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서를 발견했을 때 나는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이 회사 와서 맨날 재미없고 딱딱한 책만 만들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한국어 판권을 따자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높은 사람들은 바쁜 개발자들이 왜 이런 책을 보겠느냐며 영 신통치 않게 여겼다. 아마존과 굿리즈에서 찬양하는 서평을 꼽아 번역하고, 국내 모 자바스크립트 커뮤니티에 있는 분들에게도 의견을 구해 좋은 것만 추려서(…) 결국 기획안을 ‘통과’(정말 싫어하는 표현이지만)시킬 수는 있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판권을 따고, 문학과 기술을 동시에 알아야 하는 책 내용상 번역에도 긴긴 시간이 걸려, 겨우겨우 책을 냈다. 그, 그런데 책이 안 팔린다...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뉴스가 예능보다 재미있는 요즘 시국에 정말 누가 이런 잉여로운 책을 읽겠는가. 출간 전에도 후에도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안 도와주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잉여로운 책에 대한 개인적 애정은 식지 않았다. 스킬이나 효율만 강조하는 다른 기술서와 달리, 이 책은 우리 안에 잠들었던 문학혼을 자극하는 아주 요상망측한 기술서다. 책 한 페이지만 펼쳐봐도 그런 기운이 온다. 마음의 잉여를 찾는 개발자(와 그 친구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더불어 책의 컨셉을 빌려 ‘만약 ㄹ혜가 자바스크립트로 코딩한다면’ 식으로 코딩 이벤트를 열고 있으니 많은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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