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독자층을 명시했다는 것은 어떤 마음가짐과 목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저자가 기재한 대로 서비스 기획자, 프로젝트 관리자, 그리고 학생뿐만이 아니라 서비스 디자인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이 봐도 좋은 책이지만, 기실 서비스 디자인이 필요한 프로젝트 담당자가 보면 가장 좋은 서적입니다. 일단 독자를 고민하고 명시했다는 점은 분명 추천하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입니다.
서비스 디자인, 그리고 디자인 씽킹은 분명 표현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앞서 말한 '체험 경제의 시대'에 고객들이 만족하고 이를 위해 본인의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프로젝트를, 누구를 대상으로, 왜 해야하는지를 고민하는 분들께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서비스 디자인 씽킹>은 완벽하진 않더라도, 수번을 읽게 될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