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만화를 좋아하는데 특히 한빛비즈 교양툰 시리즈
를 참 좋아한다. 최근 리뷰를 올린 을 예로 들면 양자 역학을 이처럼 알기 쉽게 풀어쓴 책은 본 적이 없다. 첫 진입 장벽이 특수상대성 이론인지라 결코 입문이 쉽지 않은데 단 십여 페이지로 깔끔하게 정리해줬던 강렬했던 첫 인상을 잊지 못한다.
작년에 본 깊은 탐구심과 집중력을 선물
해 준 책이라는 점에서 감사하다. 호기심은 흥미로 이어지고 발견과 깨달음은 무엇이든 집중하게 만든다.
본 리뷰에서 소개할 “할짝 심리학 2” 또한 이 교양툰 시리즈 중 하나이기에 믿고 볼만한 책이라 여겼다. 그동안 교양툰에서 느꼈던 여러 선례 덕분일까 이번 책 또한 기대가 상당했고 만족감 역시 기대와 일치했다.
요즘 시중에 출간되는 서적을 보면 심리학, 감정, 정신이라는 주제가 대세인 듯 하다. 아마도 직장으로 대표되는 일상의 스트레스와 시간에 쫓기며 사는 인생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이런 주제를 다루는 책을 10권 이상은 읽은 듯 하다.
읽다보면 현재까지 밝혀진 몇가지 공통된 매커니즘
이 등장하는데 이 책의 큰 장점중의 하나가 이런 매커니즘을 모두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문명의 발전속도에 비해 인간의 몸과 마음은 최초 인류 대비 거의 진화하지 않았다는 점, 도파민을 대표로 하는 각종 호르몬 등의 화학적 성분 혹은 약물이 인간의 감정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매커니즘을 들 수 있겠다.
만화의 장점은 역시 재미와 가독성을 들 수 있겠는데 각종 심리학 대중서적에서 이구동성으로 언급하는 단골 소재가 전달력 끝판왕인 만화라는 도구를 통해 전달한다는 것은 심리학을 어려워하는 일반인들에게는 소중한 기회인 듯하다.
물론 만화의 특성 상 대부분의 지면에 그림, 삽화가 포함되므로 한정된 지면 대비 전달하는 정보의 양이 적을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심리학과 감정 측면에 있어 전공 수준의 학습과 연구를 목표로 하지 않는 이상 우리 일상에 도움되는 지식을 얻는 것은 이 만화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할짝 심리학 2에서 다루는 굵직한 주제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지만 매커니즘이 이해되지는 않았던 우울증, 공황장애, 조현병, 사이코패스
등을 다룬다. 더불어 한 때 유명했던 영화 뷰티풀마인드 주인공의 실존인물인 존 내쉬
와 같은 천재들이 겪었던 질환도 소개되며, 절단 증후군이나 프레골리 망상과 같은 다소 신기한 질환도 소개된다.
이런 주제들이 평소 궁금했지만 진입 장벽이나 수준
이 높아 다가서지 못했던 지식들, 혹은 그럼에도 알고 싶으나 주제가 우울하거나 무거워
왠지 다가서기 꺼려졌던 분이라면 이 책에 가장 적합한 독자가 아닐까 싶다. 만화 속 주인공의 대사들은 하나같이 유머러스하고 해학적이며, 책의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 마치 이말년 작가를 상기시키는 병맛(?) 화풍
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친숙하고 흥미있게 궁금했던 주제들에 다가갈 수 있다.
특히 위 현상들을 직접 앓고 있다거나 혹은 주위 지인이나 가족들이
앓고 있어 본인이 응대하기 난처로운 상황인 분들께 짧은 시간내에 현실과 이론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리라 생각한다.
위 현상들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일반인에게도 상당히 유익한 부분이 있다. 주위와의 상호작용으로 갑자기 위와 같은 현상들이 발현된다면 응급히 본인에게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일종의 심리적 예방 주사
를 미리 맞을 수 있는 기회이다. 더불어 우리의 정신 세계와 심리의 매커니즘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이해하기 쉬워져
스스로도 몰랐던 행동과 판단에 대한 해석이 어느정도 가능해진다.
다소 무겁지만 우리의 정신을 알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지식들을 해학적이고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획을 그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점점 배워야 할 것이 많아지고,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주위 역시 해준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해달라는 사람만 지천인 요즘의 현실에서 지피지기의 전략으로 먼저 나를 충분히 알고, 스스로의 정신을 튼튼히 하며, 상대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 조금 더 현명하고 슬기롭게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바로 그런 점에서 본 교양 만화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