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독특한 책이 나왔습니다.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로봇을 연구하는 저자가 인공지능을 하나 하나 풀어서 가르쳐 줍니다.
이제까지 인공지능을 다룬 책은 4차산업혁명 운운하거나 기계학습 개발을 주제로 한 게 태반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지능이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합니다. 꼭 그런 점은 장점은 아닙니다만,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AI로 불리는 개념이 어떤 본질을 가졌는지에 대한 성찰이 담겼기에 주목할 만하다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립니다.
소견이지만 아래 두 유형이 보면 특히 좋습니다.
- 뉴스에 자주 나오는 토픽이며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상품과 서비스를 봐 왔기에 인공지능이란 것에 대한 감은 있지만 피상적으로만 이해하는 수준이라 괴로운 기획자 혹은 경영자
- 기계학습 라이브러리를 불러 써 보면서 인터넷에 있는 예제를 실행해 보거나 심지어 상용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라이브러리 안쪽을 알지 못해 서러운 개발자
chapter 1 지능이란 무엇일까?
너무 철학적이지 않나 했지만, 인공지능이 지적일 수 있는지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다룹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을 비교하며 뒤에 나올 인공지능의 원리를 가늠해 봅니다. 1장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 해도 괜찮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어휘가 쉽다고 이해가 쉽지는 않습니다.
chapter 2 인공지능의 기초지식을 배워보자
인공지능 발전사를 훑고 튜링테스트와 같은 평가척도를 다루며 산업에서 응용하는 방안을 소개합니다.
chapter 3 인공지능에게 탐색을 시켜보자
갑자기 알고리즘 수업내용이 나와서 놀래킵니다. 찬찬히 뜯어 봐도 좋지만, 훨씬 유용한 알고리즘을 찾아나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탐색이라는 개념이 인간이 직접 수행하는 작업과 어떻게 다르며 효과적인지 이해해 봅시다. 차량 네비게이션 원리가 궁금했던 이에게는 이 정도로 잘 알려주는 자료는 없겠습니다. 바둑과 장기를 두는 인공지능 원리를 다루니, 끈기 있게 통독하기를 권합니다.
chapter 4 인공지능에게 지식을 가르쳐보자
인공지능은 전문가 시스템을 만들려는 시도에 많이 쓰였습니다. 인공지능을 척척박사로 만드는 방법이 나옵니다. 최근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백과사전에 나온 항목을 물어보면 잘 대답해 주지요. 얼마나 본질을 이해하여 답변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꽤 큰 진전이었음은 분명합니다. 이 장은 막연히 지식은 지식이지 정도로만 알고 있던 사람에게 지식도 종류가 많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이걸 알고 나니 수십 년 간 전문가 시스템 개발 시도가 실패로 끝난 이유를 잘 알겠습니다. 물론 여전히 인공지능에게 상식을 가르치려는 프로젝트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조만간 특이점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chapter 5 인공지능을 학습시켜보자
비로소 기계학습을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미분을 이 정도로 세심하게 설명해준 책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 단계 한 단계 풀어줍니다. 자바스크립트로도 풀 수 있게 코드를 제공해 주기까지 했습니다. 저자의 친절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수학 문제 풀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즐거운 부분만 있지는 않습니다. 특히 결정트리 설명이 인상 싶었으며 딥러닝도 이보다 더 단순하게 설명하는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입니다.
chapter 6 인공지능에게 언어 처리를 시켜보자
문자열 검색부터 자연어 처리를 우선 이야기합니다. 역시나 친절한 설명입니다. 스팸메일 분류 같은 응용까지 다룹니다. 막연히 파이썬 예제 따라할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chapter 7 인공지능과 대화를 해보자
애플 시리로 유명해진 인공지능과 대화하기는 수준이 많이 알려졌습니다. 유수의 잘 나가는 글로벌 대기업도 저 정도 만드는구나 같은 판단일 겁니다. 저자 직업이 인간과 대화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보니 상당히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도 인공지능 챗봇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 한계라고 여기며 답답하게 느끼기만 했던 부분을 저자는 구체적으로 짚어 줬습니다. 여담으로, 책을 쓰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장마다 연습문제가 있는데 무척 유익합니다. 매번 별 어려움 없이 풀었다면, 당연히 석박사 만큼은 아니지만 인공지능 뉴스가 나왔을 때에 기자가 알고 쓴 건지 모르고 쓴 건지 구분할 수준으로는 오른 것이라 감히 단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