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상 화폐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더블록체인), 지난 5월 국내 주요 포털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갑작스러운 투기 열풍이 불기도 했다. 각종 가상 화폐가 올해 들어 수 배에서 수십 배까지 가치가 급등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 (https://www.worldcoinindex.com/coin/bitcoin)
비트코인은 쉽게 말해 암호를 푸는 일(‘채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상 화폐다. 이미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 사람들이 비트코인으로 다양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을 확장한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을 더욱 활용하여 ‘스마트 계약’ 등을 지원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소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 속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이 각종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나 싶었던 시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닥친 5월의 갑작스러운 시세 변동은 많은 사람을 며칠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했다. 실제로 이더리움은 약 2300%의 상승률을 보였으니 투자에 관심 없던 대중조차 솔깃할 만도 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부푼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국내 거래가에 낀 거품은 5월 25일에 정점을 찍고 이틀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났다. 블록체인의 가치를 믿고 ‘투자’한 게 아니라 단기 시세 차익만을 목적으로 ‘투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개인 투자자들이 ‘존버’해야 하는 이유
워렌 버핏은 가치 투자 전략으로 유명하다. 일반 투자자가 그를 따라서 10년을 내다볼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투자하는 대상을 어느 정도 알 필요는 있지 않을까? 머리로는 알아도 돈이 왔다 갔다 하니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게 문제긴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비로소 이더리움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과연 이더리움은 믿고 버틸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일까?
이더리움을 믿습니까? 이멘 (http://imgur.com/QwQv5RV)
이더리움을 단순한 화폐의 대체물로 보는 게 아니라 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잠재력의 가치를 꿰뚫어본다면 대답은 절대적으로 ‘YES’다.
가장 혁신적인 핀테크 아이디어로 평가받았던 비트코인의 이면에 있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거대한 장부로서, 모든 거래가 영구적으로 기록되므로, 청산소나 신용카드 회사 같은 중개자가 필요 없다.
게다가 블록체인을 단순히 거래 내역을 기록한 분산 원장 혹은 데이터베이스로만 이해하는 것은 좁은 시각이다. 블록체인은 핀테크뿐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각국에서 금융 외 공공 부문, 토지대장, 헬스케어, 제조업, 유통 등 여러 분야에서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그 파급력은 이미 우리의 삶과 산업을 바꿔놓은 인터넷(월드 와이드 웹) 혁명과 비견된다.
2017년 1월 런던에서 열린 블록체인 엑스포에서는 정부, 법조계, 에너지 산업, 부동산 거래, 사물 인터넷, 공유 경제 등 각종 분야에서 다양한 블록체인 2.0 사례가 소개되었다. 이 행사에서는 특히 ‘스마트 계약’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암호 화폐 전문가인 그리프 그린(Griff Green)은 “비트코인 암호 화폐란 사실 곧 스마트 계약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마트 계약은 블록체인에서 일정 조건이 만족될 때 거래가 ‘자동 실행’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은행 등 느리고 비싼 중개자들을 거치치 않고도 안전하게 거래를 수행할 수 있다. 단순한 거래 외에 소유권 이전, 상속, 증여 등 공유 경제가 확산되는 추세에서 응용 분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 금융맨들이 숨어서 읽는 책 『비즈니스 블록체인』
이처럼 블록체인은 투자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업 기회의 측면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블록체인은 피해 갈 수 없는 큰 흐름이다.
국내에서도 블록체인을 이용해 금융권이나 공공 부문에서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정보 보호, 규제 등의 문제로 크게 활성화된 상태는 아니다. 투기 열풍 사태 이전까지는 사실상 비트코인의 개념조차 낯설게 받아들여지는 실정이었다. 즉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블록체인을 이해하고 비즈니스에 적용한다면 그만큼 혁신에서 앞장설 수 있다는 뜻이다.
『비즈니스 블록체인』(한빛미디어, 2017)
특히 탈중앙화를 꾀하는 블록체인은 기존 금융권의 중앙집중형 체제의 쇄신을 필요로 하므로 기존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을 기대와 두려움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전망도 있다. 물론 우리가 직접 목격했듯 ‘거품’은 언제든 꺼질 수 있고, 정부 차원의 제도화나 법적 장치 마련 등 난제가 쌓여 있는 형국이다.
『비즈니스 블록체인』은 낯선 기술인 블록체인을 명료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동시에, 각종 응용 분야와 사례를 조망하고 미래 비즈니스 기회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더리움 재단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윌리엄 무가야가 30년간 기술과 사업 양쪽 영역에서 쌓은 경험을 녹여냈다. 가장 정교한 블록체인 비즈니스 사상가로 평가받는 무가야는 무조건적인 장밋빛 전망을 던지는 대신, 치밀한 기술적 이해를 바탕으로 블록체인을 해부하고 냉철하게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한다. 이더리움과 블록체인의 가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볼 책이다.
끝으로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리크 부테린이 쓴 이 책의 머리말 일부를 옮긴다. ‘이더교의 교주’로 찬양(?)받고 있는 그의 통찰에서 혜안을 얻길 바란다.
탈중앙형 데이터베이스인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과거에는 독점 주체가 온전히 누렸던 네트워크 효과를 기술적으로 복제해 참여하는 모든 이가 똑같은 혜택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독점이 초래하는 여러 부수적인 폐해까지 막을 수 있다. 이 책은 금융 컨소시엄 체인, 공급망에서 사용되는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블록체인 기반 신원 인증 시스템 등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는 내용을 다룬다. 이들은 모두 탈중앙형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누가 이 플랫폼에서 통제권을 쥘지 결정할 필요가 없다. 독점 세력의 권력 남용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억울한 경우도 사라진다.
(『비즈니스 블록체인』 20쪽)
※ 이 글은 교보문고 READ IT 칼럼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http://www.kyobobook.co.kr/readIT/readITColumnList.laf?thmId=00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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