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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③ 불면증 때문에 괴로워요 - 노브레인 록커 이성우의 고백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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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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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록커 이성우

8,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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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편지,

록커 이성우 - 밤낮이 뒤바뀌고 불면증에 시달려서요…
이성우

‘노브레인’ 이성우

한덕현 선생님,
뼈 때리는 답장 잘 받았습니다. 이제 선생님께 좀 더 편안하게 제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코로나 기간 동안 일이 없고 한가해지다 보니, 늘어지는 건 순식간이네요. 제가 태어나서 이렇게 한가했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가해졌어요. 이럴 때일 수록 음악 작업이라든지 생산적인 무언가를 해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 공연도 별로 없고 공연장에 간다고 해도 관객들의 함성이 사라진 공연장을 다니다 보면 뭐랄까 기운이 정말 안 생깁니다.

저처럼 밴드하는 사람들은 보통 남들이 경제 활동을 멈추고 개인의 삶을 시작할 때 본격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새벽에 잠자리에 들곤 하죠. 그러다 가끔 잘못 걸리면 아무리 잠을 청해도 새벽부터 아침까지 뜬 눈으로 지새울 때가 있습니다.

지방공연이 있는 날 잠을 못 자면 정말 곤혹이죠. 아침 일찍부터 나서는데 공연을 마치고 차 안에서 잠이 들기라도 하면 그날 잠은 다 잔 거예요. 집에 돌아와 자리에 누워 빈둥대다가 해가 중천에 떠서야 겨우 눈을 붙이고 늦은 오후에 눈을 떠요

저도 남들처럼 상쾌한 아침에 두 눈을 뜨고선 기지개를 켠 다음,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마시며 오늘을 어떻게 보낼지 상상하며 여유롭게 시작하면 좋겠어요.그런데 생활 패턴이 불규칙하다 보니 얼리버드는 꿈도 못 꿔요.

꼭 잠을 자야 한다는 부담감이라도 엄습하면 더 잠을 못 자는 것 같습니다.
〈복면가왕〉 녹화를 앞두고는 아침 9시까지 MBC에 가려면 전날 일찍 자야 한다는 긴장감에 잠을 전혀 자지 못하고 8시에 매니저와 집을 나섰던 적도 있네요. 오후에 대기실에서 한두 시간 정도 자기는 잤어요. 아하하….

한번은 〈아카이브 K〉라는 프로그램에서 인디밴드들이 모여 토크와 노래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모인 시간이 꽤 이른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도 몇 시간 못 자고 나갔는데 올빼미로 유명한 후배가 보이길래 “잠은 좀 잤어?”라고 물어보았죠. “형, 저 그제 잠을 아예 안 자고 한 바퀴 돌렸어요”라고 하는데 실소가 나오면서 동질감을 느꼈지 뭐예요.

사실 다음 날 아침 일찍 뭐라도 있는 날이면 며칠 전부터 신경이 쓰입니다.

“그럼 일찍 자면 되잖아!”
주변에서 이렇게 말하는데 ‘그게 맘대로 되냐, 인마?! 되면 진즉에 했지!’라고 속으로 답할 뿐입니다.

새벽이란 고요한 시간은 파도가 다 사라진 바다 같아요. 밝은 낮에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성이죠. 하지만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을 하다 보면 불편한 게 한 두 개가 아니에요. 누군가와 약속을 잡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점심에만 영업하는 맛있는 식당도 못 가죠. 해가 너무 짧아져서 뭐 한 것도 없는데 하루가 금방 다 가버린 듯 한 느낌이 들어요. 아침 7시, 8시에 잠을 자서 오후 12시 쯤 반려견 두부, 넨네가 밥 달라고 깨우면 밥을 주고 다시 잡니다. 그리고 3시, 4시에 다시 일어나죠. 자꾸 이렇게 지내다 보니 두부와 넨네에게 가장 미안합니다. 특히 두부가 햇빛을 온몸으로 받는 걸 진짜 좋아하거든요.


이성우

두부,넨네와 산책 중인 록커 이성우(출처: 이성우 인스타그램 @masanhardcore)



뭐, 특별히 해야 할 것도 반드시 해야 할 것도 없다 보니 규칙적으로 하는 건 두부, 넨네의 산책 정도예요. 금방 해가 지고 금방 어둠이 찾아옵니다. 하루에 햇빛을 보는 시간도 적어서 그런지 사람이 팍팍해지더라고요. 이게 엉망이란 건 알고 있지만 또 잘 안 고쳐집니다. 휴….

작년, 그러니까 2021년 한 해 동안 저는 유독 불면증에 시달렸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걱정으로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거기다 금연을 시작했는데 니코틴 금단 증상 중의 하나가 불면증이더라고요. 아유우, 불면증은 사람을 정말 피폐하게 만들어요. 일반적인 회사생활로 나름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친구들조차도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 같았어요. 누구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거죠.

선생님, 이놈의 불면증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요? 불면증에 시달리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던가요? 선생님께선 무슨 말을 해주시나요?

이성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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