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코어 게이머들은 하드웨어에 큰돈을 들이고, 프레임이 기대만큼 안 나오는 게임은 악평으로 도배한다. 따라서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성능이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능에만 집착해 당면 과제를 땜질로 해결하다 보면 코드베이스의 전체 구조는 취약해지고 유지보수가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저자는 EA에 입사해 처음 코드를 열어봤을 때 ‘말문이 막힐 정도로 놀랐다’고 한다.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들이 성능을 최대한 쥐어짤 수 있게 만든 훌륭한 코드가 가득했지만, 반대로 일정에 쫓겨 새로운 기능 구현을 위해 그때그때 되는 대로 추가된 코드도 수두룩했다. 구조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토론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성능과 구조를 한 번에 잡는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저자 로버트 나이스트롬은 [GoF의 디자인 패턴]을 읽고 개발자로서 큰 깨달음을 느꼈고, 이에 디자인 패턴을 게임 개발에 적용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온 책들이 직원 정보니 은행 계좌 같은 따분한 예시를 들어 불만이었던 저자는 드래곤, 트롤, 영웅, 해적, 전장 등 실제 게임에 나올 법한 소재를 예제로 활용했다. 

특히 이 번역판에서 돋보이는 건 역자의 정성이다. 원서가 버전 1.0이라면 번역판은 1.2는 된다고 역자가 호언할 정도다. 단순히 역주 개수가 많은 정도가 아니다. 역자는 조금이라도 애매한 내용이 있으면 저자를 끝까지 괴롭혀 답을 얻어냈고, 그만큼 번역의 완성도가 올라갔음을 본 편집자 역시 장담할 수 있다. 마감을 앞두고 새벽 2시까지 실시간 메일+문자 콤보를 직접 당해봐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