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땅바닥에 늘어지던 봄날.
엄마와 오일장을 갔다.
봄바람의 부채질을 맞으며.
뾰루퉁하게 시들어가는 채소들.
깻잎, 가지, 두릅, 취나물.
싸고 싱싱하다며, 비닐 봉지를 여럿 들은 엄마.
어슬렁어슬렁 장의 중반부를 지나치던 중.
껍질벗긴 생밤이 진열된, 점포 앞에 멈춰섰다.
엄마: "아저씨 이거 맛있어요?"
기계로 밤을 깎던 아저씨.
"아니 우리집 밤을 모른단 말야?"
(아저씨, 오일장 처음 왔............-_-)
농사지은 밤이라며, 비닐 봉지에 가득 담아주시는 아저씨.
3천원어치.
시장 끝까지 가는 도중.
봉지에서 생밤을 꺼내, 엄마와 씹어 먹었다.
생밤에 정이 안 간다.
쪄 먹는게 맛있었다.
생밤은 딱딱하다.
지구의 중력을, 매일 견디는데.
내 송곳니가, 강제로 수직낙하를 해야 하니까.
혓바닥도 탐탁치 않다.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침을 범벅으로 pump질해서, 밤을 문댈 수밖에.
눈살도 찌푸린다.
유자청에 담궜다가, 상온에 오래 뒀나?
누런 눈곱을 부풀린 색.
입의 심심함을 챙겨주러.
하나를 입에 넣었다.
물이 샘솟는다!
송곳니가 밤에 수직낙하 하자마자!
단맛이 잇몸과, 입안 점막으로 이주한다.
봉지에서 생밤 하나를, 더 꺼냈다.
갓 만들어낸, 순두부의 뽀얀 색.
생밤이 이럴 수 있나?!
입에 넣고 씹으면서, 뒤를 돌아 아저씨를 봤다.
아저씨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동공으로 뒤쫓는다.
농사지은 밤들이, 모두 자신의 품을 떠나길 바라면서.
"러스트 핵심 노트"는 생밤처럼.
러스트라는 딱딱하고 생소한 programing 언어를,
부담스럽지 않게, 달콤한 설명을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