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도 연습이 필요하다. 난 말이 적은 엄마에 속하지만 아이들과 하루 24시간 동안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누는 대화 의 많은 부분에서 아이와 나 스스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많이 뱉고 있다. 이유 없이 울고 떼쓸 때, 하지말라는 장난을 쳤을 때, 동생과 싸울 때 울컥울컥 올라와 내 스스로가 제어하지 못하는 내 감정이 공격하는 건, 아직 덜 자란 내 아이의 마음과 함께 말라가는 내 마음이기도 하다.
그런 도중에 만난 "엄마의 말하기 연습"
솔직히 프롤로그를 읽으면서는, "이미 당신은 최고의 엄마" 라니.. 그냥 단순한 자기위안 뿐인 것이 아닌가 싶어 조금 책 내용에 대해 걱정을 했다. 집에서는 하루종일을 투자해도 티나지 않는 집안일과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쉼없이 반복해도, 벌어다 주는 돈을 소비하며 집에서 노는 사람,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온사람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사람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 이 사회에서 우리끼리 서로 위로하느라 나누는 말뿐인 건 아닌지 말이다. 더구나 나는, 그 중에서도 더 고된 과정을 거쳐온 사람 중에 한 사람이고, 앞으로도 언제가 끝이 될지 모르는 그런 삶의 터널을 지나고 있어 더 많은 사회의 위로에 굉장히 냉담한 자세를 유지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한 챕터를 읽자마자 이러한 걱정은 단숨에 사라지더라. 정말로 이 책은 과하게 감정호소에 치우치지 않고 "아이"와 "엄마"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시키기 위한 "대화"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었던 것이다.
비단, 아이와의 관계 뿐만이 아니라, 아이가 가장 쉽게 접하는 모델링 대상은 "엄마와 아빠의 관계"일 것이다. 아이는 보통 나에게 일방적으로 대화 당하는 사이라면, 남편은 나와 서로 대화를 통해 상처를 주고 받는 관계일 텐데, 이 책의 내용은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충분히 필요한 대화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내 감정에 치우쳐 남 탓을 하는 말, 문제 해결이 아니라 비난을 쏟아내는 말, 해봐야 당장 현실에는 소용이 없는 수많은 그 말들을 이제 와서 어찌 주워담을까. 정말, 단순히 그 때 그때 순간적으로 내뱉는 것이 대화가 아니라,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서 대화의 연습이 필요한 것이 맞는 것 같다.
이 책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자면, "우선 나를 잘 알고, 나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하며, 아이와의 많은 상황에서 아이를 비난하지 않고 아이의 욕구를 인정하면서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아이 그대로를 칭찬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해준다. "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를 위해 챕터마다 주제에 맞게,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적어주거나 엄마들이 흔히 아이에게 저지르는 많은 말실수들을 좀 더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는 말로 바꿔 적어주고 있다. 말 그대로 전공과목의 한 챕터가 끝난 후 나오는 연습 문제 같은 것들이다. 나는 이 내용들을 스캔하거나 다시 꾸며 친한 엄마들과 함께 스스로 적어보거나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몇번을 다시 읽은 챕터도 있는데, 읽는 순간에는 "그래, 맞아"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30년 넘게 듣고 배우며 살아온 그 수많은 잘못된 대화의 결과물이 지금 나의 "말"인데, 이게 그렇게 쉽게 바뀌어 지지는 않더라.
이 책은 아직 아이가 뱃속에서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 가족부터, 20살이 넘어 독립을 준비하는 자녀가 있는 가족이라도 모두에게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기회가 된다면, 시리즈 강좌로 실습을 겸하여 부모교육으로 듣고 싶은 마음도 있다. 물론 교육이 삶의 전체를 바꾸지는 못할지 모르지만, 배운다는 낮은 자세부터가 달라지는 삶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내 가족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 내 가족 안에서의 행복한 관계 형성을 위해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