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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 글쓰기] 흔한 번역투 TOP 12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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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3

|

by 한빛

35,029

 

번역투란 우리나라 어법에 없는데 외국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생긴 표현입니다. 이 번역투는 뭐가 문제일까요? 우리글로 쓰였지만 이해가 안 된다는 겁니다. 혹은 이해는 되지만 딱 맞는 느낌이 안 들기도 합니다. 번역투는 가독성을 해치고 뇌를 피곤하게 만듭니다. 물론 번역투에 너무 익숙해진 독자라면 가독성에 전혀 문제가 없고, 피로하지도 않겠지만 말이죠.

 

번역투로 우리말은 파괴되고 있습니다. ‘우리말이 파괴되다니? 더 풍성해지는 게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건 어휘(개념)가 더해질 때 이야기고, 외국어 어순과 어법을 억지로 우리말처럼 둔갑시키면 우리말이 파괴되는 겁니다.

 

번역투는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깔끔한 문장이라고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철수는 10개의 소를 키운다.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가 될 겁니다. 우리말답게 하면 다음과 같겠죠.

 

철수는 소 열 마리를 키운다.

 

앞 문장에 비해 어떤 느낌이 드나요?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입에 딱 달라붙지 않나요?

 

어려서 ‘우리말 고운 말’이라는 프로그램을 간혹 보았습니다. ‘우리말 고운 말’은 잘못 사용되는 우리말 사례를 들어 바로잡아주는 교양 프로그램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이미 고착된 오용을 바꾸려는 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말은 끊임없이 시대와 교류하며 시대상을 반영해 변하는 법이니까 의미와 용도 변화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말 고운 말’을 제작한 언어 전문가 입장에서 제가 종사하는 IT 전문서를 보면 정말 턱이 다물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언어 전문가 눈높이에 맞추어 글을 쓰자’ 주장하려고 꺼낸 추억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이미 우리말은 외래어와 섞어찌개가 되었습니다. 현재 상황을 인정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덜 피곤한 문장을 쓰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는 말을 드리려는 겁니다.

 

일제 식민기를 겪으며 일본어 투가 우리말에 깊게 침투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일본어와 영어로 된 기술이 우리에게 엄청나게 전파되면서 여전히 일본어 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영어 번역투까지 섞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모르게 쓰는 번역투가 적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흔한 워스트 번역투 TOP 12’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번역투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이것만 지키면 미운 문장 면한다! 워스트 번역투 TOP 12

 

1. 대명사 남발

그것, 그, 그녀, 이것, 우리, 나, 당신 등이 대명사입니다. 우리말은 유추가 가능하면 대명사를 쓰지 않습니다. 영어 독해하면서 it이나 this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열심히 찾던 기억나죠? 이처럼 대명사가 직관적이지 못하고 뇌를 피곤하게 합니다. 그러니 생략할 수 있다면 삭제합시다! 꼭 필요하다면 누구인지 명확하게 다시금 써주는 것이 더 낫습니다.

 

예) 철수는 사과를 좋아해서 퇴근길에 그는 과일가게에서 사과를 샀습니다.

 → 철수는 사과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철수는 퇴근길에 과일가게에서 사과를 샀습니다.

 

2. 피동 남용

우리말에서는 피동보다는 능동을 많이 씁니다. 무정물을 주어로 사용하는 일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중 피동은 아예 없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 피동을 쓰더라도 이중 피동은 피해야 합니다!

 

예) 우리 회사는 마포구에 위치한다.

 → 우리 회사는 마포구에 있다.

 

3. ‘의’ 남용

일본어는 공식적으로 띄어쓰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쉼표와 ‘의(-の)’로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띄어쓰기라는 훌륭한 기법이 있으니 ‘의’를 열심히 쓰지 않아도 됩니다. 영어 ‘~of’도 마찬가지입니다.

 

예) 갓뚜기의 초대 회장

 → 갓뚜기 초대 회장

4. ~의 경우

첫머리에 오는 ‘~경우는’ 대부분 번역투입니다. 첫머리에 오는 ‘경우’를 생략하면 문장이 깔끔해집니다.

 

예) 저의 경우에는

 → 저는

 

5. ~에 관하여, ~에 대하여

‘about’에서 온 번역투입니다. 관하여, 관한, 관해, 대하여, 대한, 대해 등으로 (좀 성의 없게) 번역하며 고착됐습니다. 더 성의 있게 표현하면 의미가 명확해지는 더 좋은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 과거형에 대한 문법을 알아보자.

 → 과거형 문법을 알아보자.

 

6. ~하는 중이다

현재진행형 ‘be -ing’의 번역투입니다. 현재형으로 바꾸면 됩니다.

 

예) 민원을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중이다.

 → 민원 처리 업무를 담당한다.

 

7. ~을/를 가지다, 가지고 있다

‘have’와 ‘take’의 번역투입니다.

 

예) 그는 아들을 하나 가지고 있다.

 → 그는 아들이 하나다.

 

8. ~로부터

‘from’의 번역투입니다. 바로 예문을 보겠습니다.

 

예) 한강으로부터 10킬로미터 떨어진

 → 한강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9. ~통해

‘through’의 번역투입니다. ‘~ 통해’ 때문에 (원고에서 고칠 문장이 너무 많아) 미치겠습니다. 거의 만능으로 사용됩니다. ‘~통해’는 굉장히 모호한 표현입니다. ‘사용해’, ‘이용해’ 등으로 문맥에 맞게 사용해주세요.

 

예) 밤샘 공부를 통해 시험에 합격했다.

 → 밤새워 공부해 시험에 합격했다.

 

10. ~에 있어

‘in/are going to’의 번역투입니다.

 

예) 성능을 높이는 데에 있어 메모리 용량은

 → 성능을 높이는 데 메모리 용량은

 

11. ~하기 위하여, ~하기 위해

‘~for’ 번역투입니다. 너무 남용되어 이제는 뉴스나 신문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어쩌면 이미 우리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 내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 내 자리를 대체할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12. ‘들’ 남용

불필요한 ‘들’을 삭제해주세요. 그러면 문장을 읽기가 더 수월해집니다. 특히 복수를 쓸 필요 없는 무형 개념을 담은 단어는 더욱 그렇습니다(즉 추상 명사).

 

예) 많은 학생들이 있다.

 → 많은 학생이 있다.

 

 

 

위 내용은 <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의 일부를 재구성하여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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