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 이 책의 제목에는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마음이 담겨 있다. 지치고 힘들 때 나는 책을 찾고, 그 책은 보통 고전이기 때문이다.
일도 취미도 책을 만들고 책을 보는 것이다 보니, 가끔은 책 자체가 꼴 보기 싫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며칠 그런 마음을 그대로 두다가 이덕무의 책을 찾는다.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인 이덕무는 간서치(看書癡)로 유명하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책은 《책에 미친 바보》라는 책인데, 독서, 학문, 일상에 대한 소품문이다. 잘 벼린 문장을 읽다 보면 우선 마음이 차분해지고, 책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고 좋은 책을 손에 넣기 위해 천리 길도 마다하지 않는 이덕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는 다시 편집자의 마음이 되어 ‘아, 그래, 이런 사람들이 있지. 이런 사람들이 많아야 할 텐데’라는 단순한 생각도 하게 된다.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의 저자 김훈종은 이덕무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어린 시절 ‘간서치’였다고 한다. ‘동네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사와 봐야, 두어 시간이면 요절이 났는데, 아버지의 월급봉투는 너무도 얇았고, 지금처럼 공공도서관이 잘 갖춰져 있지 않던 시절’이라, ‘초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는 집에 나뒹구는 당시 국한문 혼용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 그러다 ‘한자에 눈을 뜬 다음에는 고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게 중어중문학이라는 전공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하다가도 툭 자연스럽게 고전을 인용하는데, 이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이해하기도 쉽다. 위트 있는 말솜씨 덕에 아주 흥미진진한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도 나고. 책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저자의 독서는 비단 중국 고전에만 국한되지 않고 동서양을 아우른다. 나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책을 많이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꽤 만나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저자의 독서량은 남다른 편이다.
고백하자면, 책에 인용되는 책 중에 내가 읽지 않은 책도 있어서 찾아보기도 했다. 오랜 기간 많은 글을 읽어오며 내 것으로 만든 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책 한 권에 다 담지 못해 아쉬울 정도였다.
온라인 서점 독자평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김훈종의 글을 계속 보고 싶다.” 나 역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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