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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출판네트워크

기술의 시대

기술의 시대

기술이 인류를 소외시키는 사회에 대한 통찰과 예측

한빛비즈

번역서

판매중

  • 저자 : 브래드 스미스 , 캐럴 앤 브라운
  • 번역 : 이지연
  • 출간 : 2021-03-15
  • 페이지 : 544 쪽
  • ISBN : 9791157844531
  • 물류코드 :3327
초급 초중급 중급 중고급 고급
5점 (1명)
좋아요 : 1

말이 일자리를 잃던 날, 

인간도 일자리를 잃을 날이 올 것인가?

 

1922년 12월 20일 뉴욕 한 거리에 말발굽 소리가 울려퍼졌다. 205호 소방차의 소방관들은 부서장이 신호를 보내자, “이랴!” 하고 채찍을 내리쳤다.

소방차를 끄는 말들이 내달리기 시작했지만 정작 불이 난 곳은 없었다. 말들이 끄는 소방차는 브루클린 버로 홀(Brooklyn Borough Hall)을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에 고삐를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이 날이 이 말들의 마지막 근무였고, 뉴욕시에서 소방차를 끄는 모든 말들이 마지막으로 운행하는 날이었다.

50년 이상 묵묵히 일했던 소방차용 말들이 직장을 잃었다. 변화하는 기술과 그 기술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300년 가까이 진행된 기술 변화는 계속해서 업무의 성질을 바꿔놓았고 전반적으로 생활 수준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불가피하게도 거기에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있었다. 

오늘날 전 세계가 이와 비슷한 희망과 불안 섞인 눈초리로 인공지능을 바라보고 있다. 기계가 말들에게 끼쳤던 영향을 컴퓨터도 우리에게 끼치게 될까? 우리의 일자리는 어느 정도의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브래드 스미스는 가는 곳마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는 기술 발전의 속도가 인간을 앞서갈 때 기술 선도 기업과 사회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통찰을 이 책에 담았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이미 인류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배경은 2054년, 범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워싱턴 D.C.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연기한 주인공은 살인범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그들을 체포하는 프리크라임(Precrime) 팀의 팀장이다. 톰 크루즈는 모든 사람과 사물이 추적되는 도시에서 자신의 팀원들을 피해 도망다니게 된다. 예지자들이 그가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사법기관에 대한 이러한 접근법은 15년이 지나도 얼토당토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왔던 기술 중 하나는 2054년보다는 훨씬 더 빨리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망을 치고 있던 톰 크루즈는 한 의류상점에 들어간다. 상점의 프로그램은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 한 명 한 명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고객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옷 이미지들을 즉각 키오스크에 보여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런 경험을 하고 있다. 어떤 웹사이트를 둘러본 후에 내 소셜 미디어 피드로 돌아왔을 때, 내가 조금 전에 보았던 것을 홍보하는 새 광고가 갑자기 나타난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의류매장의 시스템은 톰 크루즈에 내장되어 있는 칩으로부터 정보를 받는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스필버그의 상상력을 뛰어넘었다. 지금은 칩 자체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고객이 지난주에, 또는 한 시간 전에 이곳을 방문했다면 안면인식 기술은 클라우드에 있는 데이터와 카메라를 활용한 AI 기반 컴퓨터 영상인식 기술을 동원해 매장으로 들어오는 고객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다. 

 

 

기술 발전은 

우리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이제 컴퓨터는 대부분의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해왔던 일, 즉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이나 윈도 노트북 컴퓨터의 잠금을 해제할 때 비밀번호보다는 안면인식 방법을 더 편안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안면인식이라는 도구가 우리를 위협하는 무기로 돌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정부가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평화로운 집회에 참석한 모든 개인을 식별해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후속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심지어 민주사회에서조차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안면인식 기술도 늘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경찰이 안면인식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해 용의자를 식별할지도 모를 일이다.

안면인식 기술은 더 큰 정치, 사회적 이슈와 얽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우리는 안면인식이라는 형태의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가?’

브래드 스미스는 이 지점이야말로 IT 업계와 정부가 인공 지능에 관한 윤리적 문제와 인권 문제에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오늘날 기술 관련 이슈들은 20년 전보다 훨씬 더 넓고 깊다. 우리는 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중요한 변곡점에 도달했다. 하루빨리 처리해야 할 시급한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중요한 변곡점에 도달한 사회에서

기술 선도 기업의 역할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스필버그 감독은 기술이 어떻게 잘 이용될 수도 있고 남용 혹은 오용될 수도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관객들에게 묻는다.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범죄자를 제거할 수도 있겠지만 일이 잘못됐을 때는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게 될 것이다. 

소설 《1984》에서 조지 오웰이 묘사해놓은 미래의 모습을 보면 시민들이 정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어두운 방에 몰래 모여 서로의 팔에 암호의 말을 두드린다. 그렇지 않으면 카메라와 마이크가 그들의 얼굴, 목소리, 말 한마디 한마디까지 모조리 포착해 기록하기 때문이다. 오웰은 거의 70년 전에 이미 그런 비전을 그려놓았다. 우리는 이제 기술이 이런 미래를 정말로 가능하게 만들까 봐 걱정하고 있다. 

브래드 스미스의 해답은 사법기관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를 입법으로 정해두는 것이다. 당장 사람의 목숨이 위험한 것 같은 긴급 상황이나 감시를 위해 수색영장과 같은 법원의 명령을 받았을 때에만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다른 기술 규제 사례에서 통찰을 이끌어냈다. 규제에 대한 균형 있는 접근법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좀 더 건전한 역학관계를 창출해낸 시장은 많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20세기에 수십 년간 규제에 대한 저항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면 모든 사람이 안전벨트를 매고, 모든 차량에 에어백을 설치하고, 모든 기업이 연비 효율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법률이 핵심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항공 안전이나 식품업계, 제약업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변화시킬 기술을 만들었다면 

사람들이 적응하도록 도울 의무도 있다

 

인류가 따라가지 못한 기술 발전 속도는 이미 사회 곳곳에서 인류를 위협하고있다. 인터넷의 경우 오늘날 그 영향력이 전 세계 곳곳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각국 정부나 테러리스트, 범죄자들은 소셜 미디어 사이트를 불법적인 목적에 이용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가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상원위원인 마크 워너는 ‘딥페이크(deep fake)’, 즉 “거짓으로 누가 무언가를 발언하거나 행동한 것처럼 꾸미는 정교한 오디오 비디오 합성 툴”이 곧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셜 미디어 사이트가 자신들의 콘텐츠를 단속하도록 새로운 법적 책임을 지워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이렇듯 현대 사회에 발생하고 있는 사생활 침해, 사이버 범죄와 사이버 전쟁, 소셜 미디어, 인공지능의 도덕적 문제, 불평등과 빅 테크놀로지의 관계, 그리고 민주주의를 향한 도전 등은 그동안 가이드가 전혀 없었던 문제들이다. 

이 책의 저자 브래드 스미스는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던진다. 오늘날 우리는 기본적이지만 너무나 중요한 원칙 하나를 인식하게 됐다. 어떤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면, 그렇게 변화된 세상에 사람들이 적응하도록 도와줄 책임도 그 기술을 만든 기업에게 있다는 원칙이다.

MS나 구글, 페이스북처럼 강력한 제품과 서비스로 ‘제국’ 같은 힘을 갖게 되는 회사나 기술을 창출하는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더 큰 책임을 져야 하고, 정부는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음으로써 기술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중대한 변곡점에서, 기술 선도 기업이 사회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혁신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기술 위협 문제에 대한 가장 명확한 가이드”  - 빌 게이츠 

 

브래드의 생각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익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정책이 기술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이해했다. 브래드는 계속 구경꾼으로만 남는 것은 우리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를 위해서도 잘못하는 일이라고 결론 내렸다. 서로 협력했을 때 모두에게 훨씬 큰 이익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인공지능, 안면인식, 사이버보안과 관련된 사안 등이 바로 그런 예다.

이 책에서 설명하듯이 정부가 더 많은 규제를 가지고 개입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더 좋을 경우도 있다.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정부에 더 많은 규제를 요청하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컬하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IT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 기타 여러 나라들의 지도자들과 더 많이 교류해야 한다고 브래드는 생각하고 있다. 

브래드의 비전이 지금보다 더 중요했던 때는 없다. 전 세계 정부들이 수많은 IT 기업들을, 산업계 전체를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들의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가?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IT 기업은 어떤 책임을 갖는가? 각국의 정부, 그리고 더 큰 커뮤니티 차원에서 이들 이슈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이 20년 전과 꼭 같지는 않지만, 그 당시 브래드가 보여주었던 통찰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지금도 나는 브래드의 지혜와 판단력에 의지하고 있다. 그의 경험과 정보력을 생각하면 IT 업계가 현재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함께 고민할 때 브래드보다 더 나은 가이드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이 다루는 이슈들은 날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책은 새로운 기술이 야기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분명한 관점을 제시하고 IT 기업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줄 것이다. 오늘날 IT 업계에서 논의가 가장 시급한 문제들에 관해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가이드가 될 것이다.

저자

브래드 스미스

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사티아 나델라 CEO, 그리고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CLO(최고 법률 책임가)도 겸임하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 대학 로스쿨, 제네바 국제대학원에서 국제법과 경제학을 전공한 변호사로, 특히 지적재산권, 특허, 국제법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특허 관련 변호사로 마이크로소프트 업무를 담당하며 혁혁한 성과를 올리면서 MS의 공식적인 파트너가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상품들을 세계 각국의 정부와 사회 기관망에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저자

캐럴 앤 브라운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커뮤니케이션 및 대외 관계 선임 이사다. 브라운과 스미스는 Today in Technology 블로그 시리즈를 포함하여 전 세계의 다양한 글쓰기, 비디오 제작 등을 함께했다.

역자

이지연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 후 삼성전자 기획팀, 마케팅팀에서 일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인간 본성의 법칙》 《위험한 과학책》 《제로 투 원》 《룬샷》 《토킹 투 크레이지》 《만들어진 진실》《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아웃퍼포머》 《기하급수 시대가 온다》 《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파괴적 혁신》《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빈곤을 착취하다》 《시작의 기술》 《다크 사이드》 《포제션》 외 다수가 있다.

 

빌 게이츠 서문_ 기술 혁신이 불러울 문제에 대한 가장 명확한 가이드 

들어가며 클라우드 : 세상이 담긴 서류 캐비닛 

1장 감시 : 3시간짜리 도화선 

2장 기술과 공공 안전 : 거짓말쟁이가 되느니 패배자가 되겠다 

3장 프라이버시 : 기본적 인권 

4장 사이버보안 : 세상을 향한 경고 

5장 민주주의 지키기 : 지켜낼 수 있어야 공화국이다 

6장 소셜 미디어 : 우리를 갈라놓는 자유 

7장 디지털 외교 : 기술의 지정학 

8장 소비자 프라이버시 : 언젠간 입장이 바뀔 것이다 

9장 지역별 광대역 통신 : 21세기의 전기 

10장 인재 격차 : 기술의 인간적 측면 

11장 AI와 윤리 : 컴퓨터가 뭘 할 수 있는지보다 뭘 해야 하는지 물어라 

12장 AI와 안면 인식 : 얼굴이 휴대폰만큼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가? 

13장 AI와 노동력 : 말이 일자리를 잃던 날 

14장 미국과 중국 : IT 업계의 신냉전 

15장 데이터의 미래 : 오픈 데이터 혁명의 필요성 

결론 우리보다 커져버린 기술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감사의 글 

주 

책 속으로

 

20년 전의 마이크로소프트와 마찬가지로 IT 업계는 변화가 필요하다. 오늘날의 시대는 기본적이지만 너무나 중요한 원칙 하나를 인식하게 됐다. 당신의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면 그렇게 변화된 세상에 사람들이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줄 책임도 있다는 원칙이다. 당연한 소리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긴 세월 빠른 성장과 심지어 스스로를 파괴적으로 혁신하는 데 초점을 맞춰온 분야에서는 꼭 그렇지가 않다. 간단히 말해, 기술을 창조하는 기업은 미래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런데 똑같이 중요한 또 다른 원칙이 있다. IT 업계 스스로는 이런 도전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원칙이다. 세상에 필요한 것은 자체 규제와 정부의 조치가 서로 적절히 섞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세상의 민주주의가 고도로 함축되어 있다. 기술이 그토록 파괴적이 힘이 되었을 때는 폭넓은 사회경제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는 이 급속한 기술 변화의 시대를 전통적인 가치, 또는 시대를 초월한 가치들과 조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이어가면서도 그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술과 기업이 반드시 민주 사회를 전제하도록,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 들어가며 클라우드 : 세상이 담긴 서류 캐비닛  25쪽

 

7개월 전 스노든이 훔쳐낸 문서들을 〈가디언〉에 넘겨준 이래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변했는지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정부의 감시 범위에 대해 눈을 떴다. 강력한 암호화가 새로운 표준이 됐다. IT 기업들은 정부를 고소하고 있었고, 경쟁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협업했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도 사람들은 스노든이 영웅인지 배신자인지를 놓고 다투었다. 둘 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2014년 초가 되자 두 가지는 분명해졌다. 스노든은 세상을 바꿔놨고, IT 업계 전반에 걸쳐 우리들도 바꿔놨다. 

- 1장 감시 : 3시간짜리 도화선, 55쪽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건이었지만 해당 지역에 있는 우리 직원들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외에는 딱히 내 업무와 관련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 레드먼드에 동이 텄을 때 상황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두 테러리스트가 마이크로소프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다는 것을 발 빠르게 파악한 프랑스 경찰이 FBI에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레드먼드 시각으로 새벽 5시 42분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한 FBI 뉴욕 지부는 우리 회사에 살해범들의 이메일과 계정 기록을 요청했다. 또 사용자가 로그인한 시각의 컴퓨터나 휴대전화 위치를 알 수 있는 IP주소도 알려달라고 했다. 긴급요청을 검토한 마이크로소프트 대응팀은 45분만에 FBI에 해당 정보를 제공했다. 전국적 수색을 벌이던 프랑스 당국은 다음날 두 테러리스트를 찾아냈고 범인들은 경찰과의 교전 과정에서 사망했다.

- 2장 기술과 공공 안전 : 거짓말쟁이가 되느니 패배자가 되겠다, 66쪽 

 

워드는 심근병증이라는 심각한 심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바트에 수술 자리가 나기를 2년이나 기다렸다. 심장벽을 두껍게 만드는 이 유전질환은 하이킹과 축구를 즐기던 건장한 중년 사내를 일상생활도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날 아침 워드는 가슴에 면도를 하고 힘겹게 여러 테스트를 진행했다. 바퀴 달린 침대에 누워 오랫동안 바랐던 수술을 기다리고 있을 때 담당 의사가 방문했다. “몇 분만 더 기다리세요. 조금 있다 안에서 뵐게요.” 하지만 워드의 침대는 수술실로 들어가지 않았고 그는 마냥 기다렸다.

한 시간이 넘게 지났을 때 담당 의사가 다시 나타났다. “병원이 해킹을 당했어요. 시스템 전체가 다운된 상황이라, 수술을 진행할 수가 없어요.”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진료를 계속했던 병원은 갑자기 마비상태가 되고 말았다. 전면적 사이버 공격의 타깃이 됐던 것이다. 병원의 모든 컴퓨터가 멈춰 섰다. 앰뷸런스는 방향을 돌렸고, 진료 약속은 취소됐고, 하루 종일 수술도 할 수 없었다. 이 공격으로 영국 의료 서비스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영국보건서비스의 3분의 1이 마비됐다.(중략)

두 번째 회의 주제를 한창 논의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티아가 끼어 들었다. “여기저기서 우리 고객들이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는 이메일이 저한테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요. 이게 무슨 일이죠?”

- 4장 사이버보안 : 세상을 향한 경고, 116쪽 

 

선거 캠프를 해킹하거나 투표 결과를 어지럽히는 식의 사이버 위협은 10년 전에는 거의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뉴스 기사로 매일 쏟아지는 실질적 위험이 됐다. 민주 정부와 산업계가 1940년대에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협력했던 것처럼, 이제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통일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권위주의 정권들이 허위 정보 캠페인으로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앞에는 더 복잡한 도전들이 놓여 있다.

- 5장 민주주의 지키기 : 지켜낼 수 있어야 공화국이다, 145쪽 

 

40년이 지나고 등장한 스마트폰은 물리적으로는 아이들을 다시 부모와 가깝게 만들었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딴 곳에 가 있게 만들었다.

집에서, 특히 저녁을 먹을 때 전화기 좀 내려놓으라는 잔소리는 어느 가정에서나 흔한 일이 되었다. 오랫동안 기술은 계속해서 세상을 좁은 곳으로 만들었지만,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들, 혹은 한 지붕 아래에 사는 사람들 사이의 유대는 더욱 줄어들었다.

그래서 민주주의에도 새로운 도전이 생겨난다. 온라인에서, 때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허위 정보에 더 잘 휘둘리게 됐다. 사람들의 호불호와 욕망, 때로는 편견을 이용하는 이런 허위 정보는 현실 세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략)

지금은 개방되고 자유로운 사회의 바로 이런 강점을 정반대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메일 해킹이 러시아의 새로운 창의 날끝일 수 있으나, 그들의 야심은 훨씬 더 폭넓은 곳까지 미친다.

케이블 뉴스, 그다음에는 소셜 미디어가 서구의 민주주의, 특히 미국 사람들을 점점 더 고립된 정보 속에 가두고 있다. 사실이건 아니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퍼뜨린 정보가 여러 당파를 화나게 만들 수 있다면, 혹은 러시아의 이해관계에 적대적인 정치 후보를 훼손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정치와 사회적 내러티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서 기술자들로 구성된 팀과 사회과학자들이 힘을 합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마치 소셜 플랫폼을 만든 사람들 같은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어떻게 될까?

- 6장 소셜미디어 : 우리를 갈라놓는 자유, 164쪽 

 

이때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사이버 공격을 개시한 국가를 찾아내고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미국과 각국 정부는 이런 대처법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늘려가고 있다. 그 방법은 대응 공격에서부터 경제 제재를 포함한 전통적인 외교 수단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형태를 불문하고 이런 방법들이 사이버 안정에 가장 크게 기여하려면, 해당 공격이 어떤 국제 규약을 위반했는지 합의할 수 있고 누가 해당 공격에 책임이 있는지 여러 나라가 의견 일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센터와 케이블, 기업들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각종 장치에 이런 신종 무기들이 활개를 치는 시대에는 처음부터 사이버 공격의 주체를 찾아내는 데 민간 부문의 정보가 더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것들은 여전히 국제외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 7장 디지털 외교 : 기술의 지정학, 198쪽 

 

2013년 12월 IT 업계의 리더들은 백악관에 모여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부의 감시 관행을 개혁하라고 촉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화의 흐름이 바뀐 순간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렇게 예언했다. “내 생각에는 입장이 바뀔 날이 있을 거예요.” 그 자리에 있던 많은 회사들이 지구상 그 어느 정부보다 많은 개인 정보를 가진

것을 빗댄 얘기였다. 대통령은 우리가 정부에게 하고 있는 요구를 고 스란히 IT 업계가 받게 될 날이 올 거라고 했다.

- 8장 소비자 프라이버시 : 언젠간 입장이 바뀔 것이다, 217쪽 

 

슈렘스는 오스트리아에서는 나름 유명인사다. 유럽과 미국 사이에 펼쳐진 프라이버시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슈렘스를 모를 수 없다. “프라이버시 사건 때문에 제 프라이버시는 다 사라졌죠.” 슈렘스는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중략)

슈렘스는 2008년부터 페이스북 사용자였고 이를 근거로 아일랜드의 데이터 보호 국장에게 진정서를 냈다. 2012년 그는 오스트리아의 빈에 돌아와 있었다. “스물두 번의 이메일 교환”이 있은 후 슈렘스는 1,200페이지에 달하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PDF 형태로 담긴 CD를 받을 수 있었다. “페이스북이 나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정보의 절반이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양이었어요. 그런데도 그 중에 300페이지는 제가 삭제한 내용들이었죠. 실제로 포스트마다 ‘삭제’라고 써 있을 정도였어요.”

슈렘스가 본 것처럼 페이스북에게 그토록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 국제프라이버시보호원칙은 유럽의 법규가 요구하는 정도의 보호를 해줄 리 만무했다.

- 8장 소비자 프라이버시 : 언젠간 입장이 바뀔 것이다, 219쪽 

 

쿤츠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아직도 미개척 시대의 서부나 마찬가지예요. 큰 경찰서도, 소방서도, 아무것도 없죠. 이곳의 소방관들은 모두 자원봉사자예요.” 거친 산불이 사정없이 번질 때 그런 자원봉사자들은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

2016년에 산불이 빠르게 번진 적이 있었다. 8월의 뜨거운 바람은 송전선마저 끊어버리며 북부의 페리 카운티까지 사정없이 불길을 부채질했다. 5시간 만에 화재는 약 1만 제곱미터의 땅을 삼켜버렸고,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

영향권에 놓인 동네들은 3단계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당장 떠나라.”는 의미였다.

드문드문 휴대전화 인프라가 있을 뿐 광대역 통신이 되지 않았던 그곳에서는 중요한 데이터를 송신할 수 없었고, 불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누구를 대피시켜야 하는지 당국에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해줄 방법이 없었다. 소방관들과 삼림청, 치안당국 사이에 중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메모리 스틱에 데이터를 담아 트럭을 탄 운전자가 40분을 달려서 리퍼블릭까지 직접 가는 방법뿐이었다. 리퍼블릭에 가면 광대역 통신망과 무선 연결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9장 지역별 광대역 통신 : 21세기의 전기, 252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술을 제품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산업계에서 만들어낸 제품들은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고 우리가 일하는 방식, 생활하는 방식을 바꿔놓는다. 그러나 오늘의 히트 상품이 어느 틈에 어제의 추억이 되어버리는 세상에서 IT 기업의 실력을 결정하는 것은 오직 다음번 제품뿐이다. 그리고 그다음 제품의 우수성을 결정하는 것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간단히 말해서 기술은 기본적으로 사람 사업이다. (중략)

기술의 인간적 측면을 가장 잘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뭘까?

- 10장 인재 격차 : 기술의 인간적 측면, 273쪽 

 

AI를 마주하는 세상은 이전의 그 어떤 기술에서도 겪어보지 못했던, 서로 다른 철학적 전통 사이의 차이와 유사성에 대처해야 한다.

AI가 제기하는 이슈들은 개인에게 부여된 책임의 역할, 공공 투명성의 중요성, 개인 프라이버시의 개념, 기본적 공정성의 개념 등과 같은 주제를 아우른다. 인간에 대한 철학적 이슈에서조차 합의를 볼 수 없는 전 세계가 대체 어떻게 해야 컴퓨터 윤리에 대해 단일한 접근법을 마련할 수 있을까? 우리가 미래에 해결해야 할 근본적 난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컴퓨터나 데이터 과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인문학 쪽에서도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인공지능이 인류가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선의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과정에 여러 학문 분야가 연계해야 한다. 그리고 고등 교육의 미래를 생각할 때는 반드시 모든 컴퓨터와 데이터 과학자들이 인문학을 접하도록 해야 한다. 인문학을 전공하는 모든 사람도 컴퓨터나 데이터 과학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 11장 AI와 윤리 : 컴퓨터가 뭘 할 수 있는지보다 뭘 해야 하는지를 물어라, 329쪽 

    • 들어가기에 앞서 - 저자에 대하여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책으로 MS의 회장과 선임 이사가 공동 집필했다.

    본격적인 책의 내용을 언급하기에 앞서 20년 간 IT업계에 몸을 담아온 나로써 독자들을 위한 책의 진솔함을 평가해보려한다. MS의 회장이 쓴 글이기 때문에 사내 정치의도가 책이 담겨있진 않은지 혹은 회사의 이득을 위해 특별한 사상을 강조하는 글이 아닐지 누군가는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MS는 세계 일류의 IT기업이지만 한 때 우리 시장에 독과점으로 횡포의 악명으로도 이름 높은 기업이기도 했다. 특히 빌게이츠 시절의 MS는 적어도 개발자들에게는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MS의 IT 기술을 철저한 법적 수단을 강구하여 저작권으로 지키고자 노력했던 행위나 SW 시장이나 생태계에 선순환을 위한 환원 행위는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20년 전 즈음 내 눈에는 그저 돈에 미친 사회악 같은 기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중독되면 잠자고 밥먹는 것조차 잊게 된다는 문명이라는 게임 속에 스티브 잡스가 위대한 기술자로 등장하는데 반해 빌게이츠는 위대한 상인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 게임 개발자도 동병상련을 느끼는건가 실소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MS가 변하기 시작한다. 개발자로써 접한 MS의 행보는 2015년 MS Community 행사를 기점으로 크게 바뀌었는데 Visual Studio라는 당시 윈도우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인기 많은 고가의 툴을 오픈소스로 내놓는 행보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이어지는 행보는 더욱 가관이었다. 개발자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지대한 선순환 기여를 하고 있는 GitHub를 인수하더니, 심지어 철옹성 같았던 Windows 운영체제조차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오픈 소스로 공개한다. 더불어 OS 독과점 시장에서 벗어나 Azure라는 클라우드 서비스 - 현재 전세계 3위 안에 드는 거대 플랫폼 - 를 시작한다.

    도대체 내부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처음엔 그저 개발자 생태계에서 철저한 외면을 받아 발전이 도태되어 스스로 위기를 자각하고 이제라도 세상에 기여를 하는 척 해야 살아남겠다는 어줍잖은 실익 계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상당부분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고, 책에서 말하는 궁극적인 해답 - 아인슈타인이 언급한 바와 같이 인류의 조직력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 의 실천적 일환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MS 회장이라는 직책과 무관하게 개인의 통찰을 담은 책이며 다양한 시대사적 배경과 다차원 적인 고찰을 담은 믿고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물론 MS에 관련된 실화가 상당수 등장하지만 대부분 논증을 강화하기 위한 실제 사례로 활용되었으며, 간간히 MS 제품에 대한 PPL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대세에 지장을 끼치지는 않는다.


    • 책의 개요와 통찰

    검증도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책에서 언급하는 통찰을 요약 정리해보고자 한다.

    초반의 빌게이츠 서문은 책의 내용을 잘 대표하고 있다. 저자 브래드의 통찰을 바탕으로 IT 기업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조망할 수 있는 책이라 소개하고 있다. 사이버보안, IT 인력 구성, 미중 문제 등 15가지의 폭넓은 이슈를 다루고 있으며, 그 중 본인은 3장 프라이버시 파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개인적으로는 후반 파트 AI와 데이터 부분에서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MS의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에 대한 소개를 서문을 연다. 과거 인쇄기의 발명 이후 도서관이 지식의 저장소였다면 현 시점의 도서관은 클라우드가 대체하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제반 기술에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수준에 이르렀는지 기술의 발전이 현재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소개로 책의 서두를 장식한다. 여느 소설 못지 않게 데이터 센터를 방문하는 장면에 대한 묘사가 수려하기 그지 없다.

    본격적으로 에드워드 스노든이 MS의 고객 정보를 미국 국가안보국에 폭로한 실화를 바탕으로 프라이버시에 대한 포문을 연다. 기술의 발전이 프라이버시에 끼친 영향, 프라이버시와 충돌하는 의제들 - 국가 안보 혹은 개인의 생명 등 - 을 전사적으로 분석하며 프라이버시에 대해 깊게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사건은 적어도 MS 경영 정책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 앞서 언급한 MS의 변화에 지대한 기여를 한 듯 하다.

    이어 프라이버시에 대한 원칙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한 사례들이 이어진다. 브라질, 미국 등 국가 차원의 압박으로부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자 노력하여 클라우드법이 발효되는 과정은 저자가 변화된 신념을 지키고자 노력한 결과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요소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일례로 유럽의 데이터 센터를 아일랜드에 건설하며 국가 간 정치나 알력 문제에서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범위나 법적 제약 등이 무엇인지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앞서 이와 충돌하는 가치들이 원칙적이고 철학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문제라면 3장에서 언급하고 있는 실 사례는 현실과 구체성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기업을 떠나 우리나라에서도 프라이버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지를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어 해킹과 국가간 사이버 전쟁의 실체를 파헤치며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민주주의의 실체를 다시 한 번 숙고하게 만든다. 기술의 발전으로 바뀌어버린 SNS에서의 우리의 삶과 고찰할 문제들,기술과 국가와 관련된 지정학적 판도 등을 살펴보며 데이터 보다 정확히는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를 수호함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대전제 인지 다시 한 번 강조한다.

    10장 부터는 책의 후반부라 할 수 있겠는데 본격적으로 기술이 우리 삶과 사회에 미칠 영향과 우리가 대처해야 할 방법을 살펴본다. 우선 트럼프의 강력한 반이민정책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MS가 이에 맞선 이유와 조치했던 행동들을 설명한다.

    나아가 AI 기술의 실체와 윤리 등의 문제를 조명해본다. AI를 연구한 나로써는 현재 CNN 계열의 이미지 패턴인식 기술이 사람을 이미 뛰어넘었음을 잘 알고 있다. 즉, 12장에서 언급하는 안면인식과 같은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얼굴이 지문만큼이나 고유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AI는 귀납적 추론과 통계학에 상당 부분 근거를 두고 있기에 100% 정확하지 않다. MS의 경우 유색인종이나 여성을 오인식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 경찰청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설득하는 사례도 등장한다.

    이어서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만한 주제인 AI와 일자리에 대해 언급한다. 1922년 소화전이 도입되면서 운송수단이던 말이 직업을 잃게 된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승자도 존재한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한 증거로 직접적으로는 VR(증강현실) 기술의 발전으로 시연 도우미라는 직업이 생겨났다는 예를 들면서 간접적으로 과거 말이 직업을 잃었을 때 자동차 할부를 위한 신용 시장이 급성장 했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의 농업시장이 생존 중심에서 고객이 원하는 상품 중심으로 변한 사례를 언급하며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를 근거로 들고 있다.

    MS 기업의 회장 직위가 가져오는 낙관론 편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과거의 사례 만큼은 일리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AI 윤리를 강조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간성을 잃지 마세요.“라고 조언했던 바와 같이 우리 사회가 인간성을 잃지 않는다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지속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무대는 조금 더 커져 이번엔 국가 차원 특히 미-중 관계로 넘어간다. 시진핑의 방미와 더불어 미국 최고 기업들의 CEO급 들의 일상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요소이지만, 이 장의 핵심 주제는 국가 간 다양성 인정을 위한 상호 노력의 필요성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년 간 미국 기업의 최대 궁금증은 중국 시장으로의 진입 실패였는데 이를 해결한 기업은 애플이 유일하다. 그 외 다른 기업들의 중국 시장 실패의 원인을 두고 저자의 다각적인 분석이 시작되는데 소크라테스와 공자의 대결로 대표되는 오랜 철학 및 사상의 근간을 그 중 하나로 뽑는다.

    이러한 근간으로 부터 현 시점에는 중국에는 미국과 다른 몇가지 현상이 나타나는데 미국 기업이 직선형 성공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중국은 돌고 도는 세상이라는 관점으로 주위를 살피는 태도 또한 그 중 하나임을 지목한다. 그렇기에 미국에는 없는 독특한 기업형태 - 조인트 벤처 - 문화가 존재하고 이들을 통해야만 중국에서의 판촉 루트가 열리는 것이 중국에서는 당연한 현실임을 인지한다.

    인간성과 인간의 조직력이 기술의 발전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전제에서 국가 간 상호 존중은 분명 필요한 요소이지만, 같은 동양에 살고 있는 한국인인 나로써는 이 부분은 저자가 중국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지금과 같은 이기주의는 공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저 공산당이 만든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이어 저자는 데이터 공유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길임을 강조한다. 물론 각 미-중의 기업을 위시한 IT 기업들이 선점효과 - 저자는 네트워크 효과로 표현한다. - 를 가져가겠지만, 데이터는 2가지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하나는 사람이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중국의 인구가 엄청나지만 어쨌든 전 세계 인구 18%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저자가 앞서 주장했던 바와 같이 프라이버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해킹이나 불법 취득으로 국가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면 다른 국가의 데이터를 가져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비단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IT 기업도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본 장에서 밝히고 있진 않지만 2장에서 거짓말 쟁이가 되느니 패배자가 되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 처럼 다른 기업이 프라이버시를 무시하고 자기업의 발전만을 촉구한다면 MS에게 치명타가 됨은 물론 저자가 제시하는 모두가 생존하는 시나리오도 깨지게 될 것이다. 아마 이 대목이 저자가 본 도서를 출간한 가장 강력한 의도가 숨어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른 하나의 특성은 경합성이 없다는 것이다. 즉, 석유와 달리 데이터는 쓰고 또 쓸 수 있다. 닳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이전 사용자가 찾지 못한 인사이트를 찾는다면 - 즉, 사람이 할 수 있는 창의성이 핵심이라는 의미 - 충분히 선점효과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지금의 SW 생태계가 그러하듯 데이터 시장도 오픈소스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한 해결책임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기술의 혁신이 느려지는 일은 없을 것이기에, 기술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 - 정부이든 기업이든 - 이 속도를 내야함을 강조하며 대단원을 마무리한다.

    국가와 맞먹을 정도의 거대 기업 MS. 그리고 이를 경영하는 회장의 안목과 통찰력은 배울만한 점이 많았다. 특히, 인간성과 창의성 그리고 데이터의 속성을 꿰뚫어 보는 그의 통찰 덕에 그간 몰랐던 희망적인 면도 바라볼 수 있어 유익했다.

    기술의 발전에 대비하기 위한 통찰이라는 메인 주제 외에도 책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고위층의 삶이 어떻게 영위되는지 단면을 엿볼 수 있으며, 나아가 중요한 순간마다 저자가 원칙과 신념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얻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281p에는 앞서 언급했던 반이민법에 대응하기 위한 저자의 협상 테크닉이 등장한다. 워낙 뇌리를 스치는 인상적인 문구였기에 이를 인용하며 본 도서의 리뷰를 마칠까 한다.

    “종종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은 문제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다.. 논의의 범위를 넓혀서 더 많은 이슈를 테이블 위에 올려라. ‘주고받기’가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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