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기에 앞서 - 저자에 대하여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책으로 MS의 회장과 선임 이사가 공동 집필했다.
본격적인 책의 내용을 언급하기에 앞서 20년 간 IT업계에 몸을 담아온 나로써 독자들을 위한 책의 진솔함을 평가해보려한다. MS의 회장이 쓴 글이기 때문에 사내 정치의도가 책이 담겨있진 않은지 혹은 회사의 이득을 위해 특별한 사상을 강조하는 글이 아닐지 누군가는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MS는 세계 일류의 IT기업이지만 한 때 우리 시장에 독과점으로 횡포의 악명으로도 이름 높은 기업이기도 했다. 특히 빌게이츠 시절의 MS는 적어도 개발자들에게는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MS의 IT 기술을 철저한 법적 수단을 강구하여 저작권으로 지키고자 노력했던 행위나 SW 시장이나 생태계에 선순환을 위한 환원 행위는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20년 전 즈음 내 눈에는 그저 돈에 미친 사회악 같은 기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중독되면 잠자고 밥먹는 것조차 잊게 된다는 문명이라는 게임 속에 스티브 잡스가 위대한 기술자로 등장하는데 반해 빌게이츠는 위대한 상인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 게임 개발자도 동병상련을 느끼는건가 실소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MS가 변하기 시작한다. 개발자로써 접한 MS의 행보는 2015년 MS Community 행사를 기점으로 크게 바뀌었는데 Visual Studio라는 당시 윈도우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인기 많은 고가의 툴을 오픈소스로 내놓는 행보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이어지는 행보는 더욱 가관이었다. 개발자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지대한 선순환 기여를 하고 있는 GitHub를 인수하더니, 심지어 철옹성 같았던 Windows 운영체제조차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오픈 소스로 공개한다. 더불어 OS 독과점 시장에서 벗어나 Azure라는 클라우드 서비스 - 현재 전세계 3위 안에 드는 거대 플랫폼 - 를 시작한다.
도대체 내부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처음엔 그저 개발자 생태계에서 철저한 외면을 받아 발전이 도태되어 스스로 위기를 자각하고 이제라도 세상에 기여를 하는 척 해야 살아남겠다는 어줍잖은 실익 계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상당부분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고, 책에서 말하는 궁극적인 해답
- 아인슈타인이 언급한 바와 같이 인류의 조직력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 의 실천적 일환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MS 회장이라는 직책과 무관하게 개인의 통찰을 담은 책
이며 다양한 시대사적 배경과 다차원 적인 고찰을 담은 믿고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물론 MS에 관련된 실화가 상당수 등장하지만 대부분 논증을 강화하기 위한 실제 사례로 활용되었으며, 간간히 MS 제품에 대한 PPL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대세에 지장을 끼치지는 않는다.
- 책의 개요와 통찰
검증도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책에서 언급하는 통찰을 요약 정리해보고자 한다.
초반의 빌게이츠 서문은 책의 내용을 잘 대표하고 있다. 저자 브래드의 통찰을 바탕으로 IT 기업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
을 조망할 수 있는 책이라 소개하고 있다. 사이버보안, IT 인력 구성, 미중 문제 등 15가지의 폭넓은 이슈
를 다루고 있으며, 그 중 본인은 3장 프라이버시 파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개인적으로는 후반 파트 AI와 데이터 부분에서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MS의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에 대한 소개를 서문을 연다. 과거 인쇄기의 발명 이후 도서관이 지식의 저장소였다면 현 시점의 도서관은 클라우드가 대체하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제반 기술에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수준에 이르렀는지 기술의 발전이 현재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소개로 책의 서두를 장식한다. 여느 소설 못지 않게 데이터 센터를 방문하는 장면에 대한 묘사가 수려하기 그지 없다.
본격적으로 에드워드 스노든이 MS의 고객 정보를 미국 국가안보국에 폭로한 실화를 바탕으로 프라이버시
에 대한 포문을 연다. 기술의 발전이 프라이버시에 끼친 영향, 프라이버시와 충돌하는 의제들 - 국가 안보 혹은 개인의 생명 등 - 을 전사적으로 분석하며 프라이버시에 대해 깊게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사건은 적어도 MS 경영 정책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 앞서 언급한 MS의 변화에 지대한 기여를 한 듯 하다.
이어 프라이버시에 대한 원칙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한 사례들이 이어진다. 브라질, 미국 등 국가 차원의 압박으로부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자 노력하여 클라우드법
이 발효되는 과정은 저자가 변화된 신념을 지키고자 노력한 결과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요소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일례로 유럽의 데이터 센터를 아일랜드에 건설하며 국가 간 정치나 알력 문제에서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범위나 법적 제약 등이 무엇인지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앞서 이와 충돌하는 가치들이 원칙적이고 철학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문제라면 3장에서 언급하고 있는 실 사례는 현실과 구체성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기업을 떠나 우리나라에서도 프라이버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지를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어 해킹과 국가간 사이버 전쟁의 실체를 파헤치며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민주주의의 실체를 다시 한 번 숙고하게 만든다. 기술의 발전으로 바뀌어버린 SNS에서의 우리의 삶과 고찰할 문제들,기술과 국가와 관련된 지정학적 판도 등을 살펴보며 데이터 보다 정확히는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를 수호함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대전제 인지 다시 한 번 강조한다.
10장 부터는 책의 후반부라 할 수 있겠는데 본격적으로 기술이 우리 삶과 사회에 미칠 영향과 우리가 대처해야 할 방법
을 살펴본다. 우선 트럼프의 강력한 반이민정책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MS가 이에 맞선 이유와 조치했던 행동들을 설명한다.
나아가 AI 기술의 실체와 윤리 등의 문제를 조명해본다. AI를 연구한 나로써는 현재 CNN 계열의 이미지 패턴인식 기술이 사람을 이미 뛰어넘었음을 잘 알고 있다. 즉, 12장에서 언급하는 안면인식과 같은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얼굴이 지문만큼이나 고유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AI는 귀납적 추론과 통계학에 상당 부분 근거를 두고 있기에 100% 정확하지 않다. MS의 경우 유색인종이나 여성을 오인식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 경찰청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설득하는 사례도 등장한다.
이어서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만한 주제인 AI와 일자리에 대해 언급한다. 1922년 소화전이 도입되면서 운송수단이던 말이 직업을 잃게 된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있다
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승자도 존재한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한 증거로 직접적으로는 VR(증강현실) 기술의 발전으로 시연 도우미라는 직업이 생겨났다는 예를 들면서 간접적으로 과거 말이 직업을 잃었을 때 자동차 할부를 위한 신용 시장이 급성장
했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의 농업시장이 생존 중심에서 고객이 원하는 상품 중심으로 변한 사례를 언급하며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를 근거로 들고 있다.
MS 기업의 회장 직위가 가져오는 낙관론 편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과거의 사례 만큼은 일리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AI 윤리를 강조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간성을 잃지 마세요.
“라고 조언했던 바와 같이 우리 사회가 인간성을 잃지 않는다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지속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무대는 조금 더 커져 이번엔 국가 차원 특히 미-중 관계로 넘어간다. 시진핑의 방미와 더불어 미국 최고 기업들의 CEO급 들의 일상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요소이지만, 이 장의 핵심 주제는 국가 간 다양성 인정을 위한 상호 노력의 필요성
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년 간 미국 기업의 최대 궁금증은 중국 시장으로의 진입 실패였는데 이를 해결한 기업은 애플이 유일하다. 그 외 다른 기업들의 중국 시장 실패의 원인을 두고 저자의 다각적인 분석이 시작되는데 소크라테스와 공자의 대결로 대표되는 오랜 철학 및 사상의 근간을 그 중 하나로 뽑는다.
이러한 근간으로 부터 현 시점에는 중국에는 미국과 다른 몇가지 현상이 나타나는데 미국 기업이 직선형 성공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중국은 돌고 도는 세상이라는 관점으로 주위를 살피는 태도 또한 그 중 하나임을 지목한다. 그렇기에 미국에는 없는 독특한 기업형태 - 조인트 벤처
- 문화가 존재하고 이들을 통해야만 중국에서의 판촉 루트가 열리는 것이 중국에서는 당연한 현실임을 인지한다.
인간성과 인간의 조직력이 기술의 발전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전제에서 국가 간 상호 존중은 분명 필요한 요소이지만, 같은 동양에 살고 있는 한국인인 나로써는 이 부분은 저자가 중국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지금과 같은 이기주의는 공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저 공산당이 만든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이어 저자는 데이터 공유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길임을 강조한다. 물론 각 미-중의 기업을 위시한 IT 기업들이 선점효과 - 저자는 네트워크 효과
로 표현한다. - 를 가져가겠지만, 데이터는 2가지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하나는 사람이 만들어 낸다
는 점이다. 중국의 인구가 엄청나지만 어쨌든 전 세계 인구 18%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저자가 앞서 주장했던 바와 같이 프라이버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해킹이나 불법 취득으로 국가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면 다른 국가의 데이터를 가져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비단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IT 기업도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본 장에서 밝히고 있진 않지만 2장에서 거짓말 쟁이가 되느니 패배자가 되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 처럼 다른 기업이 프라이버시를 무시하고 자기업의 발전만을 촉구한다면 MS에게 치명타가 됨은 물론 저자가 제시하는 모두가 생존하는 시나리오도 깨지게 될 것이다. 아마 이 대목이 저자가 본 도서를 출간한 가장 강력한 의도가 숨어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른 하나의 특성은 경합성이 없다
는 것이다. 즉, 석유와 달리 데이터는 쓰고 또 쓸 수 있다. 닳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이전 사용자가 찾지 못한 인사이트를 찾는다면 - 즉, 사람이 할 수 있는 창의성이 핵심이라는 의미 - 충분히 선점효과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지금의 SW 생태계가 그러하듯 데이터 시장도 오픈소스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한 해결책임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기술의 혁신이 느려지는 일은 없을 것이기에, 기술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 - 정부이든 기업이든 - 이 속도를 내야함
을 강조하며 대단원을 마무리한다.
국가와 맞먹을 정도의 거대 기업 MS. 그리고 이를 경영하는 회장의 안목과 통찰력은 배울만한 점이 많았다. 특히, 인간성과 창의성 그리고 데이터의 속성을 꿰뚫어 보는 그의 통찰 덕에 그간 몰랐던 희망적인 면도 바라볼 수 있어 유익했다.
기술의 발전에 대비하기 위한 통찰이라는 메인 주제 외에도 책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고위층의 삶이 어떻게 영위되는지 단면을 엿볼 수 있으며, 나아가 중요한 순간마다 저자가 원칙과 신념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얻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281p에는 앞서 언급했던 반이민법에 대응하기 위한 저자의 협상 테크닉이 등장한다. 워낙 뇌리를 스치는 인상적인 문구였기에 이를 인용하며 본 도서의 리뷰를 마칠까 한다.
“종종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은 문제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다.. 논의의 범위를 넓혀서 더 많은 이슈를 테이블 위에 올려라. ‘주고받기’가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