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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여가/책

리스크를 어떻게 분배할까?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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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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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마자키 칸

20,612

담배를 피우거나 비행기를 타는 등 개인이 선택한 행위라면 설령 합리적이지 않고 나쁜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스스로 책임지는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정해야 하는 일이 많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무서워서 절대로 타고 싶지 않은 사람과 그의 친구들이 단체로 여행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비행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끝끝내 기차 여행을 주장하면 다른 사람까지 이동 시간이 더 드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자, 그런 소리 말고 비행기는 안전하니까 그걸로 가자”라며 억지로 비행기에 태우면 그 사람은 불안해서 도무지 여행을 즐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즉 어느 한쪽은 참아야만 하는 불공평한 상태가 만들어진다.

교통수단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세상에는 더 많은 사람이 합의해야 하는 일이 있다. 이를테면 원자력 발전소 건설 여부를 정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곳의 주민들은 그런 위험한 시설을 지척에 짓다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한편 전력 회사에서는 전기를 싸게 공급할 수 있으니 이익을 올리기 위해 발전소를 꼭 짓고 싶어 할 것이다. 주민중에도 리스크를 높게 보고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고용 창출로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면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즉 리스크보다 편익을 중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를 짓느냐 마느냐, 결정을 보류하느냐 일정만 연기하느냐 등 다양한 의견 가운데 한 가지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여기서 리스크, 비용, 편익을 어떻게 분배하느냐, 즉 어떻게 불공평을 없애느냐는 문제가 생겨난다.

만약 개인이 자신의 리스크와 비용과 편익을 조정하는 경우라면 혼자서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려 조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집단일 때는 리스크와 비용과 편익을 구성원 모두에게 균등하게 할당하기란 일단 불가능하다.

어느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었다고 하자.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은 큰 사고가 생겼을 때 주거지나 고향을 잃을 리스크를 짊어진다. 한편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은 ‘고용’이라는 편익을 얻는다. 그 지역의 음식점이나 상점도 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매출이 오를지 모른다. 그러나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객관적인 리스크의 고저에 상관없이 건설 이전보다 생산물의 판매가가 하락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가나 전력 회사의 지원금 등으로 번듯한 주민회관을 짓고 넓은 도로를 만들어 편익을 골고루 분배하려 해도 완전히 평등한 분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또 있다. 그 지역 주민이 리스크를 짊어진 덕분에 원자력 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대도시 주민도 ‘싼 전기 요금’이라는 편익을 누린다는 점이다. 대도시 주민도 다소 리스크는 부담하지만 사고가 생겼을 때 받는 영향은 가까울수록 크므로 리스크는 ‘균등 배분’이 되지 못한다.

이런 문제는 하천 제방을 얼마나 튼튼하게 지을 건지 간선도로를 어디에 건설할 건지 등 행정의 거의 모든 결정에 좌우된다. 리스크와 비용과 편익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데다 관계자 수도 너무 많아서 전원이 납득할 수 있는 조정은 불가능하다. 비행기를 싫어하는 사람을 억지로 비행기에 태우는 경우라면 사람 수가 적으므로 다른 사람들이 조금씩 돈을 걷어 그 사람의 항공 요금을 낸다거나 하면 전원이 납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 건설 같은 문제에서는 관계자 전원이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한다. 그래서 전원이 납득하기는커녕 애초에 그런 이야기는 듣지도 못했다는 사람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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