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의 위험성
아이들은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는 좌우를 잘 보고 나서 건너세요’라고 배운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쯤까지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왜 좌우를 잘 보고 나서 건너야 하는지 말이다. 왜냐면 좌우에서 차가 오고, 차가오면 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가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길을 건너야 한다. 어른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아이들은 아직 이 정도의 사고력이 없어서 좌우를 보는 행위에만 집중한다. 고개를 흔드는 동작만 제대로 하면 주위 어른들이 칭찬해주니까 고개만 열심히 흔들 뿐 정작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는보지 못할 때도 있다.
평소에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시력 검사에서 재는 시력이란 시야의 중심에서 1도 정도 벌어지는 좁은 범위만을가리킨다. 시야의 중심에서 주변부로 갈수록 시력은 약해지고, 끄트머리 쪽에서는 색도 식별하지 못하게 된다. ‘설마’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한번 시험을 해보자. 일단 어느 한곳을 목표 삼아 물끄러미 본다. 이어서 그곳을 그대로 응시한 채 글자가 적힌 종이나 색칠이 된 물건을 손에 들고 팔을 바로 옆으로 펴본다. 시야 끄트머리 쪽의 색을 식별할 수 있는가? 글자를 읽을수 있는가? 우리는 자기가 있는 방이나 주변 풍경이 총천연색으로 구석구석까지 선명하게 보인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 선명한 상을 보고 있는 것은 시야 중심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따라서 눈을 두리번거리는 것은 잘 보이는 중심 부분을 움직이기 위해서다. 우리 눈에 뚜렷하게 컬러로 보인다고 믿었던 것은 두리번두리번 눈을 돌려 정보를 모으고 뇌 속에서 재구축한 세계다.
무슨 말이냐면 옆에서 다가오는 차를 발견하려면 얼굴을 옆으로 돌려 그저 시야만 그쪽으로 향하게 해서는 충분하지 않고, 도로의 소실점(옆줄과 옆줄의 연장선이 만나는 지점)에 확실하게 시야의 중심 부분이 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에게 길을 건너는 법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 내게도 각각 세 살, 다섯 살인 딸이 둘 있는데 아이들에게 “차가 오고 있니?”라고 묻는다. 좌우를 보라고만 하면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모르고, 보는 목적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차가 오고 있느냐고 물으면 적어도 오는지 안 오는지 결론을 부모에게 전해야 하므로 차를 찾으려고 한다. 가끔 차가 뻔히 오고 있는데도 오지 않는다고 할 때도 있지만 좌우를 잘 보라고 하는 것보다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에는 이런 다양한 기술이 있고, 생각하고 익히고 가르치는 방법에도 요령이 있다. 중요한 것은 행동의 목적과 이유를 먼저 생각하고, 위험하지 않은 행동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사숙고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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