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는 말은 하기 어렵다
세련된 영어를 구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합니다.
사실 이 습관은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기술의 습득에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사람은 모르는 것을 알고 그것을 완벽하게 익혀야 실력을 향상시키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이 점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습관으로 굳히고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어 공부할 때가 특히 더 어렵지요.
흔히 하는 말이지만,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실용 언어로서의 영어가 아닌 학문으로서의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원래 영어는 자동차 운전과 마찬가지로 연습하면 누구든지 마스터할 수 있는 기술의 한 종류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우 어렵게 생각하며, 영어를 ‘특별 취급’하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영어를 못한다=공부를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그래서 영어를 못하는 것은 부끄럽다’라는 방정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 영향은 꽤 심각하지요.
가령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는지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저는 모두 겪어 봤습니다. 그러면 이런 일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영어에 자신감이 생기지 않고, 실력도 늘지 않는 악순환에 빠져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실제로 저 역시 그런 괴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학 시절, 미국에서 1년 동안 유학할 때였습니다. 처음 나간 외국에서 처음 겪는 유학 생활이었지요. 영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알량한 자존심과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모르는 것 투성이였습니다. 학교 수업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의 말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평범한 대화조차 알아듣기 어려웠습니다. 꿈꾸던 유학 생활과 한참 동떨어진 현실에 솔직히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6년 넘게 영어 공부를 해왔다는 알량한 자존심에 발목 잡혀 ‘모른다’라는 말 한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혼자 괴로워하며 정말 힘든 유학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큰 후회를 남기고 다시 돌아와야 했습니다.
‘모른다’라고 말하면 영어 실력이 좋아진다
그런 뼈아픈 경험을 겪어봤기에, 이제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모른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영어 실력이 좋아집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모른다는 말은 못하지!’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이 여러분의 영어 실력 향상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모른다’라고 말할 때는 다음 두 가지 습관을 꼭 실천해보세요.
이 두 가지 습관은 말하는 ‘타이밍’과 ‘방법’이 중요합니다.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볼까요?
[습관1] 대화 중에 상대방에게 직접 묻는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최고의 타이밍은 ‘실제로 대화하는 도중’입니다.
그 자리에서는 주눅 들어 묻지 못하고 나중에 몰래 자료를 찾아보거나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이것은 결코 좋은 습관이 아닙니다. 무슨 일이든 뒤로 미루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즉 모르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는 일 자체가 시간을 허비하는 행위입니다. 자신과 상대방의 기억에 가장 새로운 시간인 ‘지금’ 묻는 것이 여러분의 영어를 빨리 향상시킬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습관2] 구체적으로 확인하면서 묻는다
모른다는 말만 제때 해도 한층 더 세련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지만, 모른다는 말을 하는 방법도 고민해보세요.
가장 중요한 점은 질문을 받은 상대방이 답하기 쉽도록 질문하는 것입니다.
세 가지 요령만 알고 있으면, 절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 실제 대화에서 이 세 가지 요령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A씨는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캐나다인과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복사기 사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줬습니다. 하지만 A씨는 양면복사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모른다는 말을 어떻게 할 건가요?
갑자기 영어로 답하라고 하면 당황할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선택지를 준비했습니다. A~C 중에서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며 세련되었다고 생각하나요?
A: Pardon?
(뭐라고요?)
B: I’m sorry I didn’t understand. Can you explain that again?
(죄송하지만, 이해를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설명해주시겠어요?)
C: So, to confirm, you’re saying that I need to press this button to make two-sided copies. Is that correct?
(그러니까 확인해보자면, 양면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이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그게 맞는 건가요?)
[해설]
A는 묻고 있는 부분이 막연합니다. 상대방은 여러분이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같은 말만 한 번 더 되풀이할 것입니다.
B도 묻고 싶은 부분이 모호합니다. that(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분명하지 않지요. 결국 상대방은 석연치 않은 마음으로 표현만 조금 바꿔서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C는 묻고 싶은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확인까지 하면서 묻고 있으니, 상대방은 여러분이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yes/no로 답할 수 있도록 질문했으므로, 상대방도 대답하기가 한결 쉽겠지요. 즉 yes라면, “Yes, that’s what I mean.(네, 그런 의미예요.)”이라고 말하면 됩니다. 반대로 no라면, 더 자세한 설명을 추가하면 되겠지요.
따라서 가장 효과적이고 세련된 방식은 C입니다. C의 예문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So, to confirm, you’re saying (that) + <확인하고 싶은 부분을 요약한 문장>. Is that correct?
이 구문은 모르는 것을 정확히 물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실제 대화에서 꼭 활용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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