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독자층
『오픈 소스』는 GNU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도중에 누가 어떤 의도에서 만들었는지 궁금했던 일반 사용자,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개작하고 배포하는데 관심이 많은 소프트웨어 세계의 자원 봉사자, 리눅스와 같은 운영체제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꿈돌이/꿈순이는 물론이고 마이크로소프트사나 오라클사가 만든 상용 소프트웨어가 아니면 절대로 품질을 믿지 않는 고급 브랜드 중독자(?)들이 읽을 만한 멋진 책이다. 단, 이 책을 읽기 위해서 굳이 리눅스를 오랫동안 사용한 고급 사용자이거나 FSF에서 나온 소프트웨어를 버전이 올라감에 따라 최신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열성 관리자이거나 전문적인 유닉스 시스템 프로그래머일 필요는 없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배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기술적,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정독하기를 권한다.
주요 내용
『오픈 소스』는 소프트웨어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는 『오픈 소스』라는 현상에 대해 여러 사람이 각기 다른 주제를 놓고 작성한 (조금은 기술적인 냄새가 짙은) 수필을 하나로 모은 책이다. 따라서, 논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줄거리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픈 소스에 대해 어느 정도 기본적인 지식을 갖춘 독자라면 이 바닥(오픈 소스 세계)에서 그야말로 쟁쟁한 사람들이 어울려 다양한 화음을 내는 광경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요 목차는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원저자와 역자 쌍).
- 서문(크리스 디보나, 샘 오크만, 마크 스톤 – 이만용)
- 해커문화의 짧은 역사(에릭 레이몬드 – 최준호)
- 버클리 유닉스의 20년: AT&T 소유에서 자유로운 재배포가 가능하기까지(마샬 커크 맥퀴식 – 최준호)
- 인터넷 엔지니어링 태스크 포스(스코트 브래드너 – 송창훈)
- GNU 운영체제와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리차드 스톨만 – 송창훈)
- 시그너스 솔루션스의 미래(마이클 티만 - 송창훈)
- 소프트웨어 공학(폴 빅시 – 송창훈)
- 첨단의 리눅스(리누스 토발즈 – 이만용)
- 무료 공개 : 레드햇 소프트웨어사의 새로운 경제 모델과 산업발전에의 기여(로버트 영 – 이만용)
- 근면, 인내, 그리고 겸손(레리 월 – 이만용)
- 비즈니스 전략으로서의 오픈 소스(브라이언 벨렌도프 – 최준호)
- 오픈 소스에 대한 정의(브루스 페런스 – 이기동)
-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포웨어(팀 오렐리 – 이기동)
- 소스를 자유롭게: 모질라 이야기(짐 하멀리, 톰 패퀸, 수산 왈토 – 최준호)
- 해커들의 반란(에릭 레이몬드 – 이기동)
- 부록: 타넨바움과 토발즈 논쟁, 오픈 소스 정의
참고로 『Open Sources』 (오라일리, 1999)는 “오픈 소스”라는 내용을 다루는 책답게 온라인으로 읽을 수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URL을 참고하기 바란다.
http://www.oreilly.com/catalog/opensources/book/toc.html
내용 평가
5월 초에 해외 출장이 있었기에 비행기 안에서 심심풀이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발 전날에 책꽂이를 한번 살펴보았다. 읽지 않은 책들이 여기저기에서 주인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많은 책(20권 정도 후보가 있었다) 중에서 바빠서 책을 적는데 필요한 일부만 읽고 말았던 『오픈 소스』와 동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장거리 비행기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보았겠지만, 열 시간 넘도록 좁은 공간에 앉아 있으려면 온 몸에 좀이 쑤시다 못해 나중에는 자포자기한 나머지 오직 빨리 착륙하기만을 간절히 기원하게 된다. 하지만 비행기가 이륙한 직후 한 시간 정도 지나면서부터 『오픈 소스』를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기내식과 간식 나올 때를 제외하고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책에서 손을 놓지 않고 즐거운(?) 비행기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책에 들어있는 글 전부가 모두 좋았지만 특히 마이클 티만이 적은 “시그너스 솔루션스의 미래”는 정말 찡한 감동을 주었다. 세상에, 10년 전부터 아무 것도 모르고 사용해왔던 gcc/g++가 이런 식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구나!
『오픈 소스』는 오픈 소스가 태동한 역사부터 시작해서 오픈 소스 정의와 오픈 소스 프로젝트 실례와 오픈 소스 관련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기까지 오픈 소스 전반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여러 각도에서 오픈 소스 현상에 대해 생각해볼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최근 모노 프로젝트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는 리차드 스톨만과 미구엘 드 이카자의 입장 차이가 무엇인지, 왜 오픈 소스를 표방하는 기업들이 상대편이 가지고 있는 패를 이미 볼만큼 다 본 경쟁사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지, 어떻게 리눅스나 모질라와 같은 복잡한 소프트웨어가 끈질긴 생명력으로 기존 상용 소프트웨어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나름대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이 책이 1999년에 나왔기 때문에 2002년 중반이 다 되가는 현재 시점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최신 동향을 따라가지 못하며, 예상이 빗나가버린 몇몇 전망은 수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 소스』가 사람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한 무렵에 쟁쟁한 오픈 소스 리더들이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지 역사적인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런 단점을 충분히 보완하고도 남는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쪼록 최신 동향을 담은 개정판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번역 상태
국내에서 내노라 하는 정상급 기술 번역가들이 모여서 프로젝트 형식으로 번역을 진행한 결과 여러 명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귀가 착착 잘 맞아떨어진다. 본문에 각종 기술 용어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는 느낌이 들며, 본문 중에 역사와 철학(그밖에 사회학)적인 내용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잘 소화해낸 흔적이 엿보였기에 그야말로 간만에 읽은 좋은 번역서라고 평가한다.
기술적 정확성, 가독성, 편집 상태
번역 상태가 나쁘면 번역 과정에서 내용이 이리저리 뒤틀리게 되므로 기술적 정확성은 저 멀리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여러 번역서를 검토한 결과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픈 소스』는 번역 상태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일단 필요 조건은 충족한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기술적인 정확성은 어떠한가? 오픈 소스 최전방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저자들이 직접 적은 내용이므로 기술적인 정확성 측면에서 이미 높은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한빛미디어에서 발간하는 책들은 오라일리 원서보다 판형이 크기 때문에 휴대가 불편해서 늘 불만이 많았는데, 오픈 소스는 아담한 크기에 빽빽하지 않게 본문 내용을 넣었기 때문에 휴대성과 가독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편집 역시 훌륭한데, 책 옆 면에 각 수필 별로 구분할 수 있는 표시(우리가 흔히 보는 사전 가나다 구분처럼)가 있었더라면 더욱 만족스러웠으리라…
최종 검토 의견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 공개 소스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면 주저하지 말고 지금 바로 『오픈 소스』를 구입해서 읽기 바란다. 책 한 권을 통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뿌듯한(가격대 성능비?) 여행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